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중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베이징의 서우두국제공항. 에어포스원 앞에 놓인 쓰레기통에 트럼프 일행이 중국에서 사용한 모든 물품과 중국측 선물이 버려졌다.
이 선물의 무덤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이례적인 외교 파행만이 아니다. 국제 첩보전의 비극적인 단면을 읽어야 한다. 첩보전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물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 도·감청 등 첩보전을 펼치지 않는 나라가 있냐고?
그렇다. 첩보전으로야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테고, 러시아 중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게다가 한국이나 북한, 파키스탄, 일본까지도 첩보에 목숨 거는 수준급 정보기관을 가진 국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과연 저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 그게 중요하다.
모든 국가가 첩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지만, 그 첩보를 공작이나 외교, 전쟁 등에 다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다 써먹으면 세상에 남아날 정치인이나 국가는 없다. 정보기관들은 매일같이 쌓이는 정보나 첩보들을 분석해 아주 극소수 아이템만을 보고하거나 활용한다.
그런데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첩보를 이용해 정치인이나 요로 개개인들을 포섭하거나 압박한다면 거기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 정치인들 역시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의심받는 사례가 많다.
그것을 잘 아는 트럼프 역시 방중 기간 내내 보안관리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고 알려졌다. 트럼프는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전에 대해)“알다시피 그들이 하는 첩보활동을 우리도 한다(what they do, we do too. It’s like, the spying). 우리도 엄청나게 한다(we spy like hell on them too)”라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방중 직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아카디아시의 중국계 에일린 왕(58) 시장 간첩 혐의 기소 사건이 터질 때부터 의아했다. 또 미국은 작년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의 SNS 검열과 비자 취소를 통해 대규모로 추방해 왔다.
트럼프가 베이징 공항에서 모든 선물과 물품의 폐기를 지시한 것은 단지 도를 넘은 첩보전 때문이 아니라 그 첩보를 활용하는 수준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첩보가 잠재적 위기에 맞서 자국 체제 유지나 외교에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인사 포섭, 협박, 언론 플레이, 흑색선전 등에 쓰일 때 국제관계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저 선물 같은 꼴이 된다.
주변국 누군가가 우리 내부에서 수집한 정보와 첩보를 우리나라를 위해하는 데 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국가정보원처럼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내팽개쳐 버리는 데 있다.
미국은 선물을 버렸지만, 우리는 저 쓰레기 속에 갇힌 신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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