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다문화 서사·ESG까지…공존을 설계하는 3일간의 도시 프로젝트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도시의 광장은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문화와 메시지가 교차하는 실험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오는 5월 안산의 중심부가 바로 그런 공간으로 바뀐다. 공연장이 아닌 ‘거리’를 무대로 삼은 예술이 도시를 점유하며 시민과 예술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장면이 펼쳐진다.
안산시와 안산문화재단이 준비한 ‘2026 제22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3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다. 93개 작품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단순한 공연 나열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함께 드러내는 기획형 문화행사로 구성됐다.
이번 축제가 내건 슬로건은 “거리에서 만난 예술, 세상을 잇다”다. 공연장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이 펼쳐질 때 관객은 선택된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시민으로 바뀐다. 이는 관람 중심의 소비형 축제가 아니라 이동과 체험을 기반으로 한 참여형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다문화 도시로 형성된 안산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연결’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도시의 현실과 정책적 방향을 동시에 담아낸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모두 서커스가 맡는다. 개막은 동춘서커스의 ‘버라이어티 서커스쇼’로, 공중곡예와 생사륜 등 전통적 묘기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긴다. 이어지는 폐막 공연은 캐나다 공연단 ‘서커스 칼라반떼’의 작품 ‘WOW’로, 아프리카 출신 예술가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코미디가 결합된 공연이다. 공연 이후 대규모 불꽃놀이까지 이어지며 축제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개막과 폐막 모두 대중성과 시각적 몰입도를 동시에 고려한 구성이다.
올해 축제는 프랑스, 영국, 일본, 인도, 캐나다 등 5개국 해외 공연팀이 참여해 국제적 확장성을 확보했다. 프랑스의 대형 퍼포먼스, 영국의 대나무 서커스, 일본의 파이어 퍼포먼스, 인도의 색채 예술 등 장르와 형식이 다양하게 배치됐다. 관객 참여형 공연이 다수 포함되면서 거리극 특유의 경계 없는 공연 구조가 강화됐다. 다만 이러한 글로벌 라인업이 단순 초청에 그치지 않고 국내 창작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향후 과제로 남는다.
축제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안산리서치’다. 지역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풀어내는 이 프로그램은 외부 콘텐츠 소비를 넘어 도시의 서사를 생산하는 시도다. 올해는 이주민의 정착과 공존을 다룬 작품 ‘마주’를 통해 안산의 다문화 구조를 예술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도시가 가진 사회적 맥락을 공연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으로, 축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시민 참여 구조도 한층 강화됐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과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시민 예술가가 참여하는 무대, 청년 프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는 축제를 단순 관람형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문화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활동은 시민의 일상과 직접 맞닿으며 축제의 밀도를 높인다.
운영 측면에서는 ESG 개념이 도입됐다. QR코드를 활용해 인쇄물을 줄이고, 폐기물 통합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환경 요소를 반영했다. 또한 장애 유형별 관람 가능 여부 안내와 보조 커뮤니케이션 도구 지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 했다. 이는 공공 문화행사에서 요구되는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축제 기간 동안 운영되는 ‘안산거리예술마켓’은 또 다른 축이다. 예술가와 축제 관계자를 연결하는 이 플랫폼은 공연을 넘어 유통 구조까지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작품 피칭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강화되면서 안산이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거리예술 유통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축제가 산업적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행사지만, 지속성은 연차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에서 결정된다. 올해 축제는 ‘연결’과 ‘공존’을 중심에 두고 도시의 현재를 반영하려 한다. 결국 이번 행사의 성과는 공연의 완성도만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도시 공간 활용 방식, 지역 서사의 반영 정도, 시민 참여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3일간의 축제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단순한 공연의 기억이 아니다.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안산이 이 축제를 통해 어떤 도시로 읽힐 것인지는, 결국 그 거리에서 만들어질 장면들이 말해줄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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