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선도사업부터 축적된 경험 바탕…촘촘한 지역 돌봄망 구축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몸이 아프면 병원으로, 돌봄이 필요하면 시설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존엄을 지키며 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노후의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와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통합돌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시민이 생활하던 공간에서 필요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연결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산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을 추진하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 기반 돌봄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의료와 요양, 복지를 따로 떼어내 제공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이다. 살던 집과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시민이 일상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안산시 통합돌봄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이를 위해 안산시는 지역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행정이 협력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대상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 의료와 요양, 복지와 생활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면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삶’, 즉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지역 복지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돌봄을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부담으로 남겨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안산시는 시 승격 40주년을 맞아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복지 환경 속에서 시민 삶의 안전망을 어떻게 촘촘히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이번 기획은 안산시가 준비하고 있는 복지서비스의 방향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안산시는 2026년 1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만3473명으로 전체 인구의 16.9%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도 같은 시기 9만4262명, 15.2%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고령 인구 비중이 뚜렷하게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1.5%포인트가 상승한 것으로, 안산 역시 초고령사회 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구 통계상의 수치 변화가 아니다. 의료와 복지 수요, 주거와 이동, 장기요양과 일상생활 지원 등 지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신호이기도 하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관리와 장기요양, 일상 돌봄 등 복합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역할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산시는 이러한 변화를 비교적 일찍 예측하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참여하면서 노인 맞춤돌봄서비스와 방문건강관리서비스 등 국가 돌봄사업을 선제적으로 접목했고, 지역 현실에 맞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 왔다.
그 과정에서 안산형 방문주치의와 재택의료센터, 한의 방문진료, 약사 방문복약지원과 같은 의료 분야 사업을 추진했고, 방문가사지원과 동행이동지원, 맞춤영양서비스 등 생활지원 서비스도 함께 개발했다. 각각 흩어져 있던 사업들을 부서와 기관의 협업을 통해 연결하며 지역 단위 돌봄체계를 다져온 것이다.
2023년부터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정책을 한층 더 고도화했다. 재택의료센터를 확대하고 안산형 방문의료지원센터를 개소하는 한편, 맞춤형 영양서비스와 방문가사서비스, 동행이동서비스 등을 결합해 의료·요양·복지·일상생활 지원이 한 체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지역에 흩어져 있던 돌봄 자원을 하나로 묶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한 통합 정책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결국 안산시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촘촘한 지역 돌봄망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단순히 돌봄 서비스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 예방과 선제적 개입을 통해 시민이 삶의 터전에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중심 돌봄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노년기 돌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의료다.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은퇴 이후 소득 감소와 사회적 고립, 가족 돌봄의 한계, 돌봄 공백과 같은 여러 문제가 존재하지만, 결국 많은 어르신이 마주하는 현실은 질병과 치료, 의료비와 돌봄 부담이다. 안산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와 복지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의료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안산형 방문의료지원센터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협력 모델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진이 직접 시민의 집으로 찾아간다는 점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케어플랜을 수립한 뒤 방문 진료와 간호, 재활 서비스까지 연계한다. 병원 중심의 치료 체계에서 생활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어르신을 위한 약사 방문복약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약사가 직접 가정을 찾아 복약 상태를 확인하고 지도함으로써 중복 처방이나 약물 오남용,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방진료 수요를 반영한 한의 방문진료 사업도 함께 운영해 의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예방 중심 건강관리도 중요한 축이다. 고혈압과 당뇨 등록관리사업,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치매안심센터 협력체계 등을 연계해 만성질환 악화와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아픈 뒤 치료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환 악화를 막고 조기에 개입해 어르신의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안산시가 추진하는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은 결국 초고령사회의 돌봄 문제를 지역 안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다. 불필요한 시설 입소나 장기 입원을 줄이고, 살던 곳에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민의 노후를 보다 안정적으로 지탱하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안산시의 이 같은 정책은 지역사회 돌봄의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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