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의회가 세습 귀족들(hereditary aristocrats)을 선출직이 아닌 ‘상원’에서 제외하기로 투표함에 따라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영국의 정치적 전통이 몇 주 안에 막을 내릴 것이라고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더 힐’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밤(현지시간) 영국 상원 의원들은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반대를 철회했다. 이 법안은 귀족 작위와 함께 의석을 세습 받은 수십 명의 공작, 백작, 자작들을 의원직에서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장관 닉 토마스-시몬즈는 이번 변화가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원칙”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의회는 언제나 재능이 인정받고 실력이 중시되는 곳이어야 한다”며, “결코 기득권층의 인맥이 판치는 곳이나, 수 세기 전에 수여된 직함이 국민의 뜻을 좌우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상원은 선출직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심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오랫동안 상원이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2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원에서 사임한 피터 맨델슨의 사례는 상원과 상원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현재 이 의회는 800명이 넘는 의원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입법부이다.
700년에 걸친 역사 대부분 동안, 상원 의원들은 세습 귀족(여성은 거의 없었음)과 소수의 주교들로 구성되었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임명한 은퇴 정치인, 시민 지도자, 기타 저명인사들로 이루어진 "종신 귀족"(life peers)들이 합류했고, 현재 이들이 상원 의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의원 10명 중 약 1명은 세습 귀족(hereditary peers)이다.
1999년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세습 귀족 750명 중 대부분을 추방했지만, 귀족들의 반란을 막기 위해 92명은 일시적으로 잔류를 허용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현 노동당 정부가 남은 "세습 의원"들을 축출하기 위한 법안을 도입하기까지는 그로부터 25년이 더 걸렸다.
귀족들은 저항했고, 결국 일부 세습 귀족들이 종신 귀족으로 "재승인"되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타협안이 마련되었다. 이 법안은 찰스 3세 국왕의 재가를 받으면 법률로 제정될 것이며(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세습 귀족들은 올봄 현 의회 회기가 끝나는 대로 퇴임할 예정이어서 25년 전에 시작된 정치적 과정이 마무리될 것이다. 상원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매우 신속한 절차이다.
영국 노동당은 궁극적으로 상원을 "영국을 더욱 잘 대표하는" 대안적인 제 2의회로 대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변화는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상원 야당인 보수당 대표 니콜라스 트루는 의회에서 “이로써 우리는 세습 귀족들이 이 의회에서 7세기 넘게 이어온 봉사의 끝에 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천 명의 동료들이 이곳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했고, 수많은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며, ”이곳이 온통 반동 세력의 역사로만 가득 찬 곳은 아니었다. 물론 그들 중 다수는 결점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조국에 충실하고 훌륭하게 봉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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