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학원강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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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습학원강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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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기록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교육서비스분야의 취업자는 152만3천명으로 1년새 18만 9천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이 분야의 취업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습학원의 경우 대졸자 미만은 교육청에 등록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

전직 보습학원 강사였던 K씨는 최근 근무했던 학원 앞을 지나다 놀랐다. 학원을 그만둔 두 달 사이 주변에 비슷한 규모의 학원들이 4개나 들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만을 우려하지만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일부 학원들이다.

사실 강의실 10개 미만의 규모에 강사 8명 내외, 원생 100명 미만인 학원이라면 그럭저럭 꾸려나갈 형편일 뿐이다. 이보다 못할 경우 수익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대학생을 고용하기도 한다.

K씨는 "학원근무시 입학생이 저조하고 탈원생이 증가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원장들이 이런 일로 강사의 능력부족을 문제삼기 때문이다. 또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주 30시간 이상의 강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입사 쉬운 만큼 퇴사 어려워

이런 중소 규모의 학원들은 표면적으로는 주5일 강의가 원칙이지만 이것을 지키는 학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학원들은 토요일까지 출근은 물론 시험기간에는 대개 한 달 전부터 밤 12시 이상까지 근무하며 일요일 오후까지도 강의가 이루어진다. 강의를 위한 자료 준비, 문제지 준비, 학부모 상담, 학습부진아 보충, 심지어 학원 청소까지 식사시간조차 지킬 수 없는 일정들이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강사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초보 강사들은 시험기간만 끝나면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K씨의 경우 주 12시간 근무조건으로 중등사회 강의를 계약했는데 학원의 사정이 나빠지자 국어, 논술, 한자 강의와 더불어 보강시간이 두세 배로 늘어나는 바람에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무기간 동안 추가강의에 대한 보수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삼십대 초반의 G원장은 지인으로부터 학원을 인수받았다. 작은 규모지만 원생이 100명 가량 확보되어 있고 2세 교육에도 도움이 될 듯해서였다. 인수 초기 100명을 상회하던 원생은 한 달 후 60명대로 내려앉았다.

경험부족으로 운영방침이 허술해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졌다.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G원장의 특단은 경력자들을 자르고 부리기 쉬운 대학생과 초보자들을 채용하는 것이었다. 경험부족으로 학원관리와 운영능력이 모자란 탓에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맡기는 형편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이 시기에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학원강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직업은 심각한 숙고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사 경력자들은 말한다. 특히 중소 규모의 학원에 취업할 때는 여러 가지 고려해 볼 문제들이 있다.

먼저 중소 규모의 학원취업을 원하는 강사들의 많은 수가 학원강사를 평생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강의에 대한 준비와 교사로서의 성의가 부족한 경우가 지적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취업자로서 개인이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학원 취업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원장님의 됨됨이가 아닌가라고 말하는 강사도 있다. 한 강사는 첫 월급을 받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월급의 70%만 수령했기 때문이다. 사전협의 없이 월급의 일부를 보증금 명목으로 묶어둔 것이다.

일부 원장들은 이유 없이 월급을 미루거나 월급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남기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사를 직업으로 택하는 이유로 자기의 의사에 맞춰 사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

퇴직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눈총을 받거나 더 많은 업무를 해야했다고 말하는 강사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강사들이 퇴직의사를 언제쯤 밝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심지어 후임자를 구하기 위한 광고비를 선임자에게 물리거나 후임자가 구해지지 않을시 기약 없이 강사의 발을 묶어두는 학원도 있다.

Y씨는 최근 원장부인으로부터 이번주까지만 나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경력 1년차인 Y씨는 학원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업 중 유독 버릇없는 학생을 만났다. 다른 선생님들도 이 학생 때문에 곤란해 하는 터라 아이에게 강하게 대응했다.

이것은 곧 아이의 불만으로 이어졌고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왔다. 선생님의 성격이 강해서 같이 일할 수 없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다른 강사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몰래 강사를 구해 놓고 출근과 동시에 사직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원과 강사는 동반자 관계

가끔은 강의를 하다가 며칠만에 사라지는 강사들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위의 경우처럼 일방적 퇴직을 당하는 경우지만 강사가 스스로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부강사들은 그런 모습을 무조건 나쁘게만 말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수습기간이 없는 학원강사의 특성상 며칠 동안 근무여부를 간파했다면 대단한 눈치아니냐는 것이다. 작은 학원일수록 모든 면에 원칙이 없고 근무여건이 열악하기 십상이며 심지어 월급을 밀리거나 떼먹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사교육시장이 커진 건 명백한 현실이지만 이곳 역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한 강사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선 취업자들에게 학원강사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인 반면 쉬운 직업은 아니라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일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강사의 현실이 만족스럽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적성에 맞다면 모르겠지만 일시적인 취업이라면 다시 한번 고려해 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학원강사들의 애로는 개인의 고통일뿐 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인터넷 등으로 강사들 스스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현실개선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취업과 개업이 쉬운 만큼 강사와 사업자들의 개인적인 의식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강사와 학원이 동반자 관계가 될 때만이 나날이 좁아져가는 사교육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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