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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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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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울음을/ 그대 영혼의 울음을/ 운해의 끝자락에 달려/이승과 저승 사이/여기저기 흔적마다/그 사람 재벌 총수였다고/어렴풋이 들려온다/그 사람 총수였다고/나는 오늘 살아서/주머니 없는 옷 입고/ 저기만큼 서 있는 나를 본다.

2003년 커다란 일들이 많이도 생기고 터지고 또 터지고 있다. 정신이 없다. 재벌 총수가 자살을 하다니? 여기 또 터졌다. 여기 저기사람들은 말들도 많다. "이거 어떻게 되려고 그래?" "글쎄요" "이놈의 세상 좀 조용히 살아갈 수 없나?" "제길헐! 이놈의 세상 우리야 다 살았지만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등등.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이곳 약수터도 마찬가지다.

한참을 시끄럽게 지껄이다가는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 얘기가 불쑥 나왔다. 뚱단지 같이 웬 수의 얘기?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는 중요하다. 왜? 주머니가 없으니까 주머니가 없음은 욕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 욕망의 순간이 끝났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공수래 공수거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나는 오늘 살아 있다. 그것이 중요하다. 살아있음으로 그대들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기울이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하기야 이런 것이 인생이 아닌가? 뭐, 별 소릴 다해 본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가? 주머니 없는 수의 얘기 하다가 말이다.

갓난아이 배냇저고리도 주머니가 없다며? 나는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한다. 헛소리를 한다. 헛소리 한번 제대로 해보는 것 같다. 저녁 잘 먹고 헛소리 한 번 잘해본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착잡할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대로 덮어두고 싶다. 이대로. 무덥기만 한 날씨 탓인가? 하여튼 오늘은 헛소리 하는 날인가보다. TV에서는 재벌 총수 장례식 조문객들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나는 지금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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