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공산당이 아니다 –상식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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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공산당이 아니다 –상식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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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무책임한 비유, 보수의 자기파괴를 멈춰야 할 때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그러나 때로는 말 한 마디가 정치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그 정치인의 품격을 무너뜨린다. 최근 김문수 후보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두고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고 발언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단지 부적절한 비유를 넘어, 헌법 질서와 사법 기관의 독립성, 나아가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헌재의 8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은 사법적 판단이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 헌재는 정치적 고려나 감정을 배제하고 헌법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헌법기관이다. ‘공산국가’ 운운하며 헌재의 결정을 폄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독재국가의 억압 기구로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뤄진 합헌적 절차를 공산국가와 동일시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다.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헌법 존중과 법치주의이며, 이 기본 원칙을 부정한다면 그 정치세력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공산국가 비유는 단지 부적절한 것을 넘어 왜곡이다. 독재 체제에서의 ‘만장일치’는 강제와 공포에 의해 이뤄진다. 반면 민주국가의 만장일치는 독립된 기관들의 숙고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헌재의 판결이 8대 0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그만큼 헌법에 위배되었음을 보여주는 근거일 뿐, 정치적 음모나 강제성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김 후보는 동시에 “계엄권은 부적절했다며 사과”하면서도, 그 계엄권을 문제 삼아 파면 결정을 내린 헌재를 공산국가의 기구처럼 비난했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며, 정당성 있는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자기모순의 발언이다. 입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치인의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불신만 줄 뿐이다.

이준석 후보가 지적했듯이, 김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스스로 낙선운동’을 하는 것이며, 동시에 보수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다. 보수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에서의 자멸적 언행 때문이다. 자칭 보수 정치인이 헌법기관을 공산독재 기구에 비유하고, 법치주의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면 국민은 어떻게 보수 진영을 믿고 지지할 수 있겠는가?

보수 정치인들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은 절제와 품격, 그리고 헌법에 대한 존중이다. 감정에 휩쓸린 극언은 일시적 박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공동체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정작 지켜야 할 가치마저 무너뜨린다.

지금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상식의 시대다. 누가 더 극단적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합리적인가가 국민의 선택을 결정한다. 국민은 복잡한 정치 이슈 속에서도 어느 쪽이 헌법을 지키고, 어느 쪽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를 본능적으로 구분해낸다. 보수는 상식과 법치 위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헌법기관을 공격하는 순간,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되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정치인의 자격을 묻는 중대한 사안이다. 대한민국은 ‘공산국가’가 아니다. 우리의 헌재는 세계적으로도 독립성과 신뢰를 인정받는 기관이다. 이런 기관을 흔드는 발언이 아무런 책임 없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보수 진영이 해야 할 일은 갈등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언행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정직하고 신중한 자세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아직 품격을 회복할 시간이 있다. 그 첫걸음은, 헌법재판소를 ‘공산국가’라고 비난하는 행태에 대한 분명한 반성과 거리두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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