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은 그대로인데 주인은 간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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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은 그대로인데 주인은 간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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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계동사옥 풍경

 
   
  ^^^▲ 붉은 꽃, 그리고 애도의 현수막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사옥 중앙에 걸려 있다
ⓒ 고병현^^^
 
 

정몽헌 회장의 죽음은 한국 사회를 커다란 충격에 빠트렸고, 하루아침에 수장을 잃어버린 현대그룹과 그 사원들은 비통함과 당혹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자금난과 경영난으로 그룹이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남북협력에 큰 걸음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그의 자살은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새벽 현대그룹 계동사옥에서 목숨을 끊었다. 현대그룹 계동사옥은 1974년 현대중공업 차장으로 첫 발을 내딛어 2003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으로 생을 달리하기까지 그의 반평생이 녹아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주인 잃은 집은 고인의 넋을 위로하듯 "정몽헌 현대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는 검은 현수막을 가슴에 달 듯 건물 중앙에 내걸었다.

 

 
   
  ^^^▲ 계동사옥 전경숙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계동사옥 전경
ⓒ 고병현^^^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대북 송금과 현대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특검과 검찰조사에 대한 고뇌', '선대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사그라지는 현대그룹의 몰락', '형제들과의 불화', '현대 황태자로서의 자존심',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막다른 현실'등 그의 죽음을 놓고 여전히 많은 말들이 나돈다.

하지만 '죽음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라 산 자의 몫이라고 했던가!' 한국 경제를 이끌던 한 기업인의 비통한 죽음은 애도할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애도의 눈물로 눈시울을 적시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가 유서에서 밝힌 "어리석은 자의 어리석은 행동을 용서해 달라"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는 당부는 단순히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자신이 대를 이어 다져놓은 남북협력사업의 큰 뜻과 유지를 받들어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계동사옥 앞마당에는 태극기와 현대사기가 나란히 서 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 현수막을 뒤로 한 채 힘차게 펄럭이는 현대사기는 "다시 힘내라"는 고인의 비원인 듯하다.

 

 
   
  ^^^▲ 펄럭이는 현대사기(社旗)힘차게 펄럭이는 현대사기 뒤로 정 회장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 고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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