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판기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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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자판기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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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가장 먼저 회사에 출근을 합니다. 통상 오전 7시면 벌써 출근을 완료하지요.

제가 그처럼 가장 먼저 출근을 하는 이유는 핵심적인 위치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그저 원래 오래 전부터 쓸데없이(!) 저 자신이 평소 잠이 별로 없는 데다가 일찍 일어나 버릇 하는 습관이 고착화되다 보니 사시사철 항상 새벽 6시 즈음이면 그렇게 일찍 기상을 합니다.

어제도 회사문을 열고 들어가 새벽에 배달된 조간신문 10 여종을 주마간산 격으로 읽고 있는데 저 다음으로 출근하시는 이 차장님이 출근을 하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예"

그러한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 받고 나면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의 자판기로 갑니다. 그래서 어제 역시도 주머니 속의 동전 갯수를 뒤적이며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의 자판기로 갔습니다. "나한테 동전이 있으니까 내가 낼께요"라는 이 차장님의 말씀을 간과하고 제가 먼저 지갑에서 '퇴계 이황 선생' (천원짜리 지폐)을 꺼냈습니다.

자판기의 지폐 흡입구에 천원짜리 지폐를 넣었는데 하지만 자판기는 너무도 냉정하게 다시 훅 뱉더군요.

"어! 이 자판기가 왜 이래?"라면서 저는 지갑에서 다른 지폐를 꺼내 그 자판기에 넣었지만 역시도 커피 자판기는 소식불통의 '냉혈한'이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건네주기만을 목하 기다리셨던 이 차장님은 "어이구 일루 나오슈, 내가 빼리다"라면서 자신의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자판기에 집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도 자판기는 차가운 겨울벌판의 말 없는 가로수인양 그렇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차장님, 이 기계가 암만 해도 고장이 났나 봐유, 그러니 우리 그냥 사무실에 들어가서 손수 타 마시도록 하시쥬... 제가 맛있게 커피 타 드릴게유..."라고 했습니다만 평소 고집이 제법 깐깐하신 이 차장님은 "잠깐 기다려 봐요.."라고 하시더니만 백원짜리 동전을 자판기에 다시 넣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판기가 순응의 뜻을 나타냈는지 아무튼 따끈한 커피를 한 잔 '쪼르륵' 내놓더군요.

그러자 이 차장님은 "음, 역시 기계도 사람을 알아보는 군"이라면서 지극히 만족한 표정으로 한 손에는 방금 나온 커피를 드시고 또 한 손으로는 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꺼내 그 자판기 속에 또 넣으셨습니다.

하지만 자판기는 그예 또 속을 썩이는 것이었습니다.

자판기는 백원짜리 동전 두 개를 마치 참기름을 칠한 떡을 먹듯 그렇게 꿀떡 삼키고는 시치미를 뚝 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예 분기탱천한 이 차장님은 드디어(!) 모종의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판기 뒤로 마치 캬바레에서 제비족이 '슬로우 슬로우 퀵퀵'과 같은 스텝을 밟는 듯이 그렇게 자근자근 스텝을 밟으면서 엘리베이터 입구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신 이 차장님은 그러더니!

갑자기 두 얼굴을 지닌 '헐크'의 모습으로 돌변해서는 한 쪽 발을 치켜들고는 자판기를 향해서 맹속력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저 양반이 아침부터 못 드실 것을 드셨나, 대체 왜 저러시는 걸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요. 헌데.

그처럼 한 쪽 발에 가속의 중심을 얹으신 이 차장님은 전광석화처럼 달려 오시더니만 자판기의 하반부를 향해 냅다 사정없이 걷어차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야인시대>의 주인공인 김두한 선생 액션의 수준을 뛰어넘는, 가히 '무풍질주'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 차장님이 그처럼 자판기의 하반부를 걷어차신 것은 좋았으나 자신의 입에 물려있던, 방금 전에 자판기에서 뽑았던 그 뜨거운 커피는 미처 생각을 못하신 것이었습니다. 자판기를 발로 냅다 차는 순간, 이 차장님의 몸은 순간 기울었고. 그러자 입에 물고있던 종이 커피잔의 뜨거운 커피는 사정없이 이 차장님의 얼굴과 손 잔등 위로 마구 쏟아져 내렸습니다.

"앗, 뜨거! 우악! 나 죽네!"

이 차장님은 이제 경황은 커녕 정신조차도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처럼 발악하시는(?) 이 차장님을 보다 못한 저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화장지를 찢어 흐르는 물에 적셔서 얼른 갖다 드렸지요.

"얼른 닦으세유 ! 화상 입으면 큰일 나유!"

겨우 위급한 사태를 진정시키고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이 차장님은 자신의 손에 둘둘 말린 화장지를 힐끗 보시면서도 "홍 부장도 커피 한 잔은 하고 들어 가셔야지요~"라면서 다시금 커피 자판기로 다가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그러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면서까지 커피를 한 잔 얻어먹기는 했읍니다만 지금도 제가 궁금한 것은 "왜 커피 자판기가 오래 되면 발로 차야만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는 것이냐?"하는 겁니다.

오전 근무를 하는 동안 내내 저는 이 차장님을 주의 깊게 예의주시 해야만 했는데 역시(!) 이 차장님은 아침 일찍 커피 자판기의 심술로 인해 빚어진 자신의 얼굴과 손잔등에 남겨진 울긋불긋한 화상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 그렇게 연신 물에 적신 휴지를 얼굴과 손에 갖다 대며 고군분투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국의 '뉴스타운' 애독자 여러분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드실 때 설령 그 기계가 고장이 나서 커피가 안 나오더라도 제발 발로 차시지는 마시어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미 빼 낸 뜨거운 커피는 제발 입에 물고 계시지 마세유!

안 그러시면 큰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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