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학적 성과로 노벨상 수상은 매우 이례적
- ‘인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담이 노벨상 수상
2022년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자로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웨덴 출신의 진화생물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aabo) 교수가 선정됐다.
페보 교수는 아버지가 1982년 같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뒤 40년 만에 아들이 수상을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스웨덴의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인류진화 부문 연구와 관련된 공로로 인정, 스반테 페보 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페보 교수가 “멸종한 호미닌(인간 조상 종족)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비밀이 담긴 게놈(유전체)에 대한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불가능해 보이던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선구적인 연구 업적으로 남겼고,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호미닌 데니소바인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발생지로 알려진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과 만나, 이들 사이에 유전자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왕립과학원은 “원시게놈학(paleogenomics)”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매우 이례적인 수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답을 한 연구가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의 작용이나 질병의 원인 규명, 신약 개발 등에 주어지는 경우 대부분이었는데, 인류학에 대한 시상은 이례적이다. 이례적인 이유는 수상자의 과거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페보 교수는 지난 2011년 일본의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화인류학을 연구하는 페보 교수 자신이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아니다. 진화연구의 노벨상은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그의 연구는 인류학 세계에 DNA 해석기법을 가져와 기존의 상식을 확 바꿔놓았다. 인간은 죽어서도 그 뼈나 치아에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를 얼마 정도 남긴다. 파낸 뼈에 치과의사의 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은 뒤 DNA를 꺼내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옛 인류와 현대인을 비교하면, 진화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끝내는 인류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떤 진화과정을 밟아왔는지를 집작할 수 있다.
약 3만 전에 멸종을 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의 직계 조상은 아니지만, 현대인 조상과 교잡을 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발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이 시작된 초기, 유럽과 비교해 아시아에서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페보 교수는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차이와 중증화 용이성에 관계성을 찾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2020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통증을 느끼는 기준이 낮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에도 저서 중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2015)가 소개되는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2011년 설립한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 객원교수도 겸무했다. 60여 개 국가·와 역에서 1080여 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물리학, 환경·생태학, 분자·세포·발생 생물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교원은 필요한 연구비가 주어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대학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는 대학이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가능한 것인지 등 노벨평화상을 제외한 모든 노벨상에 단 한 명의 수장자도 없는 한국은 깊은 반성과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오는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며, 시상식은 관례대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을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에게는 노벨상 메달 및 증서, 상금 1천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원)이 수상 업적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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