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에세이> 담배에 대한 小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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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세이> 담배에 대한 小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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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기대서서 바람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담배 한 개비를 빼물며 불을 붙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바위 돌 같은 깊은 신뢰감을 함께 여유로움을 느낀다.

또한 바삐 길을 걷다가 가던 길 한쪽에 비켜서서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인 뒤 휴- 하고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내 뱉어 보라. 가히 낭만적이다. 담배를 벗삼은 애연가들의 특유의 멋이며 포근한 매력이다.

어디 그뿐인가. 깊이 들이마신 보랏빛 자연(紫煙)을 펼쳐진 너른 허공을 향해 힘껏 내뿜어 보면, 자연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다가 공간 속으로 슬그머니 스며들 듯 흡수된다. 불안, 초조, 근심, 걱정에 괴로워하던 마음이 차분히 누그러진다.

담배는 이와 같이 남자들의 정열이며 상징이었다. 담배와 더불어 살았고 생(生)이 끝날 때까지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공초 오상순이나 프랑스 문단의 지독한 골초로 소문난 샤를 보들레르와 폴 발레리는 더할 나위 없이 담배를 친구 삼은 시인들이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윈스턴 처칠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도 담배를 사랑했고,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던 맥아더 장군의 파이프는 우리 한국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담배 하면 아일랜드 출신의 오스카 와일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해야 할 정도의 지독한 골초가 나타나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해외 토픽란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사는 앤지 소스터라는 20대의 젊은 여인은 하루에 자그마치 2백 80개비의 담배를 피워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페암이나 니코틴 중독 등, 이런 고약한 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인생의 강(江)을 건넜겠지만 그녀에게는 담배가 그 무슨 신비한 보약인지 건강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녀가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술집에서 한잔 마시다가 장난삼아 담배를 피워 보았는데, 처음에는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심한 기침을 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 두 모금 째부터는 솔솔 맛이 나는데 폐나 머리로 그 보랏빛 연기가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아 그만 황홀경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 뒤 그녀에게 있어 담배는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살맛이 가셔지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동시에 제일 먼저 찾은 것이 담배였고, 담배는 그녀가 잠들 때까지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고 하는데 하루 18시간 동안에 무려 2백 80개비를 재로 만들어, 그러니까 4분마다 한 개비씩 잠재웠다고 한다. 이 놀라운 흡인력은 굉장한 것이었는데 자다가도 아쉬워서 벌떡 일어나 담배를 찾는데, 피우면 피울수록 솔솔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 전환이 되며 가시 황홀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과연 담배의 야릇한 마력이 어디에 잇는지, 그리고 무엇이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애연가들이 열광하고 잇는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정답이 나올 것도 같은데 대답은 영원한 물음표(?)로 끝난다.

담배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불과 5백여 년밖에 안되었지만 지금 거드름을 피우며 전 세계를 지배하다 시피하고 있어 신비한 영약(靈藥)(?)인에는 구 누구도 부인 못한다.

1492년 8월 3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라 여왕을 설득해서 핀타호와 니냐호, 이 두 척의 선박으로 탐험 항해를 출발하여 아프리카 서해안 앞 바다 카나리아 제도에 기항했다. 9월 6일에 이 섬을 출발하여 서쪽으로 향해 어려운 항해 끝에 드디어 10월 12일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였을 당시, 담배는 거기에서 토박이 원주민들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콜럼버스는 원주민들에게 유기 구슬과 거울을 선물했고, 원주민들은 그 답례로 신선한 야채와 함께 이상한 잎사귀를 가져 왔다.

잎사귀를 주는 것은 원주민들이 으레 손님을 반기는 관습으로써, 그 잎사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것이었는데 이 잎사귀는 타바코(tabacco)라 불렀다. 큰 호기심을 느낀 콜럼버스는 담배를 신대륙에서 유럽에 소개하여 기호품으로 맛있게 피우도록 만들었지만 정작 인디언들은 신앙심에서 담배를 피웠던 것이다.

그들은 하늘의 신들이 혜성을 불쏘시개로 해서 나무에 불을 지피고는 그 연기를 사람들에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까닭에 자신들도 연기를 피워 신들께 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네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하늘로 올려 보냈으며, 의식(儀式)을 치를 때도 파이프를 만들어 담배를 피웠다. 그들에게 있어 담배 피우는 행위는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타바코는 원래 이름은 멕시코게 아이티어로, 식물을 담아 담배를 피운 파이프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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