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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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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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법률 위임 한계 벗어나고 책임 회피 꼼수”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기구인 수책위에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상위법의 위임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위법한 지침’이라는 법률검토 결과가 20일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이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경제계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표소송을 포함한 수탁자책임 활동의 법적 근거 마련과 위법한 현행 지침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과 올해 2월 25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논의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현재 기금운용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 중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표소송을 추진해 보기도 전에 결정 권한을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한 임기 3년의 비상설 기구에 맡기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대표소송 제기로 기업과 그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장기간 소송에서 패소하여 기금손실이 나더라도 정부와 국민연금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경우 다른 주주권 행사와는 본질적으로 달라, 반드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권한과 책임의 일치’ 차원에서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소송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표소송은 상법상 보장되는 주주의 권리이므로, 개별적인 「국민연금법」 개정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연금 사회주의를 부추기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강제가입하고, 정부가 직접적인 관리·운용의 주체라는 점에서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기금의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듯이 그에 수반되는 수탁자책임 활동도 법에 근거하여 행사함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경제계 의뢰로 법률자문을 수행한 조현덕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곧바로 국가가 사기업 경영에 개입·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헌법 제126조의 취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 등에서 기금의 대표소송 진행 시 해당 회사의 기업 신뢰도와 가치가 제고되고 이것이 장기적 주주가치에 반영되어 가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제시한 것에 대해 조 변호사는 “대표소송 제기를 통해 대상기업의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없고, 학계에 일치된 견해가 확립된 바도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가치 제고로 인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귀속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지 않아 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서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수책위 위원은 금융·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대표소송을 판단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한 수책위가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경우 기금운용에 대한 고려보다는 여론이나 정치적 판단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검토·심의 권한만 부여된 수책위에 대표소송과 주주제안 결정을 일임하는 것은 책임과 부담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수책위 위원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표소송과 주주제안이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사례는 1%에 불과하며,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수탁자책임 활동은 그 방향과 내용을 외부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대표소송은 패소할 경우 피고의 소송비용은 물론이고 회사가 입은 손해마저도 국민연금이 배상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큰 소송”이라며, “최소한 대표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국민연금이 배상한 손해액을 수책위 위원들에게 구상할 수 있다는 규정만이라도 「국민연금법」에 도입되어야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사용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도 수책위와 관련해 “기금운용본부에 비해 이해집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2/3가 비상근으로 이루어져 다각도의 영향분석보다는 개인적 판단에 좌우될 소지가 많고, 의사결정의 결과와 기금의 수익성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기금운용의 제1원칙인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결정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금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며, 의사결정의 책임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경제계는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의 위법성을 검토한 이번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지침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지침의 전면 개정 요구, 공익감사청구를 비롯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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