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는 이래저래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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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는 이래저래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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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핸드폰을 해지했다. KTF 고객센터의 담당 아가씨는 "불편하기 짝이 없으실텐데 그래도 굳이 해지하시겠어요?"라며 번복을 요청했지만 난 막무가내였다. "과거처럼 원시인으로 살죠, 뭐." 핸드폰을 해지한 것은 여러 가지 사유가 있어서인데 우선 이제는 핸드폰에서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로는 경제적 신산함이 주인(主因)이었다. 지금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가 핸드폰이 있는데 이젠 나만 없는 셈이 되었다. 나같은 중년들의 거개가 다들 대동소이 하겠지만 여하튼 나 역시도 어렸을 적엔 중소도시의 아주 빈한한 집안에서 자랐다.

당시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전화가 있는 집이라고는 방앗간 집과 양조장 집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동네에 무슨 일이 있다손 치면, 예를 들어 누구네 집에 초상이 났다든가 또는 동네 어르신의 회갑잔치를 한다든가 하는 따위의 연락사항은 모두가 일일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연락을 취해야만 했다. 그래서 당시에 '전화가 있는 집은 부잣집'이라는 등식으로도 통했다.

세월이 흘러 '삐삐'라는 호출기가 한동안 세상을 점령하는가 싶더니 곧 그 뒤를 이어 벽돌만한 크기의 핸드폰 시대가 도래했다. 핸드폰은 날이 갈수록 장족의 발전을 이뤄 손에 꼭 쥐면 보이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와 더불어 점점 더 첨단기능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도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참으로 살기엔 편한 좋은 시절이다.

시일이 더 지나면 아마도 1인당 1대씩 소유하는 시대마저도 도래할 조짐이다. 이처럼 핸드폰의 보급댓수가 많다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부정적인 면 역시도 실재한다. 출근을 하여 점심 때 회사근처의 단골식당에 가서 밥을 사 먹는데 밥을 먹는 중간이면 주변 사람들이 통화를 마구 해 대는 통에 어떤 때는 내가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귀로 먹었는지 당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가 많다.

그 처럼 일부 예의 없는 사람들의 핸드폰 사용 예절 문화의 결핍은 그만 논한다고 치더라도 또한 과중한 통신비의 부담이란 게 있다. 그래서 요즘같이 어려운 때는 그저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장땡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해지했다. 아무튼 나는 이젠 당분간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작심이다.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핸드폰이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까지는 핸드폰도 술도 모두 버릴 작정이다. 이제 내게 남은 낙이라곤 담배뿐인데 하지만 그마저도 값을 왕창 올린다고 하니 고민이 적지 않다. 이젠 담배마저도 버려야만 하는 것인가.

빈자(貧者)는 이래저래 어렵고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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