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허리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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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허리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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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 고용, 4년간 질적으로 급추락

전일제 환산(FTE) 방식(한 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지표)으로 지난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4년간 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동향'에 나타난 것보다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 훨씬 열악해진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등 고용 취약계층은 물론,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고용이 질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줄곧 우상향 추세를 보였던 통계청 취업자 수와 달리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취업자 수와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추이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박기성 교수팀이 전일제 환산(FTE) 방식의 취업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651.2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7.3%(209.2만명) 급감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1%(54.8만명)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박 성신여대 교수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면서, “고용 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2년간의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통계청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 괴리가 크다. 2021년 통계청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를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취업자 수는 오히려 4.0%(109.3만명) 줄었다.

한경연 자료.
한경연 자료.

박 교수는 “재정 및 금융 당국이 통계청 고용통계를 근거로 국내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와 통계청 고용통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서는 FTE 고용통계를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급격히 악화돼왔으며,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1년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7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44.2만명, △11.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0%(51.8만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2019년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고용에 큰 타격이 있었고,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업계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통계에 비해 실제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5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1만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8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어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 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취업자 수가 통계청 기준으로는 3.2% 증가했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오히려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홀로 가게를 지킨 사장이 늘어났지만, 이들마저 예전보다 일거리가 줄어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경제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지난 4년간 193.7만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가 30대는 13.5%(82.6만명), 40대는 14.7%(111.1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2021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p나 하락했으며, 하락폭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 역시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p나 하락했다. 박기성 교수는 “통계청 취업자 수가 실제 노동 규모에 비해 2배 가량 부풀려졌다”며 “이는 노인들에게 제공된 공공일자리가 대부분 주 20시간 이내의 파트타임 근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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