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파리를 그렇게 싫어하십니까?”
김 형은 그런 나를 보고 실실 웃는다.
“?”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면 파리가 좋단 말인가?
“파리가 있다는 것은 생명이 살아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카! 이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아직도 볼 수 있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김 형은 이럴 땐 또 생명론자가 되어버린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내가 종일 손을 흔들어도 쫒아내지 못한 파리를 슬쩍 손가락 두개로 잡아버린다. 그리곤 파리를 그 시커먼 파리를 귀여운 자식 바라보듯이 자세히 바라보다, 특유의 흐뭇한 미소를 ‘쓱’ 짓고는 다시 파리를 날려 보내 버린다.
나는 다시 자유를 만나 방안 여기저기로 헤집으며 날아다니는 그 파리를 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떨칠 수가 없다. ‘저 귀찮은 놈을 잡을 수 있었는데...아깝다 아까워!’
지방 도시로 이사를 오고 난 다음, 한동안 잊고 살던 것들이 다시 생활주변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 내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콩 벌레’란 것이 있다. 정확한 이름은 그때도 몰랐지만, 그저 사람이 건드리면 몸을 도르르 말아버리는 것이 영락없이 콩 모양 같아서 그렇게들 불렀었다. 당시에는 그 벌레가 흙만 파면 도처에서 나왔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벌레를 아이들이 다시 찾아서 집안에 들여온다.
“아빠. 이것 좀 봐요. 이상한 벌레가 있어요”
“응 그거. 콩 벌레야”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는데, 좀 있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달라진다. ‘콩 벌레? 그게 아직도 있단 말이야!’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들이 들고 있는 모습을 본다. 영락없는 콩 벌레 바로 그것이다. 고것이 30년의 세월을 건너서 이제 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진짜네!’
어쩌면 잘 찾아보면 더 많은 것들이 아직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개구리 알을 본 적도 있지 않은가. 그 정도야 별 대수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한동안 도회적 삶에 젖어있던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파리만 해도 한동안 잊어버리다 시피하고 살았었다. 그리고 이젠 콩 벌레.
아이들을 앞세워 자연학습이나, 생태체험이라도 한번 가야겠다. 그러면 정말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오래된 거억 속에서 가끔 떠오르곤 하는 추억의 이름들. 소금쟁이, 우렁, 여치, 방아깨비, 갯지렁이.... 그리고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더 많은 존재들.
그래 이젠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한번 돌아보아야겠다. 30년 전 내 어린 시절에 보던 세상과, 지금 다시 아이들의 눈으로 되돌아가서 살펴보는 세상은 어떤 점이 여전하고, 어떤 점이 달라 보일까?
얼마 전 김 형네 식구와 임 형네 식구와 함께 수영장엘 갔다. 아이들이 꺼내놓은 과자봉지에 금세 파리들이 날라와서 달라붙는다. 나는 이번엔 가만히 두었다. 김 형이 싱글벙글 웃으며 짓궂게 뭇는다.
“왜 파리를 쫒지 않고 가만히 있어요?”
“그런 건 한살이라도 어린 동생이 해야지!”
“저는 파리가 좋은데요.”
“나도 좋아”
“그럼 그대로 둘게요.”
“그렇게 하든 말든...”
나는 일부러 무뚝뚝하게, 김 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대화이지만 서로 마음은 통했다. 그래 나도 이제 조금은 생태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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