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체험, 첫 사랑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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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체험, 첫 사랑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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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C초등학교 전교생 104명의 '첫 기차 타보기 체험'

^^^▲ 도버해협을 가로지르는 '테제배'^^^
지난 10일에 철도청은 자기 집 근처에 기찻길이 없어서 철도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청양군 C초등학교 전교생 104명에 대해 기차 타보기 체험을 하게 했다. 처음 타는 기차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준다. 더욱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순박하게 자란 아이일수록 처음기차를 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어린 시절에 처음 타보는 기차는 첫사랑처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살게 한다. 어머니는 "잘 다녀와야 해, 알았지," 하는 말을 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자기에 싼 도시락과 구겨진 지폐 몇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움을 안고 기차에 올랐다.

어머니의 모습이 이내 살아지며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의 추억으로 지금도 어쩌다가 고향 역에 가면 어머니가 생각나 가슴이 찡해온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처음 타보는 기차는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게된다.

하물며 요즘 같은 세상에 기차를 처음 구경하는 아이들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에게도 기차하면 그런 여러 가지 추억이 있다. 어릴 때 서울에 오기 위해서 처음 타보았던 기차말고도 영화 닥터 지바고 속에서 설원을 달리는 기차의 아름다움과 워터루에서 리용까지 해저를 달리는 테제배(TGV)를 탓 던 감동 등도 많은 추억거리를 나에게 주었다.

우리 집에서 음성까지는 버스 편으로 가고 거기서 기차를 타야 한다. 그리고 제천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서울에 가게 된다. 어머니는 그게 안심이 되지 않아서 몇 번씩 '제천'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뭐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아들을 혼자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서려있다.

같이 동행하면 좋겠지만 몇 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고, 그러한 여유도 없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내가 돌아올 때가지 조바심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자,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돌아온 것처럼 나를 얼싸 않고 눈물을 흘렸다.

그 때의 생각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촌놈이 서울에 처음 와서 두리번거리던 일, 외삼촌을 따라 다방에 갔다가 처음 먹어본 팥 빙수, 동대문 시장의 많은 물건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 자랑이다. 아이들에게 터무니없는 허풍을 떨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빙긋이 웃게 된다.

처음 구경한 서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주어서 서울에 가보겠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남대문은 참나무로 만들었고, 동대문은 은행나무로 만들어졌다. 그 기둥 굵기가 우리 집 기둥의 백 배보다 더 굵다는 허풍을 떨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거짓말이 통했다.

그 후에 다시 기차를 보고 감동을 받은 것은 서울의 D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고서였다. 이 영화는 1965년에 제작한 미국영화로 우리나라에는 68년에 처음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명문가에 태어난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러시아 혁명전후의 역사적인 큰 흐름 속에서 지바고는 양부모의 딸과 결혼하고 군의관으로 동원되어 전쟁터로 간다. 그곳에서 아름답고 열정적인 간호원 리라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혁명과 동란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수년 후 어느 날 지바고는 전차 차창 밖에 있는 리라를 발견하고 쫓아가다가, 결국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모두 에스파냐에서 찍었지만 겨울장면은 핀랜드에서 찍었다. 이 때 아름다움과 유려함이 화면에 구성되어서 영상에 의한 대 로망이 펼쳐지는데, 눈 덮인 설경을 달리는 기차의 장면은 정말로 극한 감동을 준다. 그 때 그 영화를 보면서 저 기차를 타보고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 한 동안 성인이 되어서 기차를 타고도 그렇게 예전처럼 설렘이나 흥분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유로터널이 1994년에 개통되고 나서 일주일이 안된 시기였다. 테제배를 타고 워터루에서 리용까지 가게 되면서 완전히 내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테제배의 총 길이는 3백94m이고 18칸이나 되는 기차다. 도버해협을 배나 비행기로만 갈 수가 있었지만 영국에서 프랑스까지 기차로 갈 수가 있게 되었다. 해저 40m아래를 시속 140-300km로, 승객 800명과 승용차 120대를 싣고서, 3시간대에 주파한다. 보통 터널에서 진입할 때 느끼는 압박감이 거의 없다.

해저 터널 길이는 50,5km이며 주파시간은 19분이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되면서 너무 흥분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최첨단 기기인 기차로 문명의 한 복판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과연 안전한지 겁이 났다. 개통 된지 며칠이 안 되는데, 죽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유로스캔은 테러방지를 위해서 철저한 통관검사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검색기로서, 무기, 화학물질, 밀수품, 극소량 폭발물 등 거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검색해 낸다.

중간에 화재가 나도 30분 이상 불에 견딜 수 있는 내화재로 기차가 만들어져 있어서 웬만한 화재에도 정상 운행된다. 불이 나면 해저에 건설된 소형 비상터널로 승객을 대피시키고, 압축공기를 유입해서 화염이 번지는 것을 막고 내장된 소화장치로 불을 끈다.

아무리 큰 사고가 나도 터널 내벽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학적 설계 때문인데, 폭발이 일어나도 연기 등 유해물이 거의 저항이 없이 터널을 통해서 밖으로 빠져나가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 열차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영상 스크린이 열차의 그때그때 진행 상황을 알려준다.

유로 터널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도 편하다. 터널 입구에서 세관과 출입국 절차를 받고 자동차를 타고 열차로 들어가서, 해저를 통과한 후에 바로 연결된 자동차 도로로 나가면 된다. 이 기차 때문에 페리호가 매우 걱정을 했지만 그것도 기우였다. 그 이유는 각자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페리호는 창 밖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한꺼번에 3000명을 실어 나르며, 그 휴식시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어서 양자를 비교하면, 그 나름대로의 특징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테제배는 비행기보다도 도시 접근이 용이하고, 소요시간도 1시간 정도 단축되며, 비용도 적게 들어서 많이 이용한다.

아무튼 기차는 우리에게 많은 꿈을 준다. 언제든지 타고 어디든지 훌쩍 떠나고 싶게 하는 것이 기차다. 어린 시절뿐만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늘 동경의 대상이 되며, 낭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철도청의 기차체험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많은 꿈을 주는 행사다. 아무쪼록 좋은 추억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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