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햇살에 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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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햇살에 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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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은 대지의 거죽을 자른다

햇살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 햇살의 그 강렬한 힘은 그 손길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압도한다. 햇살은 그 강렬한 빛으로 온 세상을 가득 채운다. 오직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빛만이 온 세상에 충만하다. 햇살아래 세상은 그렇게 빛으로 가득하다.

눈이 부신다. 넘쳐나는 햇살의 에너지에 나 또한 무장을 해제 당한다. 빛을 피해 그늘 찾아든다. 그늘에까지 뜨거운 열기가 침범해 들어온다. 햇살은 그렇게 모든 사물을 무력화시킨다. 세상의 모든 것을 뜨거움으로 달구어버린다. 햇살은 그 강렬한 힘을 사정없이 대지에 쏟아다 붓는다. 자신의 영향력 안에 들어있는 모든 존재를 불사르듯 타오르며 자신의 엄청난 힘을 과시한다.

강렬한 빛만이 넘쳐난다. 사물들은 햇살의 강렬함에 굴복하여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세상에는 오로지 두 가지의 색만이 존재한다. 따가운 햇살이 비추이는 눈부신 백색의 영토와 햇살을 피해 숨어있는 그림자 속의 어두움의 영역이다. 눈부신 빛과 죽음처럼 깊은 어둠이다.

햇살은 대지의 흙 위에도 내린다. 이미 흙은 수분을 읽고 메말라 있다. 햇살의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땅은 균열되고 갈라져간다. 대지는 흉칙하게 갈라져버린 가슴을 열고, 목숨을 빼앗기는 생물들이 지르는 절규를 하면서 비틀어져간다.

햇살에 베어 갈라진 흙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픈 살가죽 사이로 마지막 수증기 한 방울이 앗겨져 하늘거리며 햇살의 세계로 향해 올라간다. 생명을 담고 있는 모든 것이 빼앗겨 간다. 마지막 한 방울의 수분, 마지막 한숨의 호흡까지도 철저히 빼앗아간다.

습기를 잃고 더 이상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 흙은 형태를 잃고 부슬부슬 흘러내린다. 힘겹게 버텨오던 마지막 용기를 잃어버린 흙은 존재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힘없이 허물어져 내린다. 부슬부슬 눈물처럼 흙이 무너져 내린다.

하늘 역시 마찬가지다. 잔인하게 대지의 구석구석을 헤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앗아간 뜨거운 빛의 횡포는 대지와의 사이에 깃들어 숨을 죽이고 있는 대기마저 불태운다. 대지에서 올라온 생명의 수액은 눈부시게 타들어가는 대기에서 뜨거움으로 산화한다.

온 세상 어디에도 뜨거운 빛만이 작열한다. 도망칠 곳이 없다. 한 조각의 구름도 없다. 한줌의 미풍도 없다. 오로지 열기와 눈부심만이 가득하다.

정적만 남는다. 곤충들의 울음소리조차도 멎은 대지에는 절대적인 정적만이 멈추어 있다. 인적도, 바람도,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잔인한 정적과 모든 것의 죽음 후에 나타나는 고요함뿐이다. 뜨거움과 작열하는 에너지와 소리 없이 절규하는 흙의 처절한 잔해뿐이다.

햇살이 세상에 강요하는 고요는 깊은 우물과 같다. 작열하는 빛 속에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고, 죽음 같은 어둠만이 가득하다. 진공 속 같은 고요함에 펄펄 끓는 파괴적인 에너지가 숨어있다. 햇살 가득한 밝음 속에 깊은 어둠이 있다. 그래서 햇살의 기운이 미치지 않는 깊고 깊은 터널 같은 곳으로 숨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숨을 곳이 없다. 열기는 몸에 흐르던 땀도 앗아가고, 더 이상 걷기를 포기한 걸음은 죽은 듯이 서 있다. 마지막 그늘마저 없애려는 듯 더욱 뜨거워진 햇살아래 모든 생명은 증발해가고 있다. 혈관도 멈추었다. 호흡은 말라버린 목구멍을 거칠게 오간다.

시간은 멈춰 서 있고, 생명을 앗겨가는 주검의 그림자가 이 세상을 채운다.

단지 눈 하나만이 남아있다. 그 모든 것을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실상을 놓치지 않고 보며 햇살의 잔인함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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