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한한 신혼여행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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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한한 신혼여행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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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편부와 살다보니 늘상 애면글면했고 추웠다.

외로움은 태산처럼 커져만 갔고 그래서 내 첫사랑의 대상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자마자 나는 금세 사랑의 블랙홀에 빠지고 말았다. 아내와는 그야말로 작수성례(酌水成禮)로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간 곳은 충북 보은의 속리산이었다.

가난한 우리부부의 처지에 호텔은 언감생심이었기에 허름한 여관에서 잠을 자야 했다. 값 싼 산채백반에 소주를 마시면서도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큰소리를 뻥뻥 쳤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내 앞으로는 당신을 반드시 황후 부럽지 않은 호강을 시켜주리다"라고. 이튿날 법주사에 들러 불공을 드리며 '아내와 부디 해로동혈하게 해 주십시오'를 발원했다. 속리산에서의 숙박은 아내의 "경비를 아끼자"는 권고를 좇아 고작 1박만으로 그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속리산에서의 아내를 호강시켜 주마던 나의 그 주장은 지금껏 역시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공염불이자 허풍이기에 나는 늘 아내 보기가 면구스럽기 그지 없다.

지난주 일요일에 지인의 자제 결혼식이 있어서 예식장에 갔다. 참으로 호화스런 결혼식을 하길레 물어보니 신혼여행지는 국내도 아닌 머나먼 외국으로까지 간다고 했다. 하기야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이니만치 외국으로까지 허니문을 떠난다고 해서 누가 시비 걸 사람은 없을 게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작금 이혼율이 OECD 국가중 미국에 이어 2위라고 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신혼부부가 주례선생과 하객들 앞에서 맹세했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변치 않고 살겠다"던 그 약속은 그럼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신혼부부들의 가약(佳約)이 아닌 가약(假約)이자 또한 허풍이었으리라.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큰 아이가 다음달이면 군에 입대한다.

내 비록 지난 날 신혼여행지에서 앞으로 호강만 시켜주겠노라고 아내에게 큰소리 뻥뻥 쳤던 약속을 하지만 여지껏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로 무능한 남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혼의 아픔만큼은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아울러서 지금껏 역시도 불변하게 아내를 사랑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나는 비난 받아 마땅한 허풍선이만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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