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사기 피해 책임소재 공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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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사기 피해 책임소재 공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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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청, 담당공무원에 구상권 청구..노조 강력 반발

주민등록증을 위조하여 부당하게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토지사기단에 의해 다른 사람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사실이 드러나자 관할구청이 담당공무원에게 변상책임을 물어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증명서 발급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사기단에게 인감 발급 책임 물어 담당공무원에 3억4천만원 구상금 청구

오랫동안 거래가 없고 소유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방치되던 부동산을 토지전문 사기단이 위조한 신분증으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매매처분한 사실을 뒤늦게 안 토지사기 피해자 김모씨가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준 서울 강북구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에서 패소한 강북구청은 "본인 여부에 대한 확인절차 소홀 등 피고의 과실이 80% 인정된다"는 2002년 5월 24일 대법원의 원고승소 확정판결에 따라 같은 해 6월 20일 김씨에게 원금 및 이자를 포함하여 3억4천여만원의 배상금을 예비비에서 지급했다.

이와 함께 강북구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규정과 구청 소송사무처리규칙에 따라 2002년 11월 변상금 책임을 물어 인감발급 담당공무원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법원판결이 나오면 구상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문제의 인감을 발급해준 96년 6월 24일(토)은 공무원의 토요 격주 전일근무제의 시행으로 평일에 비해 직원의 절반만 근무하는 날이었으며, 사기단은 이날 창구민원 업무가 가장 바쁘고 일손이 모자라는 중식시간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감 대리발급의 책임으로 3억4천만원의 구상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한 당시 인감발급 담당공무원은 병사업무 담당으로 적당한 업무대직자가 없어 할 수 없이 대직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노조 "구청장도 함께 책임 분담해야" 구상권 철회 요구하며 항의농성

구청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는 "이번 사건은 인감증명제도의 구조적 모순에 그 원인이 있다"고 규정하고 지난 2일부터 인감증명제도 폐지와 불합리한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 및 관련자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 소속 공무원들이 강북구청의 하위직 공무원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 항의하여 지난 2일부터 강북구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석희열^^^

이수덕 사무국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피고과실 80%라는 것은 단순히 담당공무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강북구청 전체를 말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담당공무원 혼자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그 당시 상급자도 함께 책임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 일로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감 증명발급 업무를 기피하는 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증명서 발급시간이 지연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자치단체나 국가가 부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수 지부장은 "현실적으로 인감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상급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인감발급 책임을 인감담당 공무원의 전결사항으로 법제화함으로써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인감증명제도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또 "구상권을 청구하기 이전에 사기단에 대한 조사, 추적, 손해배상청구 등이 선행되어야 했음에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판단한 구청 집행부는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사건에 대한 전후 진위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며 "한 직원의 생존여부가 달린 문제임에도 구상권 청구에 대해 신중을 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구청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시 인감발급 담당공무원인 김중철(행정 7급)씨는 "일부 과실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감 대리발급의 책임이 3억4천만원이라는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하고 부담스런 액수"라며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고 인감발급에 대한 책임만을 전가시키는 것이 서운하다"고 하소연했다.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노조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인감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이 담당 및 대직자에게 업무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교육없이 업무를 분담시켰음에도 기관장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북구청 "임감증명 발급은 담당자 전결사항" 구상권 청구 철회 불가

하지만 강북구청측은 인감증명 발급은 담당자 전결사항으로 단지 상급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즉 업무대직이나 직원 상호간의 편의상 다른 직원이 대리 발급했다 하더라도 당해 증명발급에 대한 책임은 발급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강북구청 임덕 자치행정과장은 "변상금을 지급할 정도의 재산(현재 소유하고 있는 재산 이외에 장래에 취득할 것으로 보이는 재산도 포함)이 없거나 질병, 노동력 상실 등으로 변제할 가망이 전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공무원에게 구상권 행사는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감사원과 서울시에 보고되어 관리되고 있는 사건인 만큼 적법하고 합당한 사유없이 구상금 청구소송을 취하하게 되면 결정 관련자들은 또 변상책임 및 신분상 불이익 처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구상권 포기여부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구상금액이 정해지면 그때 논의해도 될 것"이라며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불가 방침을 밝혔다.

그는 "해당 공무원을 도와주자는 직장협의회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재판부에 탄원서 등을 제출하여 우리의 의견이 참작될 수 있도록, 그래서 직원의 부담을 줄이도록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과장은 "구의회에서도 구상권 청구소송 취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직장협의회의 의견을 수용하여 인감사기단에게 직접 금전적인 배상은 받기 어렵더라도 이번 소송에서 김중철 직원에게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사기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 5월 27일 북부지원에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 소속 공무원들이 강북구청의 하위직 공무원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 항의하여 지난 2일부터 강북구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석희열^^^
국가배상법 해석 논란.."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일 때만 구상권 행사해야"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구상할 수 있다'는 강제규정이 아닌 재량규정이므로 '구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로도 해석이 가능하여 노조에서는 "구청장이 결심만 하면 구상권 청구소송 취하가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주상 변호사는 "이 규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구상권 행사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민사재판 실무에서 공무원의 중과실을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북구청이 요청한 법률자문을 통해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고과실 80%를 인정한 대법원 판시만으로는 해당 공무원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서 허위의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주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이같은 해당 공무원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할 수 있을 때만이 강북구가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반해 김기준 변호사는 "비록 법문상 '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어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와 같이 임의규정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바람직하다"면서 "그에 반하는 뚜렷한 판례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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