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수 없는 고석정에서의 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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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고석정에서의 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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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젊음이 내손을 이끌었다

삶의 한순간, 멈출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어쩌면 한순간 충동에 빠져든다고 하기보다는, 무료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그래서 약간의 위험과 모험에 몸을 맞길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때도 있다.

젊은 시절의 일탈,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지금에 와서도 어느 정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계획적인 일탈, 그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 그런 것을 앉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일반인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언가 알 수는 없지만, 아직도 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막연한 그리움이란 것도 사실 그런 것이 점잖은 모습으로 변형되어 나타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튼 나에게도 한때 심장이 기관차의 엔진처럼 힘차게 뛰었고, 뜨거운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 무언가 나를 태울 곳이 없나 찾아 헤매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리고 한번, 나도 내 몸 속에 끓어오르는 욕구가 가르치는 방향을 따라 정처 없이 길을 떠난 아름다운 기억이 있었다.

젊은 시절의 하루.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뉴스에서는 전국에 폭우주의보가 내렸고 특히 북한강 수계의 하천들이 범람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때 나는 갑자기 그곳 생각이 났다. 잠깐 동안 짧은 망설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그곳을 향해 떠났다.

나는 그때 얼마 전에 마음먹고 장만한 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날은 마침 일요일 아침. 나에겐 얼마 동안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시야가 뿌옇게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나는 강하게 박동치는 젊은 심장이 가르치는 대로 복종하고 있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나는 날아가듯이 차를 몰아서 달렸다. 이미 한번 와보았던 곳,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엄청난 양의 빗물에 휩쓸려 길은 진창으로 변하여 있었고, 길가로 물살이 굽이치며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나의 마음을 더욱 강렬하게 자극했다.

“그래 바로 지금이다!” 나에게 주어진 배타적 자유의 시간인 일요일 새벽에 내리는 폭우. “이런 기회를 나의 젊음에서 몇 번이나 더 마주칠 수 있겠는가!” 인생은 사람에게 결코 많은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욱 강하게 엑셀을 밟았다.

마침 사람이 있었다. 사실 모두 철수하고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었었다.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폭우는 그치고 거친 물살이 지나간 자욱이 완연한 질퍽한 바닥 위, 반쯤 기울어진 차양아래서 몇몇 사람들이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오늘 배 뜹니까?”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낮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은 라면을 먹던 손을 멈추곤 놀란 듯이 자기들끼리 얼굴을 마주보더니 대답했다.
“이런 비에는 안돼죠. 아무래도... 미치지 않은 이상은...”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토록 염원하며 먼 길을 새벽에 달려왔는데, 역시 안되는 것이었던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잠시 후 다른 사람이 퉁명한 목소리로 나에게 되물어왔다.
“그런데 혼자 밖에 없는데 봉고 값은 됩니까?” ‘봉고값?’ 아니 그러면 가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럼요! 봉고 값은 당연히 내야죠.”
"그럼 아저씨 혼자서 봉고값 모두 다 내는 겁니다!” 그 사람은 다짐을 하듯 한번 더 묵직한 목소리로 물어보고는 조용히 라면을 하나 더 끓여내었다.

“든든히 먹어두세요. 오늘은 힘들 거예요” 그랬다. 우리는 모두 젊었고, 끓듯이 흘러내리는 물길이 우리의 뜨거운 혈관을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제는 가는 것이다! 저 끓어 넘치는 물결 속으로 돌진해 보는 것이다!” 그들은 말했다. “이런 건 사실 우리도 자주하는 짓이 아니예요. 좀 미친 짓이긴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네요! 마침 봉고 값 내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그들도 역시 젊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조그만 고무배는 물결 위에 뜨자마자 마구 요동을 쳤다. 익숙한 그들과, 단 한번의 경험이 있는 나는 함께 열심히 노를 저었다.

“오른쪽”
“오른쪽 좀더”
“이제 왼쪽. 더, 더, 더...”

목소리는 물결 속에 잠겨서 귀까지 잘 들리지 않았다. 단지 쉬지 않고 노려보고 젓고, 버티고, 또 저었다. 비처럼 흐르는 땀이 물방울과 끊임없이 엉기고, 또 다른 물방울이 쉬지 않고 달려와서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었다. 몇 번째 급류를 무사히 넘기고, 몇 개의 폭포를 지났을 때 마침내 보트는 뒤집히고 말았다.

나와 몇 사람은 배에서 떨어졌다. 쉬지 않고 헤엄을 쳐도 배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급한 심장을 달래며 나는 안전수칙을 생각했다. '그래 지난번 배운 대로 다리를 앞으로 하고 않아서 떠내려가는 거다.' 그러나 급류는 끝이 없었다. 지난번 래프팅을 할 때 여기저기 널려있던 느린 물살이 있던 장소들마다 지금은 모두 급하게 굽이치는 물길이 차지하고 있었다. 굽이를 하나 지날 때마다 몸은 한번의 예외도 없이 물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구명조끼가 몸을 끌어올리는 힘은 몸을 빨아들이는 물살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물살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바위들이 물 속에 빨려들어 갈 때마다 끊임없이 무릎을 할켜왔다. 어디쯤에선가 끈으로 단단히 다리를 묶어두었던 안경도 사라져버렸다. 몸은 자꾸 물 속에 잠기어 가고, 물 밖으로 떠오를 때까지 침착하게 호흡을 참고 있어도 좀처럼 몸은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가 물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급하게 물과 공기를 반쯤 섞어서 들이마시면 몸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길고 빠른 물살이 서서히 느려질 때쯤 멀리서 뒤따라오던 카누가 노를 뻗쳐서 내 손을 끌어주었다.

지친 몸으로 모랫가에 누워있다, 어떻게 어떻게 힘을 내어서 배를 다시 봉고에 싣고 예의 반쯤 찌그러진 그 천막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말없이 라면을 끓였다. 말없이 라면을 먹고 조용히 몇 잔의 소주로 몸을 덥힌 우리는, 입가에 흐믓한 미소를 뛰고 헤어졌다.

“오늘 끝내줬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비올 때 다시 한번 해봅시다”
“그래요. 오늘은 진짜 죽이는 날이네요.”

그제야 얼굴에 환한 미소를 떠올린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우리의 젊음의 아름다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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