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조절은 스쿠버다이빙의 기본교습과정에 있다. 나도 물론 스쿠버다이빙 자격을 따면서 이 부력 조절법을 익혔다. 처음엔 꽤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장비를 가지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더 이상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는 지금도 나는 물만 만나면 물속에서 그렇게 노는 것이 좋다.
힘든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얻고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때, 나는 무척 들떠있었다. 우리나라 연해도 석화현상이 많이 진행되어 바다 속 풍경이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었지만, 난생처음으로 20미터, 30미터 깊이의 바다 밑에 실제로 들어가 본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힘들게 자격증을 따고도 바다 속 여행을 몇 번 다니지 못하고 그만둬 버렸다. 나의 지병인 고혈압 때문이었다. 혈압약을 먹고 잘 조절을 하더라도 수심 몇 십 미터라는 물의 압력은 순간적으로 혈압을 올려서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의 실망하게 한 것은 바다 속을 유영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유지해야만 하는 부력조절 때문이었다. 수영장에서 잠깐 동안 숨을 참고 재미로 하는 부력조절은 쉬운 것이다. 하지만 바다 밑바닥에 몇 십 분을 머물려면 끊임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만 한다.
숨을 들이 쉴 때마다 몸은 부력을 얻어 떠올라가려 한다. 숨을 내 쉴 때마다 부력을 잃은 몸은 조금씩 가라 않아간다.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마다 내입에 연결된 조그만 관을 따라 공기는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 관을 통한 호흡을 통해 나는 물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몸의 부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히 물속에서는 모든 신경이 호흡에 집중된다. 몸을 죄어오는 물의 압력으로 호흡은 잦아지고, 신경은 더욱 호흡에만 집중된다. 후---흡, 후---흡, 귓가에는 숨소리만 가득하다. 나는 그 순간 오직 숨을 쉬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잘 조절함으로써 내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세상에서 내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내 자연스런 호흡을 길들여야 하는 것처럼.
물속이 아닌 땅위의 세계에서도 나는 호흡을 하고 산다. 그러나 땅위에서는 호흡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공기는 사방에 널려있고, 호흡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평상시 의식하지도 않던 호흡이 나의 존재를 팽팽히 지배하게 된다. 지배당하는 것, 나는 그것이 싫었던 것이었다.
흡기와 호기, 그리고 밸런스. 나는 그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속박이 아니라 자유를 찾아서, 신비로움을 찾아서 바다를 찾았다. 그러나 나를 바다로 안내해주는 도구들은 나를 호흡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삶의 당연한 요소를 조절해야하는 것이 싫었고, ‘잘 조절해야 한다는 강박감’ 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린시절부터 기다려온 바다세계의 그 신비로움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나는 그저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 줄을 타는 광대패의 그 위태로운 몸놀림이 아니라, 두 다리로 든든하게 대지를 버티고 서서 삶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짧은 호흡으로 조절하며 겨우겨우 버티면서 바라보는, 바다 밑의 신비로움을 거절해 버린 것이다.
나는 지금 바다가 아닌 조그만 풀장에서 고요히 부유하고 있다. 아무런 장비도 필요 없다. 그저 편안하게 내 호흡을 조절하며, 부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내가 긴 기다림 끝에 찾았던 그 바다에 비하면, 왜소하고 빈약한 곳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곳에서 얻고 있고 만족하고 있다.
목숨 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고 우아한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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