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일남의 오래고 느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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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일남의 오래고 느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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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의 책방 탐방(2) <아주 느린 시간>

^^^▲ <아주 느린 시간>의 표지
ⓒ 문학동네^^^
나이가 들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듯, 이 책은 노년에 들어선 저자의 작가적 역량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줍니다. 오늘은 책 제목 그대로 '오래고 느리게' 다가오는 '아주 느린 시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노년의 삶, 특히 '죽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대하게 된 것도 몇 년 전 제 아버지의 떠나심에 어떤 위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부분의 작품들에서는 노년이 바라본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이어지는 작품들은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 권력에서 한껏 뒤 처진 노년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주 느린 시간>, <힘>, <고도는 못 오시네>, <풍경>, <띠> 등이었습니다.

여기에 한두 편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먼저 <고도는 못 오시네>입니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진정 많이 살아온' 이들에 의해 흔쾌하게 전개됩니다. 참으로 정겹고 푸근하더군요. 가진 이와 못 가진 이의 구별이 없고 터울이 따로 없는 '노인'이라는 통통배! 어울리기만 하면 실타래가 풀어지듯 이야기가 술술 풀어집니다. 얼른 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작가는 이들 노인 사이에서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들을 벤치에 앉은 채로 주섬주섬 주워담을 따름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사람이 자연이고 자연이 사람인 위로의 마당이었노라"고 말입니다.

다음은 <아주 느린 시간>입니다.

이 이야기엔 신도시에 사는 노인들이 등장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흐르는 노부부의 죽음에 대한 대화는 능청스러울 만큼 죽음을 일상화합니다. 관념적인 죽음밖에는 모르는 저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노인이 되면 죽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삼았지요.

죽은 아내와 대화하는 홍 노인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노인은 노인다워야 한다는 명제에 도전이라도 하듯 갖은 돌출행위로 세상에 도전합니다. 꾸역꾸역 고개를 쳐드는 용기를 순간순간 확인하는 것을 즐깁니다.

저자는 다시 말합니다. 쇠퇴하고 몰락하고 사멸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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