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전선언 환상 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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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핵·재래식 위협 제거 담보 불가능"

한국 정부 고위 관리가 또다시 거론한 한반도 종전선언의 유효성에 대해 미 전직 관리들을 포함한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부정적 인식을 거듭 확인했다고 VOA가 24일 전했다.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의 효력에 대한 논의와 평가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국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뒤 7개월만이다. 정 장관의 지난 21일 발언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지, 혹은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설명에 “굉장히 동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대북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 부처들, 가장 가까운 동맹과 파트너들, 그 외 다른 이해 당사국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한 조직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과정을 계속 이끌고 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미 정부 내부 동향에 밝은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종전선언 옵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매우 낮다며, 정 장관의 발언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 종전선언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호소한 직후에도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한 바 니다.

미 태평양사령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도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전반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있지만, 누구도 평화조약이나 종전선언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적어도 비핵화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그렇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긍정적 시각을 전하려는 듯한 정의용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참혹했던 6.25 한국전쟁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는 역사적 의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종전선언의 원론적 가치에 형식적으로 동조하는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 또한 없다는 뜻이라고 부연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어떤 행정부라도 종전선언을 고려 중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등은 종전선언을 자주 옹호하면서도 종전선언이 북한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혹은 북한이 그 대가로 무엇을 내놓을지에 대해 명확히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의용 장관도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조금 더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희망하는 것 같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 장관을 비롯해 종전선언을 옹호하는 측의 논리는 ‘상대방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조치이니 미-북 신뢰 구축의 초기 단계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런 ‘작은 안식’을 북한에 제공하되, 미국도 실용적으로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도록 협상의 제1단계 거래에 공식 편입시키자는 제안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된 ‘종전선언 시나리오’다.

종전선언의 효력은 거의 없지만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초기 유인책으로 던져볼 만하다는 소수의 의견인데,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대표적인 제안자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한국전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공식적인 평화협정 목표를 향한 크지 않은 조치가 되겠지만, 별도로 추진하기보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을 제한하는 첫 번째 미-북 합의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전선언의 상징성을 부각하며 ‘무해’하니 합의하자는 제안은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조치를 그럼 왜 억지로 추진하느냐는 반박에 부딪힌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 정부 관리들은 종전선언의 장점을 설득하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별 의미 없는 정치적 문서이니 서명하자고 제안한다”면서 “그런 논리라면 종전선언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묻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회의감이 확대되는 중요한 이유는 종전선언을 누구보다도 반대하는 쪽은 오히려 북한이라는 전직 미 협상가들의 증언 때문이다.

북한 고위 당국자들과 수년간 협상을 진행했던 전 미 외교 관리들은 북한조차 종전선언의 가치나 필요성을 일축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해왔다. 북한이 이따금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을 암시해왔지만, 미-한 동맹과 주한미군, 미국의 전술·전략 무기의 존재라는 북한의 실질적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는 한 그런 선언은 공허한 성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북한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종전선언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완화해주려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상징”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관점에서도 종전선언은 그저 말에 불과할 뿐 북한의 두려움이나 주한미군에 의해 뒷받침된 한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무부와 미군에서 한반도 전략을 다뤘던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단지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와 아무 관련 없는 공허한 조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미-한 동맹 폐기 주장에 힘을 실어줄 훨씬 위험한 기만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한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북한은 미-한 동맹과 미군 주둔을 종식시키려 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이 미-한 동맹과 주한미군의 근거를 제거할 것이라고 믿고 이를 목표 달성의 한 수단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사 명예회장은 더 나아가 “종전선언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유엔군사령부를 폐쇄하려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까지 이용당할 것”이라며 “그 길로 가다가는 얻는 것은 거의 없이 너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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