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시[5] 리스본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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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시[5] 리스본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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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끝 향수의 고장

^^^▲ 대륙의 끝 향수의 고장, 리스본
ⓒ 박선협^^^

"여기 대륙은 끝나고 대서양이 시작된다."

이것은 시인 카모잉스(L.Vazde Camoens)의 말이다. 이렇게 이 나라 포르투갈은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最西端이며, 대서양이 시작되는 유럽의 변방이다. 그러나 옛날 해양국으로 그 이름 떨치던 나라,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가지고 떵떵거리고 살던 나라, 지금은 가난하게 살지만 한때 그렇게 융성했던 나라다.

이 나라는 또한 카톨릭의 나라라서 모든 것이 건실하고 검소하다. 특히 여성들의 화장이나 옷차림이나 그 생활모습이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볼수없는 실팍한 모습이다. 비록 시골 냄새가 풍기기는하지만... 가난한 탓도 있겠지만 소박한 모습은 친밀감이 가서 좋다. 건강한 맛이 있어서 좋다. 피곤한 감이 없어서 좋다. 그리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 그러나 여행자들에겐 좀 화려한 곳이 있는 것이 좋다. 은연중에 그냥 흥겹게 놀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리라.

좋은 술, 아름다운 여자, 마음 놓이는 장소, 즐거운 노래, 리크리에이션을 들길 수 있는 밤이 있는게 좋다. 물론 이 나라는 유럽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주가 나는 나라다. 그 질에 있어서, 종류에 있어서 포도주하면 포르투갈! 이렇게 우스개 소릴 할 만큼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는 나라다. 그러나 밤이 어둡다. 우리나라같은 어둠은 아니더라도 유럽에선 밤이 어두운 나라다. 그만큼 여행자에겐 심심한 나라지만 호텔값이 그처럼 싼 나라는 또 없다.

스페인도 호텔값이 싸기는 마찬가지지만, 바르셀로나 올림픽으로 깡충 뛴데 비해 이곳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의 호텔값은 참으로 싸다. 5~6불이면 우리나라 7만-8만원짜리 방만큼이나 깨끗하고 언정된 넓은 방을 얻을 수가 있다. 서비스도 좋고 식사도 좋다. 그리고 이 나라엔 생선요리가 많다. 맛 또한 일품이다. 역시 해양의 나라라 그런게 아닌가 싶다. 과일도 좋다. 포도외에 여러 종류의 실과들이 풍부하게 입맛을 돋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로 약 1 시간만 가면 시카벰이라는 국제공항에 닿는다. 김포공항만한 다소곳한 공항이다. 역시 유럽에선 그 품위가 떨어지는 공항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손하고 친절하다.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의 자동차 값도 생각한 것보다 싸다. 불과 2천원 정도. 수도의 이름 리스본(Lisbon)은 페니키아 말로 " 상쾌한서울-수도"라는 뜻이라 한다. 인덕위에 세워진 이 리스본은 과연 나무가 많고 공기가 맑은 상쾌한 도시다.

"리스본은 7 개의 언덕위에 세워졌다. 따라서 언덕 길, 고갯 길이 많다. 좁은 길을 기어오르둣 케이블카가 오르내린다. 아주 급한 장소엔 엘리베이터가 있어 사람들을 운반한다. 포르트갈 사람은 비탈에 도시를 만든다는 정설定說까지 있다. 포르토 Porto나 코임브라 Coimbra가 그러한 도시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붉은 색, 갈색의 지붕들이 빽빽한 리스본은 파리나 런던에서 보는 것 같은 역사의 중후감은 없다.

그것은 리스본 동부 알파마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구地區가 1755년에 있었던 대지진으로 파괴된 탓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옛 리스본의 모습을 보려면 알파마지구를 방문해야 한다." 이렇게 안내된 가이드 붘을 읽으며 리스본 시가지를 구경한다.

남국의 정취 흐르는 붉은, 갈색지붕

시가지 가장 높은 언덕위에 12세기 무어인이 세웠다는 고성古城이 남아 있다. 이름하여 산 조르헤 성채城砦. 알파마지구의 꼬불꼬불한 급경사의 비탈길을 더듬어 오르면 거기 시원한 대서양 바람이 부는 훤한 성터가 있다. 그곳엔 공작새들이 방육되어 있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엔 현모양처형의 포르투갈 여성들이 꼬마들을 놀게하고 뜨게질을 하고 있다. 거기만 해도 관광객들이 뜸하다. 성벽의 줄을 따라 놓여져 있는 구식 대포들, 그 길고 녹슨 포신砲身들이 고성다운 인상을 깊게 해 준다.

내려다보면 붉은 색, 갈색의 빽빽한 기와지붕들이 남구적 흥취를 돋구어 주며, 길게 대서양으로 흐르고 있는 타호강의 하구河口가 보인다. 대서양인지 하구인지 모르는 넓고 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쏘이며, "아~!, 여기까지 왔구나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참으로 머얼리 왔구나!" 하는 생각에 그 옛날 교통이 불편하던 시대를 생각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시정에 젖어든다. 지금 나는 내 회상의 여로에 앉아있다. 지금 나는 내 미래의 회상에 앉아 있다. 내일의 어제를 지내며 그 어제가 될 오늘을 대서양 몰가에서 손을 적신다.

경승지 리수본 근교

리스본 시가지 중심을 언덕으로 자유가도 Avenida da Liberdade가 있다. 그 장거한 모습에 우선 놀란다. 1640 년 스페인 지배로부터 해방이 된 기녑으로 만들었다는 길이 1천5백미터, 폭 90미터의 공원같은 경사진 직선도로, 이 도로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나라에 공헌한 사람들의 기념상들이 줄지어 있다. 어느나라나 자기네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한결같겠지만 이 기념도로는 그 규모가 파리의 상제리제보다 웅장한 감을 가지게 한다. 이 어마어마한 길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면 구 시가지가 된다.

로시오 Rossio광장, 코메르시오 Comercio광장, 알파마 Alfama 등, 이곳은 리스본의 중심가의 중앙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전차가 다니고, 자동차가 다니고, 버스가 다니고, 관광객들이 줄지어 다닌다, 세상 사는 것 같은 번화함이다. 그러다가 이 거리 끝 타호Tajo강 기숡으로 나온다. 그 광장이 개선문이 높이 솓아있는 코메르시오 광장이다. 동,죠옹 1세의 기마상이 웅대했던 옛 포르투갈을 시위하고 있다.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이 강물, 결국 이 물이 대서양의 물이다, 머얼리 건너다 보이는 섬엔 십자형의 거대한 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섬과 육지 사이엔 길고 긴 다리가 걸려 있지 않은가. 유장한 자연에 유장한 인공이라니 . 거대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이윽고 밤이 된다. 호텔로 돌아와 성에서 내려다보던 광경을 시로 기록하면서 포르투갈 포도주를 한모금 혼자 따라 마신다.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타호강
그리고 그 하구에 펼쳐져 있는 대서양
십자탑과 나 사이에 하늘이 있다
옛날을 그리는 대포들
띄엄띄엄
그 자리에 있고
성안에서 입을 맞추는 관광객
비둘기가 난다.


강매하지 않는 상혼

혼자서 포도주를 마시다가 다시 밤거리로 나간다. 역시 로시오 광장이 제일 번화한 곳이다. 낮엔 비둘기떼들로 가득했지만 밤엔 여정에 들뜬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토착인인 리스본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부지런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지의 처억척 달라붙는 광경처럼 강매하질 않는다. 기분좋게 한잔, 두잔, 서너잔 하곤 또 자릴 옮겨서 한잔, 두잔, 서너잔, 이 나라의 밤은 조금은 컴컴하지만 치안이 확보되어 있어서 위험하지가 않다. 불안하질 않다.

특히 여행자들에겐 친절하다는 글을 읽고 들어가서 모든 걸 안심하고 이곳에서 한잔, 저곳에서 한잔, 이것이 유럽에서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고 밤 늦게 까지 한잔, 또 한잔..... 술값이 싸서 좋다. 에누리를 하지 않아서 좋다. 바가질 씌우지 않아서 좋다. 항상 친절하고 미소지으니 좋다. 그래서 한잔 또 한잔, 그러나 역시 술은 고급 취미며, 고급 예술이며, 고급철학이며, 고급생활이다. 그렇게 술을 마셔야 한다.

고급물건이며 고급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마시려면 고급친구가 필요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서 마시는 게 좋다. 이날 내가 마신 포르투갈의 포도주는 생전 처음으로 많이 마신 술이다. 리스본을 마침내 나의 수도, 나의 서울처럼 혼자서 마시고 돌아 다녔다. 그 상쾌한 고독, 그 자유로운 혼자!

나를 모르기때문에 나르 풀어놓고, 나를 마시며 도는 그 리스본, 참으로 술은 아름다운 즐거움을 주는 벗이다. 실연도 고쳐주고, 좌절도 고쳐준다. 무기력도 고쳐주고, 항상 혼자라는 그 외로움도 고쳐준다. 사람이 사람으로 돌아가는 그 길을 알려주고, 그 힘도 길러준다. 그렇게 사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 그러나 무서운 것은 의지의 좌절이다. 술이 주는 교훈을 따라가지 못하는 그 능력의 부족이다. 사랑스런 늙은 조강지처 같은 이 리스본, 포두주로 정신의 새로룬 피를 만들곤 또 떠난다. [다음은 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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