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기업공개(IPO)신청서에 기재된 내용들이 상세히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총 30억달러(3조3000억원)에 대한 손실을 만회하려 한다는 정도로 이해한 듯했다.
그러나 최근 상장신고서의 내용을 보면서 쿠팡이 왜 한국거래소가 아닌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론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사실로는 크게 3가지 점을 들 수 있다.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쿠팡 이사회 의장의 보수, 차등의결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즉,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과 비상장사 CEO로서 받은 보수를 상장 후에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차등의결권이 보장되지 않아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점 등이 쿠팡을 한국거래소가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된 이유인 것이다. 이 중에서 차등의결권 불인정 문제는 우리 자본시장 발전에 치명적인 결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쿠팡의 김 의장은 29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부여되는 클래스B 보통주식을 소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에서 상장하는 경우 김 의장이 지분의 2.3%만 소유하면 모든 M&A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사회가 존재하는 만큼 독단적으로 김 의장이 결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사모펀드 등의 위협으로부터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에 쿠팡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김 의장의 경영권은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쿠팡의 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명단에 김 의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37%) 등 5% 이상 소유주주들의 대부분이 투자전문기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 선임규정이 도입돼 3인 이상인 감사위원인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이 3%로 제한되어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외국계 자본 등 소액주주들이 연대하기만 하면 이사회 구성원 중 3인 이상을 자기측 인사로 선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으로 자회사 등을 통한 사업의 다각화도 어려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쿠팡이 고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4일 “이번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우리나라에서 탄생해 발전한 기업의 성장이익을 외국인들이 향유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주범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만 하고 차등의결권 등과 같은 경영권 보호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법이 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 상장이 미국에서도 2014년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국회사 IPO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한다.
바른사회는 “최소한 수백억 달러대의 외환 보유 기회를 우리 스스로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다가오는 3월 임시국회 때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규정을 도입하는 상법개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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