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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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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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는 나의 힘 (2002) 포스터^^^
(1)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 누나 편집장님이랑 자지 마요

"누나 편집장이랑 자지 마요. 정 자고 싶으면 나랑 자요. 나도 잘해요"
원상은 성연에게 애달픈 마음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면서, 성연을 꼬옥 안는다. 그러나, 성연은 그런 원상을 보면서 피식 웃을 뿐이다. 원상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질투였을까. 이 질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시종일관 우리를 괴롭히고, 영화가 끝난 후까지도 그 질문은 해결되지 않아 끝내는 원상이 어떻게 질투를 한 것인지를 다시 곱씹어보게 한다.

(3) 원상의 기록의 대상, 윤식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늘, 질투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적인 편견은 남녀간의 사랑이다. 남자든 여자든 어느 한쪽이 질투를 하게 되면 한쪽은 삐져있게 마련이고 한쪽은 그것을 풀어주느라 진땀을 빼는 것이 기본적인 스토리이다. 그러나,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질투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가 다 끝나기 전까지는 제목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 막연하게 상상만 할 수 있을 뿐 그것이 진정으로 왜 질투가 나의 힘이 되는 것인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한 듯 하면서 곳곳에서 폭발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니까, 가슴아픈 웃음이라고나 할까.

원상은 편집장 윤식의 총애를 받아 기사노릇을 비롯, 그의 모든 일들을 대신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즉, 원상은 윤식의 모든 삶을 기록하는 기록자이다.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은 원상은 편집장의 주변을 맴돌면서 윤식의 삶 자체를 동경하고 윤식을 닮아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가면서 원상의 삶이 과연 복수였는지 동경이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한다.

(4) 탄식밖에 없는 생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원상은 유학도 포기한 채, 윤식과 더욱더 가까워진다. 원상은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지만 그러나 그가 살아온 날들은 점점 더 편집장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길을 뜻대로 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머뭇거'리는 원상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5)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어쩌면,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원상은 질투를 삶의 이유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람 안 피고 아내한테 못하는 남자보다 바람 피면서 아내한테도 잘하는 여자가 백번 낫다"는 편집장의 이 색다른 해석에 동의의 미소를 보낼지도 모른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집장에게 이미, 두번이나 자신의 존재의미를 빼앗긴 원상은 가장 잔인한 '복수'를 위해 이 모든 계획을 꾸몄을지도 또 모를 일이다.

(6) 질투는 나의 힘

어쨌든, 새로운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그 분위기를 잃지 않는 가운데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보너스인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를 보던 어느 순간, 내 맘 속에 들어차 답답해진 그 순간의 기억은 아마도 원상이 엮어낸 "질투의 힘"이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누구도 원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끝나갈 때쯤 어쩌면 원상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도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질투가 마음 속에 가득 차, 저런 식의 질투를 해보고 싶다는 유혹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세상은 단순한 이분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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