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가짜 술 파동으로 양주만 보면 병 뚜껑에서부터 밑바닥까지 훑어보던 습관을 가진 주당들이 제법 눈에 띄었던 때가 있었다. 나름대로는 방법론이라며 만져보고 뒤집어보고 흔들어도 봤지만 얼마를 찾아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주당 세계에서는 뒤집어 술병 바닥에 달라붙는 술 방울을 본다던가, 병 뚜껑의 흠집을 비교해 본다던가. 벽면 쪽에서 기포가 생기는지 확인한다던가 하여간 별의 별 방법이 다 동원됐다. 그러나 주당생활 25년 구력의 나 역시도 가짜를 한번도 골라내지 못했으니 그동안 본의 아니게 후까시 술 몇 번은 마셨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주당들의 건강과 올바른 음주문화 토착을 위해 가짜 양주의 현실을 한번 들여다 볼까한다. 술 이야기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내가 모른 척 하는 것은 주당선생님들이나 주포스맨들에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 입을 좀 빌려 봐야 할 것 같다. 보통 가짜 위스키 제조는 업소에서 버려지는 유명 브랜드의 빈 병을 수거해 다른 저급의 위스키에 붓고 미리 인쇄된 레이블과 루땡(비닐)을 붙인 후 업소에 공급하는 방법(이 경우는 포장박스는 물론이고 납세필증, 상표까지 정교하게 위조돼 전문가도 알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음). 또 하나는 한 번 이상 사용한 병에 다른 내용물을 넣거나 마시다가 남은 술을 모아서 채워 넣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손님이 먹다 남은 위스키에 다른 술을 함께 섞어 파는 일명 리필주가 있다.
일단 양주를 마시려 간다면 다음 몇 가지를 조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몇 병을 마시면 공짜로 한 병 더 준다는 곳, 마치 지배인 권한으로 한 병 값을 빼 주겠다는 곳, 이런 유형은 공짜가 바로 낚시 밥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술김에 들어갔다면 2차 적으로 병 뚜껑은 직접 개봉하는 것이 옳다. 후까시, 리필주의 대부분은 한 번 이상 사용한 병을 재사용 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정교하게 위조했더라도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정도의 흠집이 있다는 것이 술 공장 선생님들의 조언이다.
그런데 이런 술들은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당들이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을 때, 아니면 밴드가 들어와 술이 들랑날랑 하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많이 행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미각과 후각이 둔해져 제대로 맛을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다면 단골집에 가는 것이 정석이다.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속담도 있지만 그래도 아는데 가서 속는 것이 속이 덜 쓰리지 않겠는가. 결론은 술 취한게 죄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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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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