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문화의 파급효과는 피라밋 조직보다 수십 배 빠르다.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 나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외국에까지 초스피드로 전파되는 괴력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 일이다. 꼭 참석해야 했을 그런 자리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됐는데 처음 참석한 모 인사께서 생소한 폭탄주를 돌렸다는 전갈이 왔다. 아폴로 13호라고 하는데 혼이 났다는 것이다.
참석한 주포스맨들의 면면이 그래도 술판을 그냥 지나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들인데 한결같이 혼이 났다고 하니 궁금증이 유발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도 한 두 잔에 모두 두 손을 들었다고 하니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폴로 13호는 주당세계서 간간히는 회자됐지만 그래도 대중화되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따라서 제조법을 공개 대중화하던지 사양화시키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고자 함이다. 혹시 술을 잘 할 줄 모르는 선생님들께서는 미친놈들이라고 욕 하실지 모르겠으나 알아두면 큰 손해 볼 것 없다고 사료된바 이를 공개 하니 자세히 보시기 바라나이다.
아폴로 13호는 일단 아폴로를 연상해야 한다. 잔이 쌓아진 모습이 아폴로 같다고 해서 창안자가 붙였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장 밑에 접시를 깔고 그 위에 맥주가 3분의2 쯤 담긴 언드락 잔을 놓고 그 속에 양주를 가득 채운 양주잔을 빠트린다(여기까지는 기본적인 폭탄주와 다를 바 없음). 다시 그 위에 나무젓가락 두개를 얹고 빈 언드락 잔을 올려놓는다. 그 위에 다시 나무젓가락을 놓고 마지막으로 양주를 가득 채운 양주잔을 올린 후 양주잔을 중심으로 맥주를 따른다. 빈 언드락 잔에 술이 가득 찰 때까지 술을 따르면 아폴로 13호 제조는 끝이 난다.
보통 이렇게 제조기법을 이야기하면 "뭐 별 것 아니네"하고 혀를 찰 주당들이 부지기수라고 본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걸려 있다. 누가 가장 빨리 마시느냐 하는 것이다. 서투른 동작으로 술을 흘리면 접시에 남은 것까지 다 마셔야 한다. 정확하게 따지면 폭탄주 두 잔 정도에 불과한 것인데 말보다는 마셔봐야 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속도는 모 방송국의 모 기자로 7초대를 간파하고 있다. 놀라운 실력임에는 틀림없다. 술에 장사 없고 술판의 객기 또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는 하나 조만간 한판 붙어 볼 작정이다. 이왕지사 술 이야기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당이니 새로운 타이틀을 그냥 두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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