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왕암'이라카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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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왕암'이라카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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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기공원”

 
   
  ^^^▲ 대왕암문무대왕 수중릉이 아니라 문무대왕비 수중릉이다
ⓒ 울산광역시 동구청^^^
 
 

"썩어가는 나무토막 같은 이기 고래 턱뼈란 말이오?"
"그래. 이 턱뼈는 1984년 2월에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잡힌 참고래의 턱뼈인데, 길이가 자그만치 19m나 되었다고 하더만."
"근데 그 고래하고 이곳하고 머슨 상관이 있는교?"
"이곳 방어진은 고래잡이 고장이었잖아. 그래서 그 고래 턱뼈를 이곳에 세웠겠지."

울산에서 방어진으로 가는 길을 따라 한동안 달리다 보면 마치 괴물 같은 철탑덩어리 곁으로 좁은 수평선이 보이면서 송림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이 하나 보인다. 좁은 수평선? 그래. 그 좁은 수평선에 쪼그리고 앉아 오늘도 여름을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는 듯 자꾸만 하품을 하고 있는 저 곳은 일산해수욕장이다.

그 해수욕장 오른편, 그러니까 일산해수욕장의 수평선을 답답하게 가로막고 있는 야트막한 산, 그 산이 바로 면적이 무려 28만 평이나 된다는 울기공원이다. 이 울기공원 안에는 울기등대를 비롯한 고래요골, 대왕암, 용굴, 남근바위, 탕건바위, 자살바위, 처녀봉 등이 오늘도 동해의 검푸른 물을 촐싹이며 세수를 하고 있다.

울산 동구 일산동 산 907번지. 가없는 수평선이 밀어내는 크고 작은 파도를 하얗게 포말 지우고 있는 울기공원은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다에 묻혔다는 대왕암이 있어, 대왕암 공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몇 년 전에는 대왕암 입구에 고래 턱뼈를 세워놓아 이곳이 예로부터 고래의 고장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재! 맛있는 번데기 좀 사 가이소. 안에 가모 아무 것도 살 수가 없심더."
"이거는 얼마요?"
"구워드리까예? 올해 나온 햇오징어가 돼서 맛이 기똥찹니더."

울기공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길 양쪽에 쭈욱 늘어선 가게 앞에서 손님을 부르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구수한 경상도 말이다. 애써 그 아주머니들의 호객소리를 뒤로 한 채 그 골목을 벗어나면 이내 6~70대 남짓한 할머니들이 번데기와 오징어, 오뎅, 떡볶기 내음을 풍기며 길을 막아선다.

어쩔 수가 없다. 결국 주름진 그 할머니들에게서 번데기와 오징어 두어 마리를 시중가격보다 서너 배 가까이 비싼 값에 사들고 울기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울기등대와 대왕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인공으로 만든 모난 자갈이 수북히 깔려 있다. 구두를 신고 걷기에는 몹시 불편하다. 하지만 길 왼편에는 1백년 이상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마른 담쟁이덩쿨을 비늘로 삼아 마악 용트림을 하고 있다.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나무벤치도 더러 보인다.

 

 
   
  ^^^▲ 울기공원 입구에 늘어선 벚꽃과 대왕암 입구에 세워둔 고래 턱뼈
ⓒ 울산광역시 동구청^^^
 
 


"이 곳이 서생에 있는 간절곶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라고 하더만. 하지만 간절곶보다 꼭 1초가 늦대."
"아니, 근데 저 솔숲에서 쏴아, 하고 들려오는 저 소리가 파도소리가 아인교?"
"여기서는 솔바람 소리가 곧 파도소리요, 파도소리가 곧 솔바람 소리이니라."
"왔다메. 누가 헹님 보고 시인 아니랄까 봐서 그라능교?"

울기등대가 바라다 보이는 길목 오른 편 아름드리 솔숲에서는 쉴새없이 밀려드는 파도소리로 요란하다. 군데군데 보이는 개나리와 목련들도 어느새 꽃잎을 모두 떨군 채 초록빛 눈동자를 번들거리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흡사 진달래를 닮은 연분홍 철쭉들이 꽃잎 속에 찍힌 점들을 슬쩍 가리며 진달래처럼 수줍게 웃는다.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안 쪽으로 가장 뾰쪽하게 튀어나왔다는 울기공원. 이 공원에 설치된 울기등대는 1906년(고종 43년, 광무 10년), 노일전쟁 당시에 우리 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항로표지소다. 이 등대는 22만 촉광으로 21마일의 해역까지 비추어주는 동해의 길라잡이다.

이 울기등대를 옆에 내려두고 울창한 송림을 빠져나오면 이내 끝없이 출렁대는 동해의 수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하늘과 몸을 마주 대고 파랗게 흔들리고 있는 검푸른 바다, 한동안 넋이 나간 듯 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자신이 허공에 붕 떠있는 것처럼 아찔해진다. 여기가 어딘가. 공업도시 울산에도 이런 별천지가 있었더란 말인가.

"공룡들이 줄줄이 바다에 엎드려 물을 마시고 있는 것 같구먼."
"근데 와 대왕비암이라 안카고 대왕암이라 카능교? 햇갈리구로."
"그건 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왕암이라고 하면 문무대왕 수중릉을 떠올리니까, 네 말대로 대왕비암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 대왕암공업도시 울산 곳곳에도 절경이 가득하다
ⓒ 울산광역시 동구청^^^
 
 

거대한 공룡들의 겨드랑이 사이에는 현대에서 놓았다는 철교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이 철교 위에서 발을 굴리면 철교가 마구 흔들린다. 현기증이 인다. 그래. 이 철교가 끝나는 자리에 어깨를 떡 버티고 서 있는 저 붉으스럼한 바위가 바로 대왕암이다. 이 대왕암은 용추암 또는 댕바위라고도 부른단다.

왜? 용이 승천하다가 이곳에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그럼 댕바위는? 댕바위는 문무대왕의 비가 죽어서 문무대왕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이 바위에 잠겼다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또 다른 이름은 없어? 금강암이라고도 불러. 금강암은 이 바위에 구름이 피어오르거나 고둥이 기어오르면 비가 올 징조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대.

"저 아래 바닷물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저 바위가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라고도 하더만."
"어디요?"
"저어기 대문짝처럼 보이는 저 바위 말이야."
"그라모 저 방구(바위)로 열어보았능강?"

그 외에도 바위가 남근을 닮았다 하여, 그 바위를 쓰러뜨리려다 변을 당할 뻔 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남근바위, 그 남근바위를 수줍은 듯이 바라보고 있는 처녀봉, 청룡이 살면서 어부들의 뱃길을 어지럽히다가 용왕의 진노를 사서 굴 속에 갇혔다는 그런 전설이 서려있는 천연동굴 용굴, 그 곁으로 줄줄이 서 있는 자살바위, 탕건바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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