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태국 ‘동굴의 기적’과 한국 ‘세월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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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문칼럼] 태국 ‘동굴의 기적’과 한국 ‘세월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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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명확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발 빠른 대처 실패, 사고 현장 리더의 책임감 결여

 ▲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뉴스타운

어두 캄캄한 동굴 안 햇빛 한 줌 없는 곳에서 18일간 버틴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이 전원 생존한 상태로 구조되었다. 이 영화 같은 일은 실제 태국에서 일어났다. 이른바 ‘동굴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 야생 멧돼지(태국어로 무 빠)‘의 얘기다.

청소년 11살에서 16살 사이 남학생 12명과 축구 코치 엑가뽄 찬따웡(25) 등 13명이었다. 이들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앙 동굴에서 고립되었다가 18일 만에 전원 구조 되었다. 이들을 구조하려고 몰려들어 도움을 준 사람들은 무려 1000여명이 넘는다.

소년들의 실종이 알려진 후 태국과 미군의 잠수대원들이 수색에 나섰고, 영국 잠수사와 호주 의사 등 수십 명의 전문가가 파견돼 국제적인 구조팀이 꾸려졌다. 특히 구조를 진두지휘한 나롱삭 치앙라이 주지사와 구조과정을 실시간으로 SNS에 전달한 태국 해군은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 기적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소년들을 동굴로 데려간 건 ‘야생 멧돼지’ 팀의 코치 엑까뽄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3일 축구 훈련을 마친 뒤 구경을 하러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폭우였다. 일주일 넘게 비가 내려 동굴은 잠겼고, 소년들과 코치는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입구에서 5km 떨어진 동굴 내 가장 넓은 공간인 ‘파타야 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실종 초기 엑까뽄은 “아이들을 왜 동굴로 데려갔느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조가 시작된 이후 “코치가 아이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주해 탈출했다”는 오보가 나면서 비난은 포화 상태가 됐다.

그러나 먼저 구조된 아이들의 증언은 달랐다.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코치덕이었다. 파타야 비치에 아이들을 올려준 것은 엑까본 코치였다. 과자를 쪼개 하루 먹을 양을 정했고,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맑은 물을 마시라고 알려줬다.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 그는 아이들을 모두 내보낸 후 가장 마지막에 구조됐다.

이 부분에서 오버랩되는 우리의 아픔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선 아이들을 배에 남겨둔 채,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장 등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 음성을 남긴 채, 속옷 차림으로 해경 함정에 올라탔다.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 선장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열흘 만에 바깥 세상과 연이 닿은 소년들이 먼저 내뱉은 말은 “고마워요.” 이 음성을 처음 들은 건 영국인 잠수사 두 명이었다. 영국·호주·​중국·​일본 등 다국적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구조 작전을 실행한 주역은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다. 태국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수천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또 전 세계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댔다.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밤낮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는 나롱삭 치앙라이 주지사였다. 나롱삭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구조계획을 총괄했다. 당초 쇠약해진 소년들이 수영해 동굴을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구조를 장기화할 걸로 예상했지만, 주지사는 구조를 강행했다. 폭우가 다시 한 번 예상돼서다. 

수위가 높아지면 동굴 내 산소가 사라져 잠수사들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롱삭 주지사는 “모든 게 준비됐다. 우리는 모두를 구조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말했다. 태국의 기적을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고, 이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절대 잊히지 않는 그날이 생각나서다. 아이들이 물속에 고립됐다는 점에서 결이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명확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발 빠른 대처 실패, 사고 현장 리더의 책임감 결여. 수백명 청춘의 목숨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그 날, 우리 사회가 기적을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심지어 대한민국 청와대에서는 세월호를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수장시킬 계획도 세웠다고 하니 한 여자의 권력욕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든 한국과 태국의 동굴의 기적은 분명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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