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한잔씩 마시기 시작한 소주를 몇 병째 혼자 마셨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작부가 나타났다. 성호는 작부에게서 연민 같은 것을 느꼈다. 작부도 이젠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월이 그를 늙게 했고 모든 것을 빼서간 것 같았다.
그러나 작부는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옷차림과 화장한 얼굴이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얼굴의 주름살을 위장하려고 한 모습이 여기저기에 나타나 보였다.
크림이나 분으로 가려지지 않는 주름살을 어떻게 하든지 없애 보려는 노력 때문에 얼굴은 백지장같이 희게 보였다. 윤기 없는 얼굴은 더욱 탄력이 없게 보였고 화장품으로 얼굴을 도색하고 있었으나 누가 보아도 늙어 간다는 것을 느끼기기에 충분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뻔뻔함과 잘난 체하는 버릇은 여전해 보였다. 작부의 아름다운 시절이 지나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자만에 빠져 있어 보였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광부와 농부, 누구든지 돈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었고, 남자들은 작부의 얼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예전처럼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냥 작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든지 자만에 빠지면 위험하다. 자기가 최고이고 모든 것이 자기 것으로 보이며, 물욕에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작부는 그러한 자기도착증에 깊게 빠져있었다. 그래서 거울 앞에서 늙어 있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당신은 나를 이해 할 수 없어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지,”
“그렇지 않아요, 그 것은 자기가 하기 나름이지요,”
작부를 쫓아다니는 남성에게 늘 그렇게 말했다.
작부의 말이 옳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작부는 돈을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남자들에게 주지만 언젠가는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도장에 춤을 추러가서 남자가 측은대거나 몸을 더듬으면 묘한 행동과 미소를 지며 최대한의 약점을 찾아내어 유혹을 한다. 돈이 있는지 여부와 인색하지 않은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자기에게 놀아날지를 계산하는 일을 신속하게 파악한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내를 접근한다. 잘 못 판단했거나 돈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무쪽 자르듯 잘라 버린다. 좀 돈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면 찰싹 들어붙어 가진 애교를 부리며 돈을 뺏어 내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언제 그를 보았느냐는 식으로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나를 사랑한다고,”
“그래 끝까지 사랑해 줄게,”
“끝까지?, 집에 마누라가 있어 보이는데,”
“상관없어,”
“호호호, 우습다. 남자들이 여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죠, 나를 사랑한다고?, 웃기지 마세요, 나를 갖고 싶은 욕심이 있을 뿐이지요, 나 역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작부는 노골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이유를 말하며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말했다. 거기에 잘난 체하는 뻔뻔함과 욕심이 있었다.
자기가 최고로 잘난 미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공주병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모든 남자를 자기 마음대로 요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침실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할 것인가를 저울질하며 남자를 유혹했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돈을 요구했고 남자의 최대 약점을 찾아내 이용했다. 그래서 작부의 돈지갑은 점점 채워졌다. 그러나 세월과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 얼굴에 분을 점점 많이 바르고 예쁘게 보이려는 위장을 했지만 주름살이 늘어갔고 어딘지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변해 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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