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가져온 레지가 인사를 하며 앞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며칠 전에 우연히 광호 형이 작부의 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며 언제쯤이었는지를 재차 물었지만 확실성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 좋은 소식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차를 급하게 마셨다. 눈인사를 하고 작부를 만나 볼 생각으로 다방에서 나왔다.
택시를 탔다. 술청에는 손님이 없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작부도 출근하지 안았다. 일을 하는 젊은 처녀가 아직 장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별로 반갑지 않아하는 표정이었다.
성호는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주문한 것을 가져다주었다. 일하는 아이는 아직 어린 소녀티를 벗어나지 못해 보였다. 그렇지만 열심히 그릇들과 소도구를 닦고 마룻바닥 청소를 했다.
젊은 처녀가 술집에서 일하는 것이 측은하기도 하고 매우 걱정이 되기도 했다. 술집에 미성년자를 고용해서는 안 되지만 작부가 인건비가 싸다는 생각에 채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작부뿐만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들이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취업을 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학대를 받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술좌석에 불려가서 술을 따르고 노리개 감이 되기도 한다.
몇 푼의 용돈 때문에 스스로 몸을 파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매스컴에서 낫 뜨거운 보도가 있었다. 일부 공직자들이 회식을 하면서 술자리에 젊은 여성들을 불러서 유흥을 즐기다가 단속 경찰들에게 발견되어서 망신을 당하는 장면들이 보도되었다.
참석한 자들 중에는 대머리가 훌렁 벗어진 노인에서부터 다소 젊은 남자들까지 있었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추태를 불렸던 장면들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성호는 그 것을 보면서 자기 딸 같은 아이들하고 저런 짓거리를 했다고 생각하니 이제 사회가 무너지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서운 세상으로 변해 가고 모든 것이 파괴되어가고 있어서 겁이 나기도 했다. 하기야 남 생각할 것도 없다.
형이 저지른 범죄를 생각하면 다른 사람 이야기 할 것도 없다. 형처럼 요즘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인다. 얼마 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은 기가 차다 못해 말문이 막힌다. 사람을 닥치는 데로 찔렀다. 무려 여섯 명이나 상해를 입히고 돈을 갈취했다.
그런데 강도짓으로 훔친 돈이 겨우 몇 십 만원에 불과했다. 돈 몇 푼 때문에 사람들을 그렇게 다치게 하고 그 중에 두 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자살도 삐끗하면 한다. 여학생이 수능점수가 적게 나왔다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서 죽었다.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야단을 쳤는데 그대로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려 죽기도 했다.
기업인들이 검은 돈을 주고받으면서 위기에 몰리자 자살을 한다. 부모도 그렇다. 아이가 매일 컴퓨터만 들여다본다고 고층아파트 위에서 단말기를 밖으로 내 던졌다. 지나가던 사람이 크게 다쳤다.
젊은 사람이 취직이 안 된다고 화가 나서 별 짓을 다했다. 남의 자동차 몇 십대의 다이아를 펑크 냈다. 술을 마시다가 화가 나서 사소한 일로 싸우고 네 편과 내편을 만든다. 인터넷에 블랙사이트가 1천만 개가 넘는다.
자살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광고를 버저시내고 극약을 파는 사이트도 있다. 외국인들이 마약과자를 인터넷에 거리낌 없이 올려놓고 판다.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자기들 나라로 도망가기도 한다.
무엇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성호는 그런 저런 생각을 하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세상이 바로 보이지 않아서 모두가 비정상적인 인간들만 사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더 한심한 일로 양념 통에 오줌을 누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보도되었다. 그게 무슨 짓인가 해서 아나운서의 말을 들어보았다.
세입자를 몰아내기 위해서 무려 열여섯 번이나 그런 짓을 했다. 그렇게 해서 세입자를 쫓아내고 자기가 장사를 하려고 그렇게 했다. 세상에 양념 통에다 자기 성기를 대고 오줌을 누다니,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기가 막힌다.
현대판 ‘베니스상인’도 있었다. 꾸어준 돈을 안 갚자 손가락을 잘랐다. 사회가 모두 그런 꼴이니 누구를 원망하고 나무랄 일도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고 자화상이다. 성호는 갑자기 “젠장 더러운 세상이야,”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젊은 처녀 아이는 물론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대낮부터 술주정인가 해서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성호는 술을 마시다가 답답해져서 미칠 것 같았다. 형이라도 바르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직장에도 못나가고 있다.
형을 찾는답시고 대낮부터 술집에 앉아서 소주를 퍼마신다는 생각이 들자 한숨이 나왔다. 성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져온 소주를 잔에 따라서 몇 잔을 단숨에 마셨다. 무관심을 보이던 젊은 처녀애가 걱정이 되었는지 성호에게로 닦아왔다.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잘 못하긴, 잘 못할게 뭐가 있어?”
“그런데, 왜 자꾸 저를 노려보고, 소리는 왜 질렀어요.”
“응 그래, 더러운 세상이야, 하나도 제대로 가는 것이 없어,”
“뭐 가요.”
“그래, 너도 다 큰 처녀가 되면 알아, 모두가 썩었어,”
처녀아이는 성호가 술이 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돌아서서 자기가 일하던 곳으로 가려고 했다. 성호는 “이봐요. 처녀아이,”하고 돌아서려는 처녀아이를 불러 세웠다. 성호는 처녀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공연히 오해받을 것 같아서 머뭇거리다가 억지로 참았다. “됐어요.”하고 불렀던 일을 얼버무렸다.
제대로 대답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공연히 아침부터 시비를 건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그냥 그만두고 술을 마셨다. 이런 저런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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