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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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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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는 계속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순경은 그렇다면 왜 도망을 쳤느냐고 대답해 보라고 말했다. 붙잡으러 오니까 도망을 쳤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경은 어안이 벙벙해 하는 듯 했지만 이내 태도를 바꾸며 자기들끼리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잠시 기다리자고 했다. 소리 지르며 뛰어오던 여인은 얼굴에 피가 떨어지는 것을 닦지도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늦게 도착했다.

여인은 광호를 보자 무조건 주먹부터 휘두르려고 했다. 광호는 의식적으로 주먹을 피하며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 나쁜 자식아,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왜 도망을 가,”
“내가 무얼 어떻게 했는데,”
“몰라서 물어, 개자식 같으니라고,”
“미쳤잖아, 저 여자가 사람을 잡아,”
광호 역시 미친척하며 시치미를 떼고 응수했다.

그러자 순경은 광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며 그 여인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보면 몰라요, 저 사람이, 나를 때려서 이렇게 되었어요,”
“사실입니까,”
“아니오, 때린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얼굴에서 피가 흐르지,”
그 때서야 광호는 쓰레기 봉지를 걷어 찾을 뿐이라고 말했다.

순경은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나서 상황 판단을 했는지 파출소에 가서 조사를 해 보자고 했다. 광호는 때린 일이 없다고 우기다가 할 수 없이 억지로 끌려가는 개처럼 순경을 따라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 안에는 몇 명의 순경들이 분주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자기 자리까지 온 순경은 광호의 호주머니를 또다시 천천히 뒤졌다. 그러나 역시 신분을 확인할 만한 것은 없었다.

약간의 돈과 친구의 집 주소를 적은 메모와 약도, 그리고 답배 값, 라이터 그런 것이 전부였다. 그러고 나서 순경은 여인에게도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여인은 부어오른 얼굴을 한 손으로 누르고 핸드백을 열고나서 신분증을 꺼내 순경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나서야 순경은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려는 듯 의자를 앞으로 끌어 다니며 자기자리에 앉았다.

광호에게 주소를 대라고 했다. 광호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 아무 주소 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술에 만취한 사람이 파출소 안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갑자기 아래옷을 홀랑 벗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기물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순경들은 민망하여 그 자를 말리는 일에 열중하게 되었다. 광호의 담당 순경까지 서너 명에 불과한 순경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 닦아가 옷을 입히는 일과 기물을 파괴하는 일을 막느라고 정신을 못 차렸다.

도저히 그런 상태에서 취조가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순경은 광호에게 백지를 한 장을 주며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 광호는 수갑이 채워진 손을 들어 보이며 풀어 달라고 했다.

담당 순경은 경미한 사건으로 보았는지 수갑을 풀어 주며 다시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 광호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술주정뱅이는 이제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나대기 시작했다.

거의 아랫도리는 완전히 노출되었고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밖에서도 보고 있었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여인은 그 모양을 처다 볼 수가 없었는지 아예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술주정뱅이는 유리창을 때려 부수고 자기 몸을 가해하며 죽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나댔다. 어디서 그러한 힘이 나오는지 세 명의 순경이 그를 말리지 못하고 방어만 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점점 파출소 안은 소란스러웠고 피해를 입은 여자도 어서 끝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냥 무덤덤한 상태로 앉아서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술주정뱅이는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던지며 무슨 원수가 진 듯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악을 썼다.

미친개처럼 나대는 술주정뱅이를 순경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 절절 매고 있었다. 그 사이에 광호는 어떻게 든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면 정문이 하나밖에 없는데 다투고 있는 그들을 피하여 도망을 간다는 것이 무척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은 좋은 기회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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