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3
스크롤 이동 상태바
도망자-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예쁜 꽃 모양을 한 머리빗을 꽂고 있는 것이 특이하게 빛나 보이는 것으로 보아 여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걷어찬 빈 깡통이 얼굴에 맞은 모양이었다.

여인이 쓰고 있는 안경에 정통으로 맞은 것 같았다. 대추나무 집 할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겁이 났다. 피가 흐르는 얼굴을 움켜 않고 있는 것이 아마도 안경이 깨지며 얼굴을 다친 모양이었다.

여인은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주저 않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더 가까이 닦아가 보니 여인은 짧은치마를 입고 있었다. 하얀 다리가 다 들어 나고 있는데도 가릴 생각을 못하고 아파서 쩔쩔 매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신발이 벗어졌는지 빨간 구두 한 짝이 벗어져 멀리 떨어져 있었다.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지만 광호는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자기의 신분 때문에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도망치기로 했다.

서서히 뒷걸음치다가 이내 뒤로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광호가 갑자기 도망을 치자 지금까지 죽겠다고 주저앉아 있던 여인이 언제 일어났는지 저놈 잡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쫓아왔다.

여인이 지르는 소리에 골목길이 갑자기 소란해지며 무슨 귀신 소리처럼 귀에 들려 왔다. 광호는 젖 먹은 힘을 다해 도망을 쳤지만 좁은 골목을 쉽게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말처럼 빠르게 도망치지 못했다. 골목길을 헤 메다가 벗어나 큰길로 접어드는 순간 순찰하던 순경과 맞닥트렸다. 뒤쫓아 오는 여인의 계속되는 비명소리에 눈치를 챈 순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광호는 할 수 없이 뒤로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여인 쪽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광호를 보고 소리를 더욱 크게 지르자,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여인은 더 큰소리를 지르며 도둑놈 잡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광호는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큰길의 다음 부록에서 갑자기 몸을 틀어 또 다른 골목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기에 바빠서 뒤를 돌아다 볼 수가 없었다. 잡히면 자기의 신분이 노출된다는 것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뒤를 바짝 쫓아오던 순경이 호각을 불었다.

호각 소리에 놀랜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도 하고 합세할 태세를 갖추는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 왔다. 이제는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든 비상사태를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미 지명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잡히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별것도 아닌 것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 미치자 죽기 살기로 내 뛰었다.

순경은 계속해서 서 있으라고 소리를 지르며 따라왔다. 그냥 앞만 보고 뛰던 광호는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달리는데 누가 갑자기 발을 걸었는지 앞으로 나아가 떨어졌다.

얼굴을 쑤셔 박으며 넘어지자 바짝 따라붙었던 순경에게 멱살을 잡혔다. 그리고 이내 수갑이 채워졌다. 별것도 아닌데 너무 크게 확대되었다. 순경은 무전기로 어딘지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광호의 아래위를 살펴보았다.

“왜 도망을 가, 서라면 서야지,”
“무서워서요,”
“무서워, 죄를 지긴 진 모양이군,”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하며 순경은 광호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주머니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신분증을 잃어 벌인지 오래 되었다. 사실 있어도 보여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심검문을 하면 언제나 피해 다녔다. 신분증이 없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아무 것도 없잖아,”
“신분증이 왜 없어,”
“며칠 전에 분실했습니다.”
“분실했어?”
하여튼 조사를 해보아야 하겠다며 파출소로 가자고 했다.

광호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생각 때문에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일이야, 어서 말해봐,”
“아무 일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아니데 도망을 가, 빨리 말해,”

다행이 위장을 한 것을 순경은 잘 모르고 있었다. 수배자로 매스컴에 보도되었으나 잘 파악을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행색이 도적질을 하지 않게 생긴 것으로 보았는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이냐고 묻는 순경은 이외로 온순해 보이기까지 했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