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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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누나에게 도둑맞은 것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헸다. 재수가 없어서 생긴 일이니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만나 보려고 고향집으로 갔다.

반갑게 맞이한 어머니는 몇 달 사이에 더 수척해지셔 보였다. 어머니는 광자 집에서 있던 이야기를 듣고 아무 이야기도 안 했다. 어머니 역시 형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래서 파출소에 신고했니?"
"아니에요."
"왜, 신고를 안 했어,"
"내가 못하게 했어요."
"왜?"
"그렇지 않아도 형사들이 들끓고 찾아오는데, 그런 일로 또 신고하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요."
"그래 잘했다."

어머니도 광호 짓이라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돈이 떨어져서 누나 집에 갔다가 아무도 없어서 금붙이를 훔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성호야, 네가 형을 찾아 봐라."
"네, 찾아보고 있어요. 도통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어머니는 그제 서야 형이 교회에 나타났었다는 말을 했다.

성호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찾아도 볼 수 없었든 형이 위험을 무릅쓰고 교회에 나타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호는 궁금해서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어머니는 침묵하며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하긴, 잠깐 얼굴만 보았다. 걱정 말라고 하더니 이내 가 버렸어, 무슨 이야기는 없고,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급히 도망치듯 가 버렸어,"
"행색은 요?"

어머니는 성호가 묻는 말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집안에 좋지 않은 일만 생기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는 성경책을 집어들었다.

어느 구절인지를 찾으시더니 입으로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눈물을 흘리며 구원의 기도를 했다. 성호는 어머니의 방안을 나와 어린 시절에 형과 즐겨 놀던 동산으로 갔다.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 광산의 굴뚝이 보였다. 방아 돌아가는 소리는 변함없이 작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예전처럼 저수지 위로 날던 황새는 볼 수가 없고 대신에 백로들이 나르고 있다.

면산이 멀리 바라다 보였다. 형과 같이 뛰어 놀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시절이 그리워지며 옛날처럼 다시 한번 뛰어 놀아 보았으면 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장기를 두시던 정자나무도 가깝게 보였다.

세월은 많이 흘렀다. 형은 골목 대장을 했지만 지금은 죄를 짓고 숨어 다니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었다. 성호는 향수에 잠겨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형의 생각을 했다. 정말 좋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추억이 될 뿐이라는 생각을 하자 매우 우울했다.

어린 조카가 찾아왔다. 식사를 하라고 어머니가 찾는다고 했다. 성호는 조카를 보자 형이 더 그리웠다. 조카를 꼭 안아 주었다. 이렇게 잘생긴 아들을 두고 노름판으로만 다니는 형이 원망스러웠다.

얼마나 아버지가 그립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카를 다시 한번 더 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손을 잡고 산을 내려 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조카의 손을 잡고 걸어 보자, 옛날에 형과 같이 손을 잡고 뛰어 놀던 추억이 더 그리워졌다.

성호는 오후에 읍내로 갔다. 어머니를 위해서 따뜻한 털옷을 하나 사드리자는 생각을 했다. 무심히 지나칠 때는 몰랐는데 이곳 저곳을 두루 살펴보니 읍내의 장터도 많이 변했다.

어머니를 기다리며 찐빵을 얻어먹으려고 했던 생각이 나서 찐빵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변해있었다. 무쇠 솥에서 나는 김을 보았다.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찐빵을 파는 가게가 그대로 있는 것이 신기했다. 주인이 예전과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찐빵 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되는 듯 했다. 성호는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었다. 옛날의 그 주인이 아니라 실망을 했지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개의 찐빵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창밖에는 사람과 자동차들이 바쁘게 어디로인지 움직이고 있었다.

성호는 빵을 맛있게 먹으며 창 밖을 내다보다가 깜짝 놀라워했다. 형이 조금 멀리 떨어진 길 건너편에서 바쁘게 택시 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도 찾던 형이 신기하게도 택시를 타고 있었다.

성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큰 소리로 불렀다. 하지만 택시는 이내 시야에서 살라졌다. 형은 금방에서 나온 것 같았다. 성호는 재빨리 택시를 잡고 쫓아가려 했지만 차를 이내 잡지 못해서 형을 놓쳤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지만 형이 탄 택시는 어디로 인지 가 버렸다. 성호는 할 수 없이 빵 가계에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형이 나온 듯한 금방으로 갔다.

"지금 방금 나간 사람이 무엇 때문에 왔었지요?"
"금방 나간 사람이라니요. 아무도 온 사람이 없습니다."
"금방 한 사람 나왔잖아요."
"안이요. 그런 일이 없습니다."

금방 주인은 성호를 형사로 알은 모양이다. 형이 훔쳐 온 패물을 산 모양이지만 금방 주인은 아니라고 딱 잡아떼었다. 입씨름만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금방을 나왔다. 허탈한 표정이 되어 어머니의 털옷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털옷을 받아 들고 고마워했다. 그렇지 않아도 새벽 교회를 다니는데 두툼한 털옷이 하나 있었으면 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아들에게 고마워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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