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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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그렇게 하자며 먼저 술상을 차려 놓은 방으로 들어갔다. 술상 앞에는 이미 이야기판이 벌어져 있었다. 성호 외삼촌이 무슨 이야기인지 재미있게 하고 있다가 어서 앉으라고 하며 상규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며 마시라고 했다.

"그래 요새 재미가 있냐, 한다던 벤처는 잘 추진하고 있겠지,"
"네 그저 그래요."
상규는 성호가 묻는 말에 멈칫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잘 되어야지, 요새 잘 되는 게 있어야지," 하고 상규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다보았다. 그러자 상규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우물쭈물한 대답으로 얼버무리려고 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자 어머니가 한 마디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벤처라니? 그게 무어 하는 거냐,"
"그런 게 있어요,"
"아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데 누님은 모르고 있었어요,"
"새로운 사업이 라니, 무얼 하는데,"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규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하지만 상규는 자신 있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상규는 이야기가 점점 자기 중심으로 변해지자, 화제를 다른 이야기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꺼낸 이야기의 화제가 쉽게 다른 대로 가지 못했다.

상규는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마음을 조리고 밖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자리를 피했었는데 이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왜 이야기를 못 하니 내가 알면 안 되는 거니?"
"아니 요."
"그럼, 왜 나 한 테는 말도 안하고 사업을 시작했어,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몹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사업을 하는데 축하를 해 주지도 못하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생각되자, 매우 섭섭해하며 이것저것을 물렀다. 상규는 이제 피 할 수가 없게 되어 들고 있던 술잔을 이내 비우고 성호에게 권하며 한숨 소리를 냈다.

잔을 받던 성호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물었다.
"뭐가 잘 안되니?"
"자금 문제죠,"
"그래 신규 사업을 하다 보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어려움이 많지, 그래서 내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해 주지 않았니, 어렵다고,"
"네, 그때 외삼촌 말을 들었어야 했었는데..."

어머니는 자기 동생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자기만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자 점점 더 의문이 많아진다고 생각되어 다시 물었다.
"어디, 네가 하는 사업 이야기 좀 해봐, 식구들이 전부 모였으니까,"
"뭐 할 이야기가 없어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인데 초기 단계라 돈이 많이 들어가서 그래요. 어머니는 걱정 마세요,"
"그래요 상규가 잘 할 거예요. 걱정 말아요,"

상규의 말이 궁색해 진다고 생각되었는지 성호가 한마디 거들며 상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자 상규는 더욱 난처해지며 몸둘 바를 몰랐다. 외삼촌에게 돈을 꾸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돈이 얼마나 더 필요 한데 "
"조금 더 필요해요"
"그게 얼마인데."
상규는 그 금액을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돈이 나올 것도 아닌데, 그 금액을 말해 봤자 식구들만 놀라게 될 것이 뻔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목이 마른 듯, 앞에 놓여 있던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우고 다시 한 잔을 부어 마셨다.

이왕에 나온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성호 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었다.
"돈이 많이 필요한 모양이구나, 너무 욕심을 낸 것이 아니니,"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네가 알아서 해야지, 네 에미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하나만은 잘 지켜야 한다. 남의 돈이 무서운 거여, 신용을 잃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광자는 아들에게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을 주지시키려고 했다. 걱정이 되어서 얼굴이 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크게 생각하는 상규를 광자는 매우 걱정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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