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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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는 동료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사이에 화장실로 갔다. 다행이 여관주인이 보지 못했다. 화장실 쪽으로 쓰레기통을 집어 던졌다. '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였다.

여관 주인은 무슨 일인가 하고 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재빨리 여관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붐 비는 사람들 속으로 숨었다. 예상했던 대로 형사들이 막 도착하여 경계태세를 취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광호는 피식 웃었다.

여관은 읍내에서 가장자리에 있었지만 시장 통을 끼고 있었다. 형사들이 여관에 나타나는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생각했던 대로 도망치기 좋은 곳에서 노름판을 벌렸다는 생각을 했다.

형사들은 광호를 잡기 위해서는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형사는 동료 직원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도망갈 수 있는 출구를 감시하도록 했다.

여관 안에서는 다투는 소리는 없고 텔레비전 소리만 시끄럽게 흘러 나왔다. 김 형사는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흥분했다. 발소리를 죽이고 현장에 접근했다. 총을 손에 잡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여관 주인은 벌벌 떨며 여관 밖으로 나왔다.

노름꾼들은 그때까지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며칠 밤을 새운 노름꾼들은 술을 마시고 한 숨씩 자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김 형사는 문을 확 열어 제켰다.

방안에 있던 노름꾼들은 형사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꼼짝 마라, 움직이면 쏜다." 김 형사는 날렵하게 노름꾼들을 한쪽으로 몰아 벽에 세웠다. 그리고 모두를 체포했다. 다른 형사들이 가세하여 증거물을 압수하고 챙겼다.

그러나 광호는 보이지 않았다. 김 형사는 몹시 실망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언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작부도 없어진 것을 몰랐다고 했다.

김 형사는 헛물을 먹었다는 생각에 이를 갈았다. "이 자식 분명히 여기 있었을 텐데, 언제 도망을 갔어," 혼자말로 외치며 화를 냈다. 여관주인은 안절부절을 못했다. 밖으로 끌려 나오는 노름꾼들의 시선을 피했다. 여관 이미지만 나빠졌다는 생각을 하며 신고한 것을 후회했다.

비가 내리고 멈추더니 강풍이 몰아쳤다. 나목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며 차가운 쇳소리를 냈다. 매섭기 짝이 없이 차가운 바람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위협적이었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밝은 달빛이 구름 속을 헤집고 나타났지만 하늘 높이 떠있는 보름달 역시 추워서 몸을 움 추리는 듯 보여 으스스하고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달빛이 밝게 비추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공동묘지의 산길은 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무섭게 추웠다. 광호 어머니는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고서도 추워서 벌벌 떨었다.

묘지 위로 부는 바람소리는 굉음을 내고 있었으며 젖은 나무 가지들을 빨리 말려주려는 듯 바람은 더 세차게 불고 있어서 스산했다. 공동묘지 위의 검은 바위와 그 곁에 서있는 활엽수들도 차갑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벌거벗은 나무들과 묘지 주위에 엉켜있는 갈대 숲, 젖은 가랑잎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귀신들이 소리를 내어 우는 듯하여 더 무섭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걷다가 힘이 들어 잠시 서서 묘지 쪽을 바라보았다. 죽은 후에 잠들을 곳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더 마음이 스산했다. 목에 감은 목도리를 고쳐 매고 한 발짝씩 느린 거름으로 다시 걸으며 묘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춥고 무서운 밤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걸어서 새벽교회를 가지만 매우 힘든 날이었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비가 온 후라서 길이 미끄럽고 추워서 몸을 더욱 움 추리며 어머니는 노쇠한 몸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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