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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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들이 패를 돌리고 있는 여관 방안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은 노름판답지 않게 그런 대로 잘 정돈되어 있었고 대나무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그 위에 때가 끼여 있어 그런지 아니면 원래 색깔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색에 가까운 색을 냈다.

노름꾼들이 궁둥이에서 진물이 나오도록 앉아 있으려면 돗자리가 깔린 방바닥이 제일이다. 여관 주인은 그러한 방면에 이골이 나 있었고 노름꾼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노름꾼들은 언제나 도망갈 궁리부터 하며 노름을 하는데 그러한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

덥지 않게 하기 위해 벽에 붙어 있는 선풍기, 그 옆에 나 있는 조그만 환기창 구멍, 외부를 갑자기 내다 볼 수 있도록 한 작은 창, 위급하게 도망을 갈 수 있는 비상구, 그런 기본적인 것이 갖추어져 있다.

돗자리 위에 깔고 앉은 방석, 휴지와 물 주전자, 재떨이와 성냥, 휴식에 필요한 소품들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붉은 색의 면 이불이 준비되어 있다. 피곤한 자가 잠깐 눈을 부치도록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베개는 잠잘 때 베고 자는 취침 도구지만 하나같이 노름꾼들의 무릎을 괴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빨리 더러워져 더러운 냄새를 낸다. 끈적끈적하게 되어 자주 바꾸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

춥지 않은 날에는 그 냄새가 지독하게 방안에 풍긴다. 노름꾼들은 여관에 온 것은 잠을 자러 온 것이 아니다. 노름을 하러 왔기 때문에 며칠씩 몸을 씻지 않고 같은 동작으로 앉아 있다.

밤낮없이 노름을 해대서 더러운 냄새가 몸에 배어 있다. 형사들은 그러한 냄새로도 노름꾼들을 금새 알아본다. 노름꾼들이 질러 대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숨어서 하는 짓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질러 댄다.

탁자 위에 화투 패를 내려치는 소리도 크게 나고 한숨 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욕구의 분출로 다른 노름꾼을 자극하기도 한다. 돈을 잃고 있을 때는 더욱 심각하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며 노름에 전념한다. 돈을 잃고 나서야 자식과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며 후회한다. 노름판에서는 언제나 따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있다.

여관에서는 노름과 매춘이 금지되어 있고 그러한 금지 사항이 방마다 붙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눈여겨보지도 않고 노름을 한다. 경찰서의 그러한 경고문이 법률적으로 자기에게 얼마나 해가 미치는 지도 생각하지 않고 노름꾼들은 공공연히 노름을 한다.

그러다가 위기가 닥치면 그때서야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자기 모든 것을 카멜레온처럼 바꾼다. 깔려 있던 작은 방석을 멀리 치우고 술상을 가운데 두고 술을 마시는 척 하는 자, 잠을 자는 척하는 자, 재빠르게 옆방으로 도망을 치는 자, 화장실로 숨는 자, 모두가 발빠르게 대처하고 피한다.

그러나 기습한 경찰관들은 그러한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일을 잘 처리를 한다. 하지만 변신한 노름꾼들은 뻔히 알고 있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며 딴청을 부리기가 일쑤다. 노름꾼들의 위장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돈을 잃은 자의 표정이 굳어 있다면 돈을 딴 자는 좀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특히 그 중에 돈을 잃고 가족을 걱정하는 자는 경찰관 앞에서 늘 눈을 내리 깔고 우수에 젖어 있는 표정을 진다. 경찰관은 이내 그러한 자를 제일 먼저 표적으로 만들고 집중적으로 심문을 하여서 증거를 찾아낸다. 그렇게 하는 동안에 어떤 것 하나라도 시인을 하게 되면 모두를 경찰서로 데리고 간다.

그쯤 되고 보면 모든 노름꾼들이 풀이 죽는다. 그리고 향후에 벌어질 일 때문에 걱정을 하고 가족들에게 볼 면목이 없음에 대한 걱정 때문에 더 큰 한숨을 쉬며 담배를 빨아 댄다.

헛된 꿈을 꾸고 사람들을 속여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는 얄팍한 마음이 그렇게 만들은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노름꾼들은 그 버릇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노름할 생각만 한다.

어린 시절에 다섯 광대에 나오는 노름꾼 탈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도 팔지,"
"선생님을 못 파는 것은 병신이지,"
"얼씨구 좋다."
"계집도 팔아서 아무 것도 없지,"
"아들도 있어야 팔지,"
"얼 시구 좋다."
팔게 있으면 다 팔겠다는 소리를 내며 춤꾼은 춤을 귀신처럼 추었다.

아버지도 팔고, 아내도 팔고, 아들도 있으면 팔겠다고 한다. 광호는 사람을 죽이고서야 그런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지만 늦었다. 사람을 죽이고서도 멀리 가지 못했다.

고향이 그리워서도 아니고, 미련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자기 고향이 있는 곳을 벗어나지 못 했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곳을 못 잊어 하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죽는다.

'왜 멀리 도망가지 못할까?' 연어가 멀리 못 가는 것처럼 고향 주위를 배회했다. 그게 자기와 무슨 상관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연어는 가을에 강가에 돌아와 모래 바닥에 알을 낳고 죽는다.

'왜 죽으면서 알을 낳지, 모성애인가.' 종족의 번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주고 죽는다. 하지만 광호는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 연어처럼 고향의 어머니가 미치게 보고 싶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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