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침공’의 차이 무엇인가”
“방송 3사, 왜 오보 인정 안 하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공격’과 ‘침공’의 차이 무엇인가”
“방송 3사, 왜 오보 인정 안 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라크 침공’ 관련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열려

지난 9.11테러나 아프카니스탄 침공의 경우, 국내 방송사들은 주로 CNN 방송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이는 정보에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입장을 정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방송사의 직무유기였다. 전쟁이 끝난 후, 방송사 일각에서는 “CNN에 놀아났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였다.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자폭하는 장면은 셀 수 없을 만큼 방영되었지만, ‘왜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해서 쌍둥이 빌딩에 자폭하는 지에 관해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되풀이해서 보여줬을 뿐, 9.11테러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보도가 드물었다는 반증이다.

이번 이라크전이 시작된 후, 국내 미디어들은 이전의 전쟁보도에 비해 진일보한 보도 자세를 보여줬다. 이라크 국영 TV방송도 전파를 탔고 방송사들은 단순히 미국의 입장을 전하는 앵무새에서 벗어나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언론이 되고자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은 숙제로 남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각 미디어의 전문가들과 좀 더 심층적으로 토론해보기 위해, 7일 오후 국가인권위 건물에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시민방송 CTV가 주관한 토론회가 <‘이라크 침공’ 관련보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 7일, 오후 인권위에서 열린 <'이라크 침공' 관련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김태우^^^
 
 

이라크 ‘공격’인가, 이라크 ‘침공’인가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서대학교 신방과 이용성 교수는 <이라크전 신문보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통해 “조선, 중앙, 동아일보(이하 조중동)는 이라크전을 이라크 '공격'으로, 한겨레, 경향일보는 이라크 ‘침공’으로 쓰고 있다”고 전제한 후, “’침공’으로 표기해야 이라크전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용어의 차이에서도 드러나듯이 조중동은 “이라크전을 승인하고, 전후의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하자는 현실순응론”을 펼치고 있으며, 한겨레와 경향은 “이라크전을 첨예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조중동이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중심으로 전황을 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의 기사는 “일반 독자들이 이라크전을 미국(군)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외과수술적 공격(Surgical Strike)을 아느냐”는 질문을 던진 이 교수는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내세운, 인명살상을 줄이고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깨끗한 전쟁’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오폭 가능성을 줄인 정밀 공격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조중동은 “미국의 공격을 이라크 국민이 아니라 후세인과 지도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대체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침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축소”하고 “전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정성 문제와 관련하여 ‘미군의 첨단과학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나, “웹진이 짚은 이라크전 6가지 관전포인트”(동아, 3월 20일), “린치 일병 구하기, 미 전격작전”(조선, 4월 3일) 등의 제목은 전쟁의 비극성과 참혹성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KBS, SBS, 단 한번도 오보 인정 안 해”

뒤이어 인제대 언론광고학과 김창룡 교수는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 가면 시어미니 말이 맞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미디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평상시도 아닌 전쟁에 관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음은 김 교수가 <2003년 미국, 이라크 침공과 한국방송보도분석>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밝힌 ‘전쟁보도분석 및 결과’의 요지이다.

 

 
   
  ^^^▲ 2번째 발제자로 나선 인제대 김창룡 교수가 방송 3사의 이라크전 보도에 대해 비평하고 있다
ⓒ 김태우^^^
 
 

△ 전시에는 정보의 출처가 중요한 만큼 '그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보도의 신뢰성과 직결되며, 방송 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 국내 방송사가 가장 많이 인용한 해외언론사는 CNN과 미국방부로 집계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보도 양태는 전쟁당사국의 방송사와 국방부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공정보도 자체를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 영국의 BBC는 미 당국의 심리전에 휘말려 ‘후세인 사망설’, ‘후세인 망명설’, ‘이라크 51사단 전원투항’ 등의 오보를 범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국내의 세 방송사는 방송윤리에 입각한 오보인정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 미국에 편향된 불공정 보도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 동안 집중됐다. 이후 방송사들은 보다 중립적인 보도를 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전시 초반에 세계 여론을 미국 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미국의 전시언론통제전략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 MBC는 2003년 전쟁보도에서도 CNN의 보도를 여과 없이 동시통역사를 통해 방송했다. 빈도수와 전체방영시간은 줄었지만, 동시통역사를 내세우는 이러한 방송은 기자의 방송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 컴퓨터 그래픽과 3D영상을 이용하여 실제 전쟁 상황을 흥미위주의 전자게임처럼 오락화 시켰다.

△ 부시 대통령, 럼즈펠트 국방장관, 마이어스 합참의장을 거의 매일 총 110회 방송했다. 이에 비해 후세인과 이라크 공보관은 총 53회 출연했다.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미국식 전쟁 논리 메시지’를 강조한 반면, 후세인의 경우에는 ‘살았나, 죽었나’, ‘해외 망명설’ 등 자료화면용으로 잠깐 모습을 비쳤을 뿐이다.

발제자로 나선 두 교수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특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지적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균형잡힌 보도는 단 하나도 없었나" 하는 점이었다. 좋은 보도 형태를 구체적인 모델로 제시함으로써 잘못된 보도 형태와 비교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전쟁보도의 샘플을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세하게 무기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시청자의 판단을 유도했을 뿐”

다음 순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5명의 각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발언을 했다. 이중에서 제일 눈에 띈 사람은 SBS 보도국 기자인 박수택 씨였다. 박 씨는 준비한 자료화면을 틀면서 발제를 통해 제시된 ‘이라크전 방송’과 관련된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해서 토론회 참석자들을 집중시켰다.

 

 
   
  ^^^▲ SBS 보도기자인 박수택 씨가 발제자의 주장을 반박하며 내놓은 SBS의 자료화면.
ⓒ 김태우^^^
 
 

박 씨는 “△ 전황보도에 집중한다는 지적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쟁보도는 1차적으로 공격과 방어에 대한 기사가 근거다 △ 전쟁보도가 ‘첨단무기의 홍보장’은 아니지만, 무기도 전쟁을 구성하는 요소다. 첨단무기의 능력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왔다 △ ‘CG를 사용해서 전쟁을 오락화 했다’는 주장은 틀렸다. 미국과 이라크의 자료만으로는 방송을 할 수가 없다”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박 씨의 이러한 주장은 지나치게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 결여되었다. 현실적으로 국내 방송 환경에서 전쟁보도를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씨는 반성의 고백 없이 지나치게 방어 위주의 토론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박의 내용들은 다소 논점과 빗나간 동문서답의 내용을 합리화 하는 경향도 있어 보였다.

보도를 분석, 수용하는 혜안 있어야

전쟁의 속성상 미디어의 통제도 전술의 일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쟁보도를 접할 때, ‘무엇이 옳은 것인가’, ‘저 뉴스는 공정한 관점에서 전쟁을 전하고 있나’를 먼저 떠올려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서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전에 대한 국내 미디어의 보도가 과거 어떤 전쟁의 그것보다 진일보 했다는 사실에 토론자들은 동의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어떤 한 나라의 입장만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이라크전과 관련해서 미디어가 해주어야 할 사명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침공&공격 2003-04-08 10:18:20
침공과 공격이 뭐가 그리 큰 차이입니까? 침공은 쳐들어 간다는 뜻이고 공격은 가치중립적인 단어. 덜 부정적인 단어일 따름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침공이 될 수도, 공격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마치 과거 최장집 교수 사건의 "결단"이란 단어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을 보는 듯 합니다. 큰 의미는 없지 않나요?

김태우 2003-04-08 11:15:00
이러한 단어를 둘러싼 논쟁은 보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어의 선택이 보도 자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공ː격(攻擊)[명사][하다형 타동사]
1.나아가 적을 침.

침ː공(侵攻)[명사][하다형 자동사·하다형 타동사]
(남의 나라를) 침노하여 쳐들어감.

침ː략(侵略)[―냑][명사][하다형 타동사]
남의 나라를 침범하여 영토를 빼앗음. 침략(侵掠).

이상은 네이버 국어사전을 참조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너머서 공격과 침공, 침략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이라크전은 헌법 제5조 1항과 유엔헌장에 모두 위배되는 전쟁입니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단어의 선택보다는 미국의 자국이기주의에서 근거한 단어 선택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나순진 2003-04-08 12:14:31
밥 먹고 할일들이 너무 없나 봅니다.
그리고 교수네 소장입네하는 명함들은 있으니...
그냥 조용히들 사세요. 국민의 부탁입니다.

38699 2003-04-08 13:41:15
오로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당성만을 부각시키는 이기사도 편파적이네. 침공과 공격의 차이까지 따지고 방송의 사과를 요구하고, 앞서 거론한 9.11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면서, 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이유는 상세히 분석을 안하나? 또, 분석이라고 해야 석유를 들먹이겠지만, 전쟁에 명분있는 전쟁이 있는가? 전쟁에서 희생자 없는 전쟁이 있는가? 있다면 예를 들어보라. 이번 전쟁 반대의 이유로 무고한 희생자의 인권을 내세우지만, 후세인에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은 왜 못본척하고 전혀 거론하지 않는지? 인권을 내세워 배고픈 이북 동포의 쌀재배에 쓰라고 준 비료가 아편재배에 쓴다는 탈북자의 고발에 한숨이 나온다. 당신들은 김정일의 인권은 보여도 정일이에게 유린당하는 이북 동포의 인권은 안보이고, 미군의 장갑차에 치인 여중생은보여도 서해교전에 희생된 우리 해군병사의 인권은 안보이는 특이한 눈을 가진것 같다. 마치 한겨레, 오마이, 엠비시 같이.

강아지 2003-04-08 15:55:58
누가 좀 가르켜 주세요
침공.침략,공격,전쟁에 대한 국문학적인 뜻을 알고 싶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미국의 이라크와의 전쟁은 침략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일거라는 생각인데...................................... 아닌가?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