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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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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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총을 명주실에 매어 울타리에 잡아매어 놓는다. 좁쌀이나 쌀을 미끼를 놓는다. 말총에 참새는 목이 걸리고 날개 깃털이 걸린다. 목구멍 속의 좁쌀을 토해 내며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한다. 화롯불에 구워져 몸을 홀랑 벗는다.

힘이 있는 자는 할 일이 많지만 힘이 없는 자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형은 아이들에게 힘이 있는 대장이지만 별을 하나 달았다. 참새를 구워 먹은 아이들은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허공으로 내지른다. "어째서 말총을 구해서 참새를 잡아먹었는데 감옥소에 가야 하는 겨,"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정의감은 행동을 수반하지 않으면 바람소리일 뿐이다.

소년원의 오줌통은 시궁창의 냄새다. 깔개와 덮개의 곰팡이 냄새와 무게가 가슴을 조인다. 살이 낀 손자가 불쌍하고 귀신이 원망스러웠다. 할머니는 무당한테 빌미를 잡혔다. 살풀이를 해야 하는데 큰돈이 없다고 한숨만 내쉬셨다.

아버지는 담배만 피우시며 한숨을 쉬셨다. 삼촌은 조카를 구해 보려고 뻔질나게 읍내를 드나 드셨다. 할아버지는 참새를 잡아오는 손자새끼를 보고 싶어했다. 꿩이 작은 참새보다 먹을 것이 많다고 하셨다. 꿩은 참새보다 민첩하지 못하고 먼 산에 산다. 순경은 바늘이 커지면 황소가 된다는 진리의 말을 형에게 했다.

형은 아이들의 소영웅이었다. 마을 산자락을 끼고 돌면 황새가 사는 큰 저수지가 있다. 아이들은 미역을 감고 물고기를 잡았다. 저수지 개울을 따라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잘 찾아냈다.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방개와 가재를 잡았다.

아이들은 물고기 잡는 도구를 하나씩 들고 개울을 따라 일렬로 서서 갔다.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같은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도 했다. 시냇물과 웅덩이에서 고기를 잡아 양은 물통을 채웠다. 물고기가 잡힐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세숫대야를 쳐 대고 시끄럽게 떠들기가 일쑤였다.

삽으로 얕은 시냇물 가장자리를 돌려 막고 물을 퍼냈다. 물이 줄어들고 물고기 등이 보이면 모두가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잡은 물고기를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양은솥에 물고기와 애호박, 풋고추, 양파, 깻잎, 마늘 같은 푸성귀를 닥치는 데로 따서 넣었다. 솔가지를 주어다가 불을 지피면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바람 따라 길 따라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 얼굴이고 등이고 온통 땀에 젖었다. 형은 아이들에게 명령을 했다. 하지만 성호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성호는 그것이 고마워 늘 형을 존경하며 따라 다녔다.

찬밥과, 고추장, 짠지, 참기름 병을 참외서리 할 때처럼 마을에서 훔쳐다 먹었다. 아이들은 서리 와 도둑을 분간하지 못 하고 놀았다. 순번을 정해서 훔치는 일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에게는 벌을 주었다. 형은 막강한 힘을 가진 대장을 했다. 그런 형 때문에 성호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얻어맞는 일이 없었다.

저수지 상류로 올라가면 미역감기가 매우 좋은 장소가 있다. 겉 옷 하나만 벗으면 벌거숭이가 되고, 모두들 고추를 보인 채 물 속으로 들어갔다.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개헤엄을 쳤다. 몇 미터쯤 가다 되돌아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능력대로 멀리 가기도 하고 가깝게 가기도 하며 아이들은 경쟁을 시작했다. 멀리 가면 물 속이 깊고 죽음의 공포가 있었다. 겁을 먹은 아이는 경쟁에서 진다.

형은 무엇이든 이기고 싶어했다. 영웅심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무서워 떨면 다른 아이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성호가 괄시를 받는 것에 대한 보복을 아이들에게 대신했다. 대장인 형은 아이들을 내편으로 길들이려고 했다. 길들이는 방법은 모든 것이 같다.

힘이 좌우한다. 헤엄이 약한 아이를 멀리 끌고 가서 깊은 물 속에 놔 버리는 것이다. 잘못하면 빠져 죽는 것을 알지만 용기가 없으면 대장이 될 수 없었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 당한 아이는 잡아끄는 시늉만 해도 겁을 먹고 도망갔다.

형은 무서운 독재자가 되었고 대장이 되었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혼내 주었다. 아이들은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고 작전이 맞아 들어갔다. 헤엄을 치지 못하는 약자를 강자가 지배하는 것이다. 말을 안 들을 때마다 헤엄을 치러 가자고 했고, 명령에 불복하는 자는 반드시 처벌을 했다.

아이들은 미역을 감으러 가자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떨었다. 죄 진자가 하나님에게 회개할 때도 두려움에 떤다. 눈물이 나도록 헛물을 먹어야 한다. 죽기살기로 헤엄을 쳐서 물 가장자리로 나와야 한다. 명령에 불복종한자, 회개하지 않는 자,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이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지 않기를 바랬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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