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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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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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랜 말은 사정없이 형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어이구 소리와 함께 멀리 나가 떨어졌다. 아이들은 놀래서 모두 도망가고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형은 다리를 절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오후의 식곤증으로 졸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방앗간 주인은 밖으로 뛰어 나와 도둑놈 잡으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아픈 다리를 끌고 공동묘지와 숫돌 고개를 넘었다. 다른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프다고 진단서를 끊을 수도 없었다.

말총과 진단서는 안 어울렸다. 부어오른 허벅지와 선명한 상처 자국을 순경에게 보여주었지만 보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영문도 모르는 어머니는 형을 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어했다. 형은 무조건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 죄과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고, 그런 일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돈이 원수지," 어머니는 그런 형을 대견하게 생각하며 다친 것을 돈과 결부시켰다. "당신 손자는 살이 끼였어," 할머니는 무당이 한 말이 맞다 는 말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무당의 말 때문에 늘 어머니를 닦달했다. 어머니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지만 할머니는 무당의 말을 철통같이 믿어 늘 말썽이 되었다.

형은 그런 와중에도 말총 몇 개를 뽑아 왔다. 도망간 아이들 중에 힘이 가장 센 아이에게 시비를 걸었다. 영웅은 강자를 먼저 친다. 뺨을 세차게 내려쳤다. 무섭게 대들었지만 형의 적수가 못되었다. 검은 곰이 먹이를 잡을 때처럼 힘차게 아이를 메다꽂았다.

힘센 아이는 사지를 뻗은 개구리가 되었다. 아버지는 병원으로 갔다. 무슨 힘으로 그렇게 다리를 분질러 놓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랜 동안의 치료비만 대주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손바닥 논을 팔자고 했다.

순경은 사각이 난 얼굴을 더 일그러뜨리며 눈을 크게 뜨고 노려봤다. 쪼그만 녀석이 사고만 치게 생겼다고 했다. 형은 그 소리에 발끈했다. 그 소리를 듣고 순경 아들을 나중에 때려 줄 생각을 했다. 형은 순경의 질문을 받으면서도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무당은 할머니에게 아들이 살기가 있다고 했다. 무당이 신당 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종이꽃과 삼신 부채, 오색 깃발이 걸려 있었다. 방울을 들고 심하게 흔들자 요란한 소리를 냈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귀신의 초상화가 있었다. 성호는 너무 무서워 할머니 치마 속으로 숨어 고양이 눈으로 보았다.

할머니는 울며 빌고 무당은 나무 채로 형을 계속 때렸다. 성호는 형만 때리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아들이 살이 끼였어, 하는 일마다 문제구나,"
"살려 주세요,"
"이걸 어떻게 하나, 치성이 부족해,"
"살려 주세요. 우리 손자를,"

무당과 할머니는 한패가 되어 연신 주술을 외웠다. 무당의 가날 푼 몸은 구름 위를 나르듯 둥실둥실 춤을 췄다. 할머니는 울며 혼신을 다하여 두 손을 발이 되도록 빌었다.

순경은 무당처럼 형을 보고 살이 낀 놈 같다고 했다.
'순경이 어떻게 무당이 한 말을 알았을까?'
성호는 그때 그 말을 하는 순경을 보고 신통하게 생각했다. 순경은 모든 것을 아는 줄 알았다. 형의 얼굴에 쓰여진 모양이라는 생각도 했다. 형은 정말로 살이 끼였는지 하는 일마다 사고가 났다. 순경은 물어 보지도 않고 무엇을 열심히 썼다.

치료에 몇 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장만 찍으면 된다고 했다. 형은 겁을 먹었지만 순경의 말을 믿었다. 도장만 찍으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알았다. 늑골과 다리가 부러져 앞으로도 계속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먼 하늘을 보시며 한숨을 쉬었다. 먹고사는 논은 팔 수가 없었다.

조서에는 말총 도둑이 쌀 도둑으로 되었다. 삼촌의 몇 달치 월급이 날라 가고 몇 마지기 다락 논을 팔았다. 참새를 잡는 말꼬리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형은 전리품을 나누어주었다. 말총을 받아 든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배웅했다.

한 아이가 일년은 짧은 시간이라고 했다. 별을 달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는지 아이들은 몰랐다. 순경은 한번 갔다 와야 되겠다고 말했다. 형은 말총을 구해서 아이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준 것뿐이라고 했다. 순경은 말총, 쌀과 돈도 구별 못하는 천치라고 말했다. 변명은 선량한 자만이 할 수 있다. 방앗간 주인의 진술과 다친 아이 부모의 확인 조서를 보여 주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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