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또 오줌을 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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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또 오줌을 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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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8>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 생강나무꽃오줌을 싼 날 아침, 뒤뜰에는 오줌처럼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습니다
ⓒ 우리꽃 자생화^^^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빨래줄에 걸어 논/요에다 그린 지도/지난 밤에 내 동생/오줌 싸 그린 지도" 참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이 새록새록 배어나는 그런 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싼 부끄러운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 아침이면 어쩔 줄 몰라 쩔쩔 매던 그런 기억 말입니다.

"네 이 녀석! 말 만한 녀석이 이불에다 오줌을 싸?"
"아입니더"
"냉큼 나가서 키 쓰고 소금 얻으러 안 가"
"그기 아이고 주전자에 담아놓은 물을 쏟은 깁니더"
"그래도 저 녀석이 사람 새끼라고 변명하는 것 좀 봐"

그렇습니다. "꿈에 가 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돈가?/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 땅 지돈가" 처럼 노오란 지도가 그려진 이불과 축축해진 아랫도리. 그런 날 아침이면 정말 기분이 묘합니다. 분명 내가 한 짓인데도 나는 애써 부정하려 합니다. 왜냐구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이 녀석! 어젯밤에 또 오줌을 쌌구나"
"아... 아입니다. 어...엄마가 소금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으래? 옛다, 여기 있다. 요 녀석아"
"소금만 주시면 되지, 꿀밤은 왜 먹입니꺼?"

흔히 윤동주 시인 하면 대부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로 시작하는 '서시' 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시각은 그렇게 일정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시인은 어떤 대상을 보고도 시로 표현해내는 마술사이니까요.

윤동주 시인은 이 짧막한 "오줌싸개 지도" 란 시에서도 일제에 의해 빼앗긴 우리 조국의 슬픔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아이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만주벌판에 돈을 벌러 갔습니다.

아이는 부모님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시인은 그러한 아이의 애타는 심정을,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싼 오줌, 그 오줌이 이불에 그려낸 지도 속에서 아이의 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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