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 자라서 제비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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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이 자라서 제비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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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에세이> 제비꽃

 
   
  ^^^▲ 제비꽃나를 생각해 주세요
ⓒ 우리꽃 자생화^^^
 
 

"아빠! 보라색으로 예쁘게 피어난 이 꽃은 무슨 꽃이야?"
"그건 제비꽃이란다"
"왜 제비꽃이야?"
"꽃이 물 찬 제비처럼 생겼잖아"
"물 찬 제비?"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제비 말이야"
"으응. 동화 책에서 본 거 같애. 그런데 실제로는 한번도 못 봤어"

오랜만에 딸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 옆에 우뚝 솟은 비음산에 올라갔습니다. 큰딸 푸름이와 작은 딸 빛나는 산을 아주 잘 탑니다. 빛나는 일요일만 되면 나더러 산에 올라가자고 마구 졸라댑니다. 하지만 큰딸 푸름이는 산이나 들에 나가기를 몹시 싫어합니다.

푸름이는 어릴 때부터 벌레들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방 안에서 조그만 바퀴벌레 한 마리만 나오더라도 꺄악, 소리를 내지르며 기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숲속에서 나방이 날아오거나, 산길 옆에 줄지어 기어다니는 개미를 보아도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푸름이가 산을 열심히 잘 타는 것은 그 나방이나 개미, 벌레들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푸름이는 열심히 산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섰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아빠 여기, 하며 작은 손가락으로 보랏빛으로 피어난 작은 꽃들을 가리킵니다.

"조금 전에 아빠가 제비꽃이라고 가르쳐 주었잖아?"
"아빠, 나도 그건 알아. 근데 그게 아니라 저기 꿈틀거리는 거"
"아항, 저건 작은 애벌레잖아"
"어휴! 징그러워. 그래서 나는 산이 싫어"
"너, 학교에서 배웠잖아. 애벌레가 자라서 고치를 만들고, 그 고치 속에서 예쁜 나비가 나온다는 것도 몰라"
"아빠! 내가 바본 줄 알아.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에휴! 너무 징그러워. 저런 게 어떻게 예쁜 나비가 되지?"

 

 
   
  ^^^▲ 보랏빛 얼굴로 논둑 곳곳에서 피어나던 그 꽃
ⓒ 우리꽃 자생화^^^
 
 

푸름이는 열 살 무렵부터 눈이 나빠 안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벌레를 찾는 눈은 너무나 밝습니다.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아야만 눈에 띌 것 같은 그런 아주 작은 벌레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발견을 하는지... 그때 문득 푸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인상이 몹시 찌푸려져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런 표정입니다.

하지만 빛나는 그런 작은 풀벌레 따위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빛나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제비꽃 잎사귀에 붙어있는 그 작은 풀벌레보다도 보랏빛으로 예쁘게 피어난 제비꽃에 신경을 더 쏟습니다. 빛나는 어릴 때부터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꽃들을 아주 잘 찾아냈습니다.

"아빠! 저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된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왜에?"
"그럼 이 예쁜 제비꽃이 자라서 제비가 되는 거야?"
"그건 아니지. 제비는 동물이고, 제비꽃은 제비를 닮은 식물이잖아. 식물이 동물로 변할 수는 없지?"
"그러면 동화책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꽃으로 변하게 만들어?"

빛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푸름이가 저런 바보, 하며 입을 삐쭘히 내밉니다. 하지만 빛나의 뛰어난 상상력은 가끔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쓸 때도 종종 빛나의 그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시키기도 합니다. 빛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조차도 의문을 가지고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아빠! 왜 이 꽃을 제비꽃으로 불러?"
"저런 바보! 아까 아빠가 제비처럼 생겼다고 제비꽃으로 부른다고 했잖아"
"그건 나도 알아"
"제비꽃을 잘 봐, 다른 꽃들은 한포기에서 여러 개의 꽃이 피지? "아까 밭에서 노랗게 피어난 배추꽃을 생각해 봐"
"어, 아빠 말이 진짜네"
"그런데 제비꽃은 어때? 한포기에서 꽃이 한송이만 피어나 있지? 그래서 제비꽃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 란다. 성실하면서도 약간 수줍어하는 척하는 푸름이처럼 말이야. 또 행복이란 뜻도 있어"
"아-빠- 푸름이 언니가 어떻게 성실하고 수줍어 해. 맨날 심부름도 나보고만 시키고, 혼자 잘난 척만 하는데"

 

 
   
  ^^^▲ 제비꽃을 오래 바라보면 웬지 슬픈 생각이 든다. 진보랏빛 색깔 때문일까
ⓒ 우리꽃 자생화^^^
 
 

어릴 적, 보리밭을 매러 가는 논둑길 양지 바른 쪽에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보랏빛 제비꽃을 따다가 토끼풀꽃처럼 꽃반지를 만들어 이웃집 가시나한테 선물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마을 어머니들께서는 제비꽃을 외나물꽃이라 부르며 어린 잎을 따서 맛있는 나물로 무쳐내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어릴 때는 너만한 딸네미들이 이 꽃으로 꽃싸움도 많이 했단다"
"꽃싸움?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이 꽃이 달린 긴 줄기를 따서 서로 걸고 잡아 당기는 놀이지. 줄기가 끊어지는 쪽이 지는 거야"
"아빠! 나도 언니랑 한번 해 볼래?"

제비꽃은 이름도 여러 가지입니다. 꽃싸움을 하는 꽃이라 해서 씨름꽃 또는 장수꽃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또 옛날에는 제비꽃이 필 때가 되면 오랑캐들이 쳐들어온다고 해서 오랑캐꽃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른 봄에 아주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난다고 해서 병아리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국화가 바로 이 제비꽃이란다.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면 이 제비꽃에도 얽힌 전설이 있단다"
"아빠! 얼른 얘기해 줘"
"재미 있겠다"

쥬피터신이 아내 몰래 아름다운 소녀 '이아' 를 몹시 사랑했단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주피터신의 아내는 질투심에 불타올라 아름다운 소녀 '이아' 를 그만 소로 만들어버렸지. 하루 아침에 소가 된 '이아'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 그런 '이아' 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피터신의 아내는 마침내 '이아'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단다. 궁리 끝에 쥬피터신의 아내는 소로 변한 '이아' 가 먹을 맛있는 풀을 만들어 주기로 했지.

"그래서 그 풀을 먹고 '이아'가 다시 사람이 되었어?"
"아빠는? 아빠가 '아이'를 거꾸로 해서 '이아'라는 이름을 지어냈지?"
"아니아니, 잘 들어봐. '이아'가 먹은 그 풀이 바로 이 제비꽃이야.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지금도 이 제비꽃을 소가 된 '이아'가 먹는 풀이라 해서 '이온(ion)'이라고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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