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대변인 소임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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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대변인 소임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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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이면 10개월 남짓 맡았던 열린우리당 대변인직을 마칩니다.

정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은 정치문화의 중심에 서서 여당 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특히, 야당 대변인과는 달리 당과 정부, 청와대의 입장을 두루 고려하고 판단해서 전략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남모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상생, 민생, 정책’을 우선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던 첫 포부를 정쟁의 한 복판에서 지켜내기엔 저의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낮은 당 지지율과 재보선에서의 연패, 당·정·청간의 삐걱거림 속에서 집권정당의 입이 된다는 것은 요동치는 파도 위에서 등불을 켜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부족함을 관심과 애정, 때론 질책으로 돌봐주신 언론인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언론인 여러분들과 충분하진 못하지만 비교적 많은 고민과 함께 토론할 기회를 가졌던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정치, 또 정확한 정국 인식을 위해서도 저에게 큰 도움과 풍부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언론인 여러분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외람되나마 제 나름의 언론관도 갖게 되었습니다.

언론과 정치인은 창의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서로간의 긍정적 자극과 교류를 통해 정치의 품질을 높이고, 양질의 기사를 보도하는 상호발전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상승효과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협력과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와 같은 권언유착은 이미 사라졌거니와, 취재원과 취재자 사이 같은 일방적 관계도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변인은 구업(口業)을 쌓는 자리라고 합니다. 각박한 우리 정치 문화에서 누군가를 말로 공격하고, 말로 방어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각별히 특정인에 대한 논평은 가급적 인신공격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으나, 행여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물러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너그러운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또한,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구업(口業)을 쌓았다면 앞으로 더욱 심기일전하여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것으로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당의 새 대변인 뿐 아니라 여야 모든 대변인들께서도 정쟁의 소산으로 화석처럼 굳어진 ‘공격수’ 대변인이 아니라, 우리 정치문화의 곪은 상처에 돋아 오를 ‘새 살 같은’ 대변인이 되어주시길 바라면서 물러납니다.

그동안 저를 믿어주시고 함께 해주셨던 당 지도부와 선배, 동료 국회의원 여러분, 당직자를 비롯한 당원 동지 여러분, 특히 우리당 출입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6.2.17

열린우리당 대변인 전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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