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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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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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반항하지 않았으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도끼로 찍을 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신은 요동을 치며 원한 때문에 눈을 감지 못했다. 여름날 재수 없게 우리 집 개가 작부의 아버지에 의해서 죽였다. 개는 죽어가면서 광호에게 살려달라는 듯 쳐다보며 울부 짖었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밧줄은 목을 조였다. 개는 혓바닥을 한발이나 내밀며 눈을 하얗게 치뜨고 죽었다. 광호는 무서워서 어머니의 치마폭으로 숨었다. 작부의 아버지가 미웠다.

개와 황소의 울부짖는 소리가 고막을 쳤다. 돈 욕심이 사람을 죽였다. 대상을 잘못 골랐다. 하필 죽인 사람이 광호의 학교 선생님이다. 소를 판돈은 친구의 학비다. 밝은 달이 구름에 가려서다.

죽일 마음이 없었다. 도끼를 보면 겁을 내고 돈 가방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선생님이 내 목을 잡지만 않았어도 도망가면 그만이다. 할머니의 말처럼 살이 끼여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선생님은 예전에 창문을 부수고 도망갈 때 금방 알아 봤던 것처럼 단박에 광호를 알아 봤다. 다소 안심을 하는 기색이었다.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집에 안가고 도적질하려고 여기 있는 거야, 이 자식아, 나 오늘 돈이 많다, 오늘 소 팔았지.” 선생님이 광호를 보고 안심을 했는지 농담을 했다.

“돈 가방 이리 주세요.”
“못 준다. 선생님 돈을 훔치려고 해,”
제자를 믿었던 선생님은 돈이 든 가방을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매가 참새를 낚아채듯 빠르게 돈 가방을 가로챘다.

선생님은 필사적으로 내 다리를 잡았다. 선생님은 술이 하나도 안 취한 것 같았다. 온몸으로 밀어냈지만 꼼짝도 안 했다.

“야 인마, 네 친구 등록금을 낼 거야, 어디서 훔치려고 해,” 뒤뚱거리는 사이에 내 목을 한 손으로 잡았다. 달빛이 살아났다. 광호는 몹시 당황했다.

“어디 해보자, 이 자식아, 넌 내 제자도 아냐, 건달이지, 내 돈을 훔치려고 해,” 선생님은 가방을 빼앗기자 두 손으로 목을 조여왔다.

감추고 있던 도끼가 바닥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도끼를 보자 몹시 당황했다. 살기가 살아났다. 내가 도끼를 잡는 순간 선생님은 돈 가방을 잡았다. 달빛이 숨어들어 칠흑이 되었다.

“돈 가방 이리주세요,”
“못 줘 인마, 이 돈이 없으면 안되어,”
순간 작부의 얼굴이 떠오르며 감정이 격해졌다. 하지만 라스꼴리니꼬프의 얼굴이 크로즈업 되었다. 그래 그 자처럼 하면 되는 거다.

그는 멋있게 살인을 하지, 나라고 못할 것이 없다. 언제나 좋은 일만 하고 살수는 없지, 선생님은 고리 대금 업자는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나에게 <죄와 벌>을 읽고 감상문을 쓰라고 할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그때 의기가 양양했었지, 주인공이 죽은 것이 무슨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고, 그래 당신이 죽어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나도 ‘라스꼴리니꼬프’처럼 할 수가 있어, 이제 선생님이 말한 데로 실천을 해보는 거야,‘ 뭐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였다.

‘라스꼴리니꼬프’처럼 하면 된다. 그자도 했는데 내가 못할게 뭐 있어, 그런 생각이 들자, 광호는 선생님을 죽이는 것이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광호는 손에 든 도끼를 치켜올렸다. 다시 살아난 달빛에 도끼는 번쩍이는 섬광을 냈다. 선생님은 겁을 먹지 않았다.

“그래 어디 죽여봐라, 선생님을 죽이는 놈도 있는지,”
“못 죽일 줄 알아요.”
선생님은 설마 자기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대들었다.

술을 먹고 늦은 밤에 소 판 돈을 가지고 공동 묘지 앞을 지나 간 것이 문제다. 사제지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사제지간보다 더한 어머니도 죽이고 아들도 죽인다.

‘라스꼴리니꼬프’처럼 도끼로 머리를 내리쳤다. 어릴 때 민둥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 나무등걸을 캘 때처럼 나가 떨어졌다. 얼굴 위로 피가 낭자하게 흘러 내렸다. ‘왜 하필 그 시간에 선생님이 지나갔을까?’ 선생님은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겁이 덜꺽 났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계획에 성공했지만 나중에 후회를 하지,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될 터인데 괜찮을가. 글쎄 모르겠다. 하지만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회가 되기 시작해서 몸이 몹시 떨렸다.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자 모든 것이 작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꼴리니꼬프’도 문제고 작부도 문제였다. 그 시각에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달빛과 조화를 이루며 무서운 귀신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돈 가방과 선생님을 바꾸어 가진 것이 되었다. 갑자기 슬퍼졌다. 그래서 선생님을 안고 통곡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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