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하늘로 당신과 함께 날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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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하늘로 당신과 함께 날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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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지. 하늘로 당신과 함께 날아가고 싶다.-

이 메시지를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했다. 연지 남편은 훈이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양석천이란 사람인데 연지라는 여자를 아시요?”

석천은 점잖게 서두를 꺼냈다.

“알고 있소이다만 댁은 지나 씨와 어떤 관계요?”

훈이의 말에 석천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야! 남의 여편네를 사랑한다고! 입을 찢어 놓을 거야! 네놈은 내손에 죽을 줄 알아!”

석천은 분에 못 이겨 부들부들 떨다가 전화를 끊고 딸 방을 쫓아 들어가서 잠자는 연지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당신한테 들어온 메시지. 어떤 자식이야!”

연지는 메일을 지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지나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알려질 것이란 것도 짐작하고 있었던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은 나의 생명의 은인이야. 그 사람이 없었더라면 오래 전에 나라는 존재는 있지도 않았을 거야.”

연지의 말에 석천은 대답을 잃어버렸다. 제대로 알고 물을 것을 공연히 벌집 쑤셔 놓았다고 자신의 경솔함을 탓했다. 20년이 넘도록 지나와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겨 본 일이 없다. 때로는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때리려고 주먹을 들어올리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억눌려 살아온 화풀이를 이 기회에 떨쳐버리려고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다시 묻겠는데 그 놈과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석천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것만 같지 않았다.

“전화해 봐요. 언제부터 알고 지냈느냐고. 그 사람은 당신의 빈자리를 메워준 사람이야. 그렇지만 그 사람과는 손도 잡아본 적이 없어..”

“손도 안 잡았다고?”
“그렇다니까. 의심되면 물어보지 그래.”

연지의 완강한 태도에 석천은 눈으로 현장을 목격하지 않는 처지여서 더 이상 말꼬리를 달지 않았다. 그는 방으로 돌아와 중얼거렸다.

‘나의 빈자리를 메워 주었다? 나의 빈자리.’

빈자리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빈자리는 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갑자기 어깨가 오므려 들었다. 왜 나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일까, 하고 원망을 하면서 아내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워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한참 후, 남편은 조심스럽게 지나에게 말했다.

“여보, 미안했어요. 내일 우리 여행을 떠나요. 내가 너무 당신을 몰랐던 것 같아.”

연지로부터 대답을 받고 싶어 했다. 연지는 거절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고비를 쉽게 넘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설마 남편이 훈이에게 전화는 하지 않았어야할 텐데 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래요. 김밥을 싸서 가요. 내가 슈퍼 가서 김을 사 올게요.”

연지는 김을 사서 온다는 핑계로 핸드백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훈이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자기 어디야?”

연지는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물었다.

“들켰어. 당신 남편이 전화 왔었어.”
“뭐라고 했는데?”
“당신과 어떤 관계냐고 묻잖아.”
“그래서요?”
“화가 많이 났더군. 욕을 하던데.”
“그랬구나. 미안해요. 메일을 지우지 않은 게 화근이에요. 우리 주말에 여행 떠나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이제 우리는 끝나는 게 아니니?”
“무슨 소리야. 꼬리만 잘라버리면 되지.”
“아무리 생각해도 간통죄로?”
“간통죄? 그게 뭐가 무서워. 당신은 무서운가 보지?”

연지는 이렇게 말해놓고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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