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승원,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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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승원,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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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유배생활을 통해, 인간의 치열한 고뇌와 역경을 그려 낸 작품

^^^▲ 한승원 작가
ⓒ 김동권^^^
고향 고흥 율산에서 해산토굴을 짓고 스스로 갇혀 산 작가 한승원이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을 펴냈다.

이 작품은 정약전의 유배 생활을 통해 가둬놓기와 풀어놓기의 미학, 육체를 가두고 정신을 풀어놓는 자유자재의 지혜를 통해 본질적 삶, 우주적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치열한 고뇌와 역경을 그려 낸 작품으로 한 작가는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절해고도의 섬과 섬사람들에 융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정조의 서거 후 순조가 즉위하고 소론과 남인의 당쟁이 신유박해라는 천주교 탄압으로 비화되면서 정약전은 천주교인으로 지목 받아 신지도로 유배된다. 그리고 얼마 후 황사영의 백서사건이 일어나자 다시 유배지를 흑산도로 옮기게 된다. 두어 평 넓이의 목선을 타고 소흑산도로 향해 가며 약전은 추위와 배고픔과 멀미에 시달리면서 한편으로 흑산행을 나락의 끝장, 지옥행으로 여기며 공포와 절망에 휩싸인다.

소흑산도(우이도)에 당도해 관헌에서 하룻밤을 지새고 간섭과 감시를 피해 대흑산도로 들어가라는 아전의 권유를 뿌리치고 약전은 소흑산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막상 그를 대하는 섬사람들의 태도는 오만 방자하거나 냉랭한 조롱 혹은 문둥병자나 괴질 앓는 사람 피하듯 한다. 그가 뭍에서 유배되어 온 천주학쟁이 양반인 때문이었다. 절망에 빠진 약전은 배고픔과 머물 곳을 얻기 위해 마을 이장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훗날 함께 살게 될 처녀 거무와 마주친다.

그녀의 도움으로 이장 윤강순의 집에 찾아 온 약전은 뜻밖에도 마을 훈장을 맡아달라는 청을 받는다. 그리고 관헌의 허락을 얻어 진리 뒷골 동북쪽에 서당을 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훈장으로 모시고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깍듯이 대하면서도 천주학쟁이 양반이였다고 경계하며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그를 대한다.

약전은 자신을 아이들에게 천주학 교리를 가르친다고 엉뚱하게 발고해 사약을 받게 될 일을 두려워하여 그들을 양반 벼슬을 앞세워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첩을 얻어 이 섬에 뿌리를 박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거무를 떠올린다.

어느 날 약전은 거무가 갖다 놓은 서당의 댓돌 위에 놓인 무명 보자기에 싸인 대바구니를 발견하고 윤강순으로부터 거무가 약전을 흠모해 왔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의 중재로 거무를 첩으로 얻게 된다. 약전은 거무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악몽 같은 삶에서 깨어나 새 삶에 대한 의지로 충천하나 그녀의 아버지가 천주학을 신봉했으며 그 때문에 그를 모시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강진으로 유배된 아우 정약용과 서간을 주고받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유배 생활을 하던 약전에게 어느 날 김석돌이라는 자가 찾아와 거무가 이장의 손에 이끌려 앞산 바위 뒤로 들어갔다가 한참이 지나 나와 울며 갯것을 하러 갔다는 귀뜸을 한다. 약전은 이에 모멸감을 느끼고 그녀가 이장 윤강순의 강요와 협박에 의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일러바쳤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자신에 대한 섬사람들의 감시와 경계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물 위에 뜬 기름같이 믿고 의지할 사람 없는 자신의 처지와 고독감에 더욱 절박해진 약전은 이장 윤강순을 피해 대흑산도로 갈 수 있는 계책을 마련한다. 그리고 절해고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다를 업으로 삼고 이를 통해 정심에 이르러야 한다고 결심하여 물고기 족보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약전은 대흑산의 장성호를 불러 곧 건너갈 것을 통기하고 이장에게 급살 수가 있어 소흑산을 떠나야 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거무, 아들 무와 함께 대흑산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약전은 소흑산도에서 했던 것과 달리 양반으로서의 태도, 양반 신분과 좌랑 벼슬살이한 이력까지 과감하게 버리고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윤강순을 피해 소흑산에 와서도 사람들의 감시와 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약전은 해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해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빨리 나올 수 있다는 주역의 원리를 위안으로 삼고 장성호의 아들 창대를 통해 물고기 족보 만드는 일에 더욱 열중한다.

그러면서 점점 마을 사람들과 섬, 바다, 자연에 친화되어 간다. 섬사람들과 바다에 점점 자연스러운 관심과 궁금증을 갖게 된 약전은 어느 날 밤 장성호에게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의 성정과 내력을 말해 준 장성호는 그러나 다음 날 알 수 없는 사연으로 급사한다.

어느 날 약전은 강진의 아우 약용이 곧 해배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소흑산도로 한밤중에 도망을 가려고 하나 마을 사람들의 저지로 다시 대흑산에 머물게 된다. 갈수록 해배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우울증과 무력증을 달래기 위해 약전은 술을 더욱 가까이한다. 그리고 창대와 물고기 족보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서 조개 속에서 새가 나왔다는 승률조개를 발견한다.

소흑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정리를 해가고, 물고기 족보 만드는 일도 보완, 정리가 될 즈음 약전은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 자신이 대흑산으로 가야 되는 이유를 말하고 동의를 구한다. 약전은 병색이 완연한 몸으로 거무, 두 아들과 함께 대흑산으로 향해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해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아우 약용을 볼 기대로 소흑산에 왔으나 결국 약전은 얼마 뒤 승률조개처럼 죽음을 맞는다.

이와 같은 줄거리지만, 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으로 우리에게 『현산어보』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승원은 이 작품에서 인간 정약전과 흑산도가 서정적이며 현장감 넘치는 묘사, 치밀한 심리 묘사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작가는 정약전이라는 역사 속의 한 인물을 통해 "우주적 시원에 맞닿은 진리를 깨닫는 것, 다시 말해 영원의 시간인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완전한 존재에 이르는 길"이라는 인간의 삶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작가는 유배되어 온 한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정약전을 재현해 냈으며, 그에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이 소설에서도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생생한 흑산도의 풍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특히 자연과 사물에 대한 섬세하고도 감수성 어린 묘사가 소설을 더욱 감칠맛 나게 만든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질러진 대오리 문살들은 서로 만나면서 상대 쪽에서 온 대오리를 안쪽으로 젖히며 나아갔다가 바깥으로 젖히며 나아갔다가 하기를 번갈아 하고, 그러면서 그물코 같은 마름모꼴을 만들고 서로를 버팅겼다. 그렇게 엮인 대오리 문살은 탱글탱글해졌다.

사람들도 저 대오리 문살처럼 서로 엮이면서 창호지 같은 세상의 규범에 발린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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