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 중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답변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 사실상 금융부채 상환 부담을 갖지 않기 때문에 생계형 신용불량자는 일률적인 원금 탕감 대신 단계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선별 구제하겠다”고 했다. 또 “불법추심 문제는 금융감독원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개인파산제도는 현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통합도산법에서 개선할 것이며 부분면책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의 발언은 그동안 정부와 채권기관의 잘못으로 양산된 생계형 신용불량자 문제에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그 책임을 기초생활수급권자 등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 준다. 과거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카드 부양책을 남발했고, 카드사는 개인의 신용상태를 도외시한 채 미성년자, 극빈층, 주부 등 채무 변제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했다. 그 결과가 신용불량자 360만, 예비 신불자 400만의 이른바 신용대란 시대다.
현재로서도 과중 채무자가 개인파산을 신청할 경우 면책률이 95%를 넘는 상황(2004년말 기준)이며, 극빈층 연체자들의 채무는 정부의 잘못된 경기 부양책과 카드사의 약탈적 대출에 희생양으로 생긴 만큼 전액 탕감돼야 한다.
한편 이 부총리는 극빈층의 경우 사실상 금융부채 상환 부담을 지지 않으며 불법추심 문제 역시 금감원이 처리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함으로써, 부총리 자신이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후안무치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불법추심과 부채 상환 부담은 극빈층을 포함해 모든 연체자에게 공통되며, 불법추심으로 일가족 자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금감원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고사하고 채무자의 민원을 해당 채권기관으로 넘기는 데 급급할 뿐이다.
실제로 과거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약 9500여 건의 부당 채권추심 민원 중 절반이 넘는 6300여 건을 해당 신용카드사에 이첩하여 자체조사·처리하도록 했고, 금감원이 직접 처리한 3,100여 건 중 30.9%에 해당하는 980여 건은 조사 결과 민원인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해당 신용카드사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한 실적이 없었다.
통합도산법에서 개인파산제를 개선하고 부분 면책을 도입하겠다는 발상 역시 이 부총리의 안일한 대처 의지를 드러낸다. 통합도산법은 현행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개인채무자 회생법 등을 1개의 법률로 묶어 처리하는 것으로, 각 법마다 수많은 쟁점이 있는 등 즉각 시행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이 부총리가 언급한 부분면책의 도입은 지금의 법원 역시 낭비 등에 해당되는 채무자에게는 전부면책이 아니라 일부면책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노동당은 이헌재 부총리의 발언이 정부와 채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신용불량자 중 미성년자·저소득층 등의 연체채권 매입 및 채무탕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 ▲불법 채권추심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을 가할 것 ▲개인 연체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입법 발의한 파산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협력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한다.
2005. 2. 17.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이선근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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