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은 만델라의 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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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은 만델라의 코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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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의 디지털세계 삼각형

일본투어의 쏠쏠한 재미는 온천욕이다. 리조트나 여관의 대중탕은 여탕과 남탕이 따로 구별되어 있다. 히라가나 유(ゆ) 자가 홍색 천에 적혀있으면 여탕 전용이고, 청색 천은 남탕이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가보면, 홍/청 커튼이 반대쪽에 걸려있어서 잠시나마 한국인 투숙객은 출입하기가 망설여진다. 또 가끔 남탕에 여직원이 들어와 시설상태를 점검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시 낮 설다. 한국문화의 상식으로 남탕에 남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아마도 일본문화에서는 그렇지 않은듯하다. 가나자와 시(金沢市)의 어느 곳에서는 남탕에 여직원 여럿이 들어와, 남자 등짝을 닦아주기까지 하였다. 물론 무료다. 그렇다고 해서 두 번씩은 서비스해주지 않았다.

“복희-여와 도”는 7세기경 천산에 위치했던 고창국의 어느 고분에서 출토되었다. 이 작품은 창세신화를 표현한 것으로서 남녀의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뱀인데 서로 몇 번 꼬여져 있다. 이 모습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연상케 하고 있어서, 신화의 초월적 상징성에 대하여 새삼 놀라게 한다. “남/여”는 대립되는 쌍으로 1비트 코드(code)이다. 이런 경우, “0/1” 또는 “1/0” 양쪽 모두 표기가능하고, 서로 평등하다. 코드로 사용될 때의 “0/1”은 두 개의 문자 “A, B”로 구성된 “알파벳”과 같다. 만약 네 개의 문자가 요구되는 시스템이라면, “00/01/10/11”의 2비트 코드를 사용한다. 따라서 코드는 기호이며, 여기에서 디지털 문학이 구현될 수 있다. 

“0/1” 시스템은 코드가 아닌 숫자로도 많이 쓰인다. 2진법의 “0과 1”은 정수(integer)로서 “무/유”와 일대일로 비교된다. 따라서 숫자 “0/1”은 코드와 달리 대소 관계를 나타내며, 컴퓨터 안에서 논리함수에 따라 사칙연산이 이루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 만델라 추도식은 세기적 축제로까지 승화되고 있다. 고 만델라(1918-2013)의 위대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 마디로 줄이면, 그의 반-인종분리(anti-apartheid) 운동에 있다. 백인정권 아래에서 흑인이 “종놈”이고, 백인은 “주님”이었다. 예전의 “흑/백” 관계가 숫자 “0/1”처럼 계급으로 고착된 것을, 만델라는 코드처럼 차별을 없애버렸던 것이다. 거듭 강조하면, 숫자 “0/1”이 수직적이고, 코드 “0/1”은 수평적이다. 

만델라를 이해하기 위하여 더치(Dutch)를 언급해야 한다. 오늘날 강대국 영국, 프랑스, 독일 세 나라에 둘러싸인 네덜란드는 종교개혁이 돌출했던 16세기까지 유럽의 불모지였다. 다시 말해서 국토의 대부분이 늪지나 바다였다. 그때 개신교도들이 로마교황의 핍박을 피하여 몰려든 곳은 고산지대의 스위스였고, 또 저습지대의 네덜란드였다. 이럴 즈음에 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난 유대인들까지 또 네덜란드에 와서 자유를 찾았다. 렘브란트(1606-1669)는 현 주민 출신 바로크 화가였지만, 데카르트(1596-1650)는 프랑스에서 넘어온 위그노 수학자였고, 스피노자(1632-1677)는 포르투갈 계 유대교 철학자였다. 

네덜란드는 17세기로 접어들면서 처참했던 신/구 교회 전쟁 통에서도 종교해방구답게 자유와 평등이 국가의 활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한때는 세계 해상의 패권을 장악하기까지 번창하였다. 처음 포르투갈 인들이 개척했던 희망봉 근처의 케이프타운에 보어(Boer) 인들이 상륙한 시점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보어는 더치 말로 농민이며, 교황권의 압박을 피하여 신천지를 찾아온 개신교도였다. 그들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원주민 코사 족을 노예처럼 부렸다. 한편 크롬웰(1599-1658)에 의하여 해상권을 제패한 영국인들은 17세기 말부터 이곳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쫓긴 보어 인들은 차츰 북동쪽으로 밀려나가면서 오늘날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토가 윤곽을 잡게 되었다. 

만델라는 코사 족 출신의 감리교 신도였다. 보어 후예 백인들의 흑인 인권탄압에 항거하다 27년 동안 기나긴 옥고를 치루고 출소했을 때, 그는 이미 일흔 살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젊어서 쌓였던 울분과 원한을 옥중에서 가꾸러 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당대의 정적이던 백인 대통령과 거침없이 협상했고, 차기의 정적이며 지역에서 최대 종족인 줄루 족 수장과도 타협했다. 백성을 위해 죽음까지 바치려는 자세 앞에서 모두 마음이 통했고, 거부하는 정적은 아무도 없었다. 1994년 마침내 그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전 백인 대통령과 줄루 족 대표를 정부 고위직으로 임명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승리하는 축제를 이끌었다. “화목하자(reconcile)”, 이것이 만델라의 코드(code)였다. 

화목은 신뢰-협조-화합 프로세스의 동적 평형을 이루는데, 인간사회에서만 적용되는 법규(Code)나 질서(order)가 아니다. 놀랍게도 화목은 분자수준 아래에서도 통용되는 기제(mechanism)인 듯싶다. 가령 개체 인간은 여러 기관으로 구성되고, 기관은 각종 세포로 조직되어 있다. 이후 세포-세포핵-유전체(genome)-염색체-DNA-유전자(gene), 이런 식으로 하부구조가 내려온다. 여기서 DNA부터는 생체가 아니라 물질이며, 화학식으로 주어지는 분자이다. 비유하건데 도서관이 세포라면, 세포핵은 서가이다. 또 대백과사전 한 질이 유전체라면, 낱권은 염색체가 된다. 이때 DNA는 염색체에 기록된 전체 정보이며, 유전자는 소제목으로 분류된 개별 정보이다. 그밖에 세포에는 곳곳에서 RNA가 돌아다니며 일하는데, 이는 마치 도서관의 사서와 같다.

DNA는 A, G, C, T 4개의 문자로 된 2비트 코드이다. 일예를 들어 A=00, G=01, C=10, T=11에 대응시킬 수 있고, A-T, G-C 쌍은 각각 상보 코드이다. RNA는 DNA 일부 가닥을 풀어서 복사(copy)한다. 이때 T가 U로 전환되고 A, G, C, U 2비트 코드(code)로 탑재(on)되는데, 여기 네 개 중에서 “세 개 쌍으로 된 유전암호(triplet code)”를 코돈(codon)이라 부른다. 코돈은 4의 3승이 되어 모두 64가지가 조합된다. 64가지 코돈은 천연산 20개의 아미노산을 지목하고, 아미노산은 육체라는 집을 건축하는 벽돌이 된다. 이때 중복되는 코돈은 여분(redundancy)인데, 디지털 공학에서는 수행착오를 줄이는데 이들을 사용한다. 화목은 DNA-RNA-아미노산 프로세스에서도 나타나는데, 특히 코돈이 주역의 64괘와 묘하게 통한다는 것은 재미있다.

지금까지 “0/1” 디지털세계 삼각형의 1각과 2각에 대하여 주목했다. 제1각은 코드로서 문학의 세계였고, 제2각은 2진수로서 수학의 세계였다. 나머지 제3각은 “진/위(True/False)”로서 논리의 세계이다. “남/북” 한국은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은 상대를 괴뢰로 취급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따라서 둘 중의 하나가 지상에서 사라져야 통일을 이룰 것 같다. 디지털 세계는 삼각형 영토의 어느 코너에 있든지 모두 논리 게이트가 주도하여 풀이를 구한다. 이것은 화목 이전에 진실을 밝혀야 함을 가리킨다. 이런 단계도 만델라는 명확하게 밟아 나갔다.

그렇다면 논리의 “0/1”에서 화목은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일까. 생명의 진화를 이기적 투쟁으로 푸는 것은 “지금-여기(now-here)” 만의 공시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안목에서 내몽고의 늑대를 대량 살육했는데, 그 결과 초원의 사막화가 급진되어 미세먼지의 역풍을 당하고 있다. 늑대는 통시적으로 자연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이끄는 하나의 요소였다. 길게 보니까, 역설적으로 늑대는 인간과 이타적 화목으로 엮여 있었다. 화목은 생명체의 만능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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