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의 독특한 인연 교육.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아빠가 해준 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아빠 : 갑득아. 네가 아빠 엄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니?
갑득 : (갑작스런 질문에) 글쎄.
아빠 : 그럼 너나 을득(동생)이가 함께 가족이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갑득 :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물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빠 : 아니 특별한 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인연을 가지고 있잖니? 너에게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가진 인연과 정분이라는 것이 과연 어떻게 생겼으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진면목을 냉철하게 깨닫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다.
갑득 : (귀가 쫑긋하니) 알았어. 말해봐.
아빠 : 엄마와 아빠가 부부 생활을 할 때 남자가 한번 정자를 분출할 때마다 학자들에 따라서 정자의 숫자가 1억5천만개 이상 2억5 만개라고 주장한단다. 그런데 그 정자는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니라 약간씩 서로 다르단다. 평균으로 정자가 2억개라고 가정해보자. 이 때 부모인 내가 2억개나 되는 정자들의 성향을 모두 파악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아마 나는 지금의 너보다 어떤 면에서든지 더 우수하고 월등한 정자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너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너와 함께 만들어진 2억개의 정자 중에서 지금의 네가 가장 우수하고 월등하고 성실하고 미남이고 재주가 많고 예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아니겠냐?
갑득 :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더니) 그래. (눈빛에 걱정이 살짝 스치면서 고개를 끄덕 끄덕)
아빠 : 이처럼 만일 나(부모, 인간)의 의지가 반영되었더라면 아마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태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았으며 너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가 만나게 된 원인(진리적 관계, 그 날의 일진, 막연한 우연, 필연적인 인연, 특별한 이치 등)을 확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솔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갑득 :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그래 맞아.
아빠 : 네가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지?
갑득 : 약간 그렇기는 해.
아빠 : 많이 언짢아도 할 수 없단다. 사실은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한 2억개의 정자는 너의 심정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언짢을지도 모른다.
갑득 : 정말 그렇겠다.
아빠 : 그럼 이제는 말을 반대로 바꿔보자. 만일 네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너의 부모를 선택할 권한이나 기회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너 역시 지금의 아빠나 엄마를 고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갑득 : 그랬을까?
아빠 : 그럼. 너는 세상의 많은 부모들 중에서 어떤 면에서든 엄마나 아빠보다 더 월등하거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 태어나기 전에는 인연이나 정분이 없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때문에 오직 이성적인 판단 아래 최대한 좋은 조건들을 비교해서 선택했을 것이다.
갑득 :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그랬겠다.
아빠 : 만일 너의 의지가 개입되었다면 우리는 서로 만날 수조차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는 사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갑득 : 그래. 맞는 것 같아.
아빠 : 그렇지? 우리가 만난 것은 우리도 잘 모르는 이치일 뿐 서로의 희망과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동물(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몸을 통해야 했던 것이다.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태어난 핏줄과 인연은 자연의 법칙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단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생로병사는 인간의 의지나 인연에 아랑곳 없이 자연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떼로 무리 지어 다니는 소들도 모두 태어나진 것이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어떤 소와 인연을 맺었는가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갑득 : 그래도 사람들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아빠 : 그러니까 전후를 좀 따져서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갑득 : 그래 계속 이야기해봐.
아빠 : 그래서 소 한 마리를 무리에서 뚝 떼어놓고 생각하면 그 소의 인연이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소의 어미가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어미가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모두 똑같은 상황이 된단다.
다시 말해서 진리란 전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의미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간은 세상에 고개를 내밀면 곧바로 인연이나 정분에 의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단다. 특히 진리가 개인적인 인연, 정분, 감정, 판단에 의해 제각기 다르게 적용, 운영, 좌우되어서 출생과 동시에 현격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 세상 모습이란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커다란 세상 이치에 무관심한 탓에 세상에서의 인연과 정분에 머무르며 수많은 부작용과 불행을 떠 안고 산다. 이는 엄청난 세상에 태어나고 살면서도 오직 개인 관계로 살겠다는 것과 같이 답답한 생각이다. 이런 사람이나 사회는 후진성을 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겨우 개인적인 태생(인연과 정분)에 의해서 자동으로 얻어진 정분과 관계가 중심 축으로 설정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인간의 태어난 상황(태어남에 따른 천차만별한 조건과 환경들)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한단다. 이야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니?
갑득 : (눈이 번뜩거리며 듣다가) 약간 어렵기는 해. 그래도 괜찮아.
아빠 : 따라서 우리가 세상이란 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서로의 의지나 능력이 아니었다. 또한 서로가 별로 노력하지도 않고 만나진 셈이다. 반대로 말한다면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만난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이치 속에서 만나진 것이 된다. 그래서 부모자식의 관계는 서로의 능력으로 제조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물이 아니란다.
이런 이치나 인연이나 세상이 너무 신기하지 않니? 아직은 네가 어려서 모든 이치를 설명해줄 수는 없단다. 또한 너는 지금은 무럭무럭 자랄 나이여서 세상 이치를 깨달을 시기는 아니다. 어쨌든 우리 인간은 서로의 생활(관계) 속에서 항상 감사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돕고 살아야 하며 서로의 행복을 위해 정성을 쏟아야 한단다.
갑득 : 정말이다. 항상 감사해야 할 것 같아.
아빠 : 세상이 싫으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항상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위에서처럼 우리의 의지나 능력도 없었는데 직접적인 인연만 따지고 살거나, 자기와 맺어진 정분에 국한되어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생각하면 되겠니? 그래서 부모는 자식이 성장해서 스스로 세상에 대해서 판단하고 독립할 때까지 잘 돌보아주는 것이란다.
부모가 자식을 마음대로 대하거나, 심하게 간섭하거나,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란다. 이는 상당히 깊고 복잡한 내용이어서 다음에 또 언급하겠지만 일단은 핵심적인 원칙은 언급해둔 것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와 세상 전체에 항상 감사하며 살자. 그렇지?
갑득 : 응. 그래(표정이 밝아지면서)
아빠 :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진리에 대해서, 모든 인간의 태어남의 이치에 대해서, 서로 맺어진 인연에 대해서 냉철하게 사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서 서로 기쁨을 나누면서 행복하게 사는데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화를 내거나, 원망하거나, 과다하게 욕심을 부리거나, 서로 경쟁하며 싸우거나, 시기 질투하며 비난하는 것은 최소한의 감사함조차 모르는 무지이며 죄악이다.
이는 사람들이 막연히 정분과 인연에 따른 관계로 세상과 사람과 사회를 살아가려고 쉽게 생각한 부작용과 대가란다. 그렇더라도 사람은 서로 실수가 있거나 부족하더라도 도와주고 위로해주어야 한단다. 너무나 존엄한 존재이거든.
갑득 : 그래. 맞아. 아빠는 언제 이런 생각을 다 했어?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책을 많이 보았어?
아빠 : 네가 세상 전반을 잘 모를 때는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세상 사람들이 세상과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설명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가 뭔가를 완성하고 확립하기 위해서는 명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특히 네가 확립하고 완성을 짓는 것이 합리성을 갖추려면 자신의 생각, 인연, 감정, 판단, 배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심지어 세상 이치를 제대로 정리하려면 자신이 책에서 알았던 것과 사회에서 보고들은 것들을 근본적으로 무시하거나, 아예 깨버리고 새로 다시 시작하거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단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것을 버리기 아까우며 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관행이나 관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가 절대 없다.
지금의 이야기는 네가 소화하기에 약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저런 내용도 분야도 깊이도 생각도 있나 보구나." 하는 정도로만 들어두어도 훗날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갑득 : 그래. 나도 많이 생각하고 연구할래.
아빠 : 아무렴. 생각은 아주 많이 해야 한다. 남의 것을 많이 배우고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자신이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막연히 감사의 기도만 하지는 않는단다.
진정한 감사란 조물주에게 자신을 맡겨두지 않고 세상(사회, 사람)을 위해 필요한 일을 찾아서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란다. 왜냐하면 은혜로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스스로 실천하거나, 새로 개척하거나, 남보다 앞장서거나, 색다른 전환점을 만들어주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정분과 인연으로 뒤섞인 사람은 서로 무능하고 답답함에도 돌아서서 인연을 원망하고, 나약한 인간에게 의존하고, 경쟁 상대로 여기는 등 심지어 비난하고 공격까지 한단다. 이렇게 원망과 불평과 책임전가가 많은 사람이나 사회는 세상, 진리,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 정립이 되어 있지 않으며 정립을 하기도 어렵게 된다. 우리 가족은 서로 다정하게 웃으며 우호적인 자세로 행복하고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보자.
갑득 : 그래 알았어. 나도 나중에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줄께.
아빠 :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자. 너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인간은 최소한 2억분의 1이란 경쟁을 뚫고 태어났다. 사실은 엄마 아빠의 평생 부부 생활을 통해 오직 너와 동생만이 태어난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희들은 수억이 아니라 수천억분의 1이란 경쟁을 뚫고 태어난 것과 같다. 이는 확률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승리자가 된 것이다.
너는 이미 엄청난 승리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태어남과 동시에 경쟁은 끝난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의 경쟁은 너를 초라하고 무지하고 죄악으로 몰아가는 꼴이 된다. 이처럼 인간은 세상에 모두 대단하게 태어났다.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끼리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협력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수천억 중에서 세상에 태어난 긍지감을 잊어버리거나, 자존심을 상실해버리거나, 자신이 태어난 이치조차 정리되지 않으면 인생을 무지로부터 출발하는 것과 같다.
만일 네가 이처럼 졸장부 인생으로 시작해서 또 다시 경쟁하고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기 시작하면 스스로 자신을 죽일 것이며, 타인까지 해치고, 사회를 망치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천박한 삶이 된단다. 죄악은 조심하면 피할 수 있지만 감사와 보은과 현명함은 항상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의미와 보람과 가치를 추구해야만 그 과정을 통해 결실에 이르게 된단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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